최윤 OK금융그룹 회장, 2금융권 출발한 첫 대기업..20년 만에 성과

명순영 2022. 5. 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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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1963년 일본 나고야/ 1987년 나고야가쿠인대 경제학과/ 1989년 한식당 ‘신라관’ 나고야점 개점/ 2002년 원캐싱 대표/ 2004년 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대표/ 2014년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2014년 OK저축은행 대표/ 2020년 OK배정장학재단 이사장/ 2020년 OK금융그룹 읏맨 프로배구단 구단주(현)/ 2021년 대한럭비협회장(현)/ 2020년 OK금융그룹 회장(현)
국내에서 럭비는 소위 ‘비인기’ 종목이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럭비 관람에 돈을 내라는 말도 못 꺼냈다. 하지만 지난해 최윤 OK금융그룹 회장(59)이 대한럭비협회장으로 부임한 뒤 이런 ‘근거 없는 공식(?)’은 깨졌다. 그는 한국 럭비 리그 사상 최초로 ‘럭비 경기 관람 티켓 유료화’를 단행했다. 최상의 플레이를 위해 1년 내내 훈련한 럭비 선수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럭비인 사이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그나마 오던 관객조차 없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컸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상. 지난 5월 7일 막을 내린 ‘2022 OK코리아 슈퍼럭비리그’에서는 누적 관중 3600명을 기록하는 성공 사례를 남겼다. ‘럭비 티켓 유료화’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깨왔던 최 회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뿐 아니다. 최 회장은 ‘B급 광고’의 좋은 사례를 다수 남겼다. 러시앤캐시 시절 무를 의인화한 만화 캐릭터 ‘무과장’을 등장시켜 어려운 대부업을 쉽게 풀어냈다. ‘무과장'은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깬 일등 공신이었다. ‘OK’를 옆으로 뉘인 모양으로 만든 ‘읏맨’은 광고인조차 무릎을 친 탁월한 아이디어였다. 이 같은 B급 마케팅의 선봉에 최 회장이 있다. 그는 “지금은 B급이더라도 A급으로 올라서겠다”며 B급 행보를 주저하지 않았다.

사업 아이디어도 탁월했다. OK저축은행은 출범 초기부터 전례 없는 금리 마케팅을 펼쳤다. 2014년 7월 특판예금을 출시하며 객장에서 ‘오케이’만 외치면 0.4%포인트 우대금리를 줬다. 사실상 전 고객에게 ‘OK저축은행’을 알리는 동시에 고금리 서비스를 한 셈이다.

20년간 정통과 이단의 경계를 허물며 선을 넘나들었던 최 회장은 최근 A급을 넘어 ‘특A급’ 반열에 올라섰다. 2002년 작은 대부업체(원캐싱)로 출발한 지 20년 만에 총자산 15조원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OK금융그룹이 ‘그룹’의 전형적인 기준으로 평가받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것.

저축은행 중 고려, 키움·키움예스, 다올, DB, NH저축은행 등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다. 다만 이들 회사는 제2금융권만으로 구성된 그룹은 아니라는 점에서 OK금융과 차이가 있다. OK금융그룹처럼 2금융권 중심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처음이다.

▶OK는 ‘오리지널 코리안’

▷이단과 정통 넘나들며 아이디어로 승부

OK금융그룹의 전체 지점 수는 47개로 OK저축은행 23개, OK캐피탈 2개, 아프로파이낸셜대부 3개, OK신용정보 19개 등이다. OK금융은 오는 2024년 대부업 청산을 발판 삼아 종합금융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평생을 ‘편견’과 싸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재일교포 3세다. 일본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익숙한 그를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았다. 그는 ‘일본계 기업인’이라는 꼬리표를 가장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한동안 여권을 갖고 다녔다. “일본인 아니냐?”는 질문을 받으면 바로 여권을 꺼냈다. OK저축은행의 OK는 ‘오리지널 코리안(Original Korean)’에서 따왔다. 최 회장이 일본계라는 꼬리표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1963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난 최 회장은 나고야가쿠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그는 대학 졸업 후인 1989년, 불고기 요리가 주력인 ‘신라관’을 세웠다. 식당은 번성했고 돈을 적잖이 모았다. 최 회장은 고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었다. 2000년 한국에 벤처캐피털사를 세우고 IT 회사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경험 부족으로 실패했다. 큰돈을 날린 그는 새로운 접근법을 세웠다. ‘일본에서 안착했는데 한국에는 없는’ 시장을 찾았다. 그리고 대부업을 떠올렸다.

2002년 한국에서 ‘원캐싱’이라는 업체를 세웠다. 성공적이었다. 이 시절 중금리 수요는 넘쳐났다. 하지만 제도권에 믿을 만한 회사가 많지 않았다. 연 66%가 넘는 ‘살인적 고금리’ 등 서민 돈을 노리는 불법사채가 횡행했다. 최 회장은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소외된 서민 대상 소비자 금융에서 답을 찾았다.

사업이 괜찮을 때 대부업계 1위 업체 A&O가 매물로 나왔다. 일본계 ‘아에루(AEL)’가 부도를 맞아서다. 절호의 기회라 판단했다. 재일교포 상공인들과 의기투합해 이 회사를 사들였다. 최 회장은 이때의 결단이 지금 성공의 토대가 됐다고 믿는다. 일본에서 ‘종잣돈’을 만들고, 한국에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도전한 뒤, 시장 선두 기업 인수에 성공한 셈이다. 2007년 7개 자회사를 통합해 아프로파이낸셜(러시앤캐시)을 세워 사세를 확장시켰다.

그의 꿈은 이어졌다. 무엇보다 금융업을 확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저축은행에 도전했다. 2014년 7월 예나래저축은행과 예주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종합금융사’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최 회장은 인수한 저축은행 사명을 OK저축은행으로 바꾸고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섰다. OK저축은행은 출범 2년 만에 자산 규모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지난 2015년 한국씨티은행 자회사인 ‘씨티캐피탈’을 인수하며 제도권 금융 내 무대를 넓혔다. 그 결과 OK금융그룹은 출범 20년 만에 공정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겨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 회장이 기업 성장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장학 사업이다. 자신이 일본에서 어렵게 유년 시절을 보낸 터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아픔을 잘 알고 있다. 그는 OK배정장학재단을 세워 지난 20년간 7000명에 달하는 학생에게 220억원을 지원했다. OK배정장학회의 ‘배’와 ‘정’은 아버지, 어머니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만들었다.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고, 성공한다면 사람과 배움의 가치를 소중히 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힘쓰라”는 부모님 가르침을 받들기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는 후문이다.

OK금융그룹은 매년 대규모 공개 채용을 진행하며 ‘일자리 창출’에도 힘쓴다. 지난해만 해도 100명 규모의 ‘신입·경력사원 공채’를 진행했다. 영업점 인력 감소와 디지털 인력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채용을 줄인 1금융권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OK금융그룹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증권사와 운용사 인수에도 다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 회장은 2015년 LIG투자증권, 2016년 리딩투자증권 등 증권사 인수를 몇 차례 추진했지만 최종 무산됐다. 2017년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곳에 관심을 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OK금융그룹 측은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만큼, 관련 법규에 따라 발생하는 공시와 신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계획”이라며 “성장한 기업 규모에 맞춰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대부업 조기 청산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좌우명은 ‘이단으로 출발해 정통을 지향하고 정통이 되는 순간 다시 이단을 지향하라’다. 남과 다르게 생각해 새 영역을 만들어 최고가 된 이후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뜻이다. 대기업 수장이 된 최 회장이 또다시 어떤 파격적인 행보로 금융권에 새바람을 넣을지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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