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처럼 쏟아지는 공약들..커지는 'GTX 버블'

김경민, 정다운 2022. 5. 17. 16: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 후보들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공약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GTX 신설역 유치를 학수고대하는 주민들이 많은 만큼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거용 포퓰리즘 공약’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尹정부도 당초 공약으로 내세웠던 GTX E, F노선 신설을 국정과제에서 슬그머니 뺐다가 논란이 커지자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GTX를 두고 수도권 전역이 시끌시끌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5월 2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와 함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터널 구간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여야 후보 GTX 공약 쏟아내

▷김동연 “GTX 플러스” vs 김은혜 “조기 개통”

GTX 공약을 두고 후보 간 난타전이 가장 치열한 곳은 경기도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최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교통공약 발표회에서 ‘GTX 플러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서울에 가로막힌 경기도의 동서남북을 직선으로 뚫는다는 계획으로, GTX A·B·C노선을 연장하고 D·E·F노선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 GTX A는 경기도 파주 운정~화성 동탄, GTX B는 인천 송도~남양주 마석, GTX C는 경기도 양주 덕정~수원을 잇는 노선이다.

김 후보 공약에 따르면 GTX A+노선은 동탄에서 평택까지, GTX B+는 남양주 마석에서 가평까지 연장한다. GTX C+ 구간은 아예 남북으로 나뉜다. 북부 구간은 동두천, 남부 구간은 오산, 평택까지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GTX D노선은 김포~강남~하남~팔당 구간으로 늘리고, GTX E는 인천~광명·시흥신도시~서울~포천을 잇는다는 복안이다. 파주에서 삼송~서울~위례~광주~이천~여주까지 이어지는 GTX F노선 공약도 더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는 여당 후보답게 윤석열 대통령 공약을 반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GTX E·F노선 신설과 기존 GTX A·C노선의 평택 연결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 공약에 따르면 GTX A노선은 기존 운정~동탄에서 운정~동탄~평택까지 연장된다. C노선은 기존 양주 덕정~수원에서 동두천~덕정~수원~평택까지 늘린다. 둘 다 김동연 후보 공약과 다르지 않다. D노선은 김포~대장~신림~사당~삼성~하남~팔당 라인을 기본으로 삼성에서 분기된다. 삼성~수서~광주~여주를 잇는 라인을 추가해 옆으로 눕힌 Y자 형태로 건설할 계획이다.

인천 검암에서 김포공항~정릉~구리~남양주로 이어지는 GTX E노선 역시 윤 대통령 공약에 포함됐다. GTX F는 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메가시티로 묶는 순환선으로 만들 방침이다. 고양~서울~부천~시흥~안산~화성~수원~용인~성남~하남~남양주~의정부~양주~고양 등 서울 외곽 거점도시를 원형으로 연결하는 순환형 노선이다. 김은혜 후보 측은 “경기도의 입장을 대변하려면 집권 여당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GTX 조기 완공’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동연 후보는 “저희는 직주근접 방사형이고 김은혜 후보는 수도권 외곽 연결 순환형이다. GTX 기본 성격인 급행 기능을 중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심의결정권은 국회에 있고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만큼 교통 공약은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고 맞불을 놨다.

경기도뿐 아니라 강원도도 시끌시끌하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는 최근 ‘수도권 1시간 철도생활권’을 위한 교통 공약을 내놨다. GTX A는 원주까지, GTX B는 춘천까지 연장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후보는 “원주~수서 철도와 GTX A를 연계하고, 강릉까지 KTX로 연결해 강릉시민들도 서울 강남과 직접 연결되는 교통망을 누리게 할 것이다. 서울과 춘천은 GTX B 춘천 연장을 통해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과 강릉을 한 시간대에 오가는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조기 완공, GTX B 춘천 연장을 앞세웠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2027년 개통 예정이다. 앞서 윤 대통령도 5월 4일 강원 지역 민심 탐방 자리에서 동서고속화철도 조기 완공, GTX B노선 춘천 연장 등 대선 공약 이행을 약속하자, 춘천시는 즉각 GTX B 연장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경기 가평군과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비를 공동 분담하기로 협의했다. 내년 3월 용역을 마무리하고 노선 연장 변경을 국토교통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GTX 신설역 인근 집값 들썩

▷의왕, 송도는 상승세 꺾이기도

여야 후보들이 저마다 비슷한 GTX 공약을 쏟아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존 지하철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GTX 신설역이 들어설 경우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는 데다 집값 상승효과까지 나타나는 덕분이다.

실제 GTX C노선 왕십리역 신설 효과로 인근 아파트값이 수억원씩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삼부아파트 전용 84㎡는 15억9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2020년 말 실거래가가 12억5000만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3억원 넘게 뛰었다. 호가는 17억원에 달한다.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 매매가도 어느새 20억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GTX A노선 종점인 운정역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 동패동 운정신도시아이파크 전용 109㎡는 올 초 15억2500만원에 실거래됐다. 1년여 만에 7억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물론 모든 지역이 수혜를 입은 것은 아니다. GTX C노선 인덕원역 인근 아파트 단지들은 수억원씩 떨어진 실거래가가 속출하는 분위기다. 경기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84㎡는 최근 12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GTX 신설역 호재로 같은 평형 매매가가 지난해 6월 16억3000만원까지 뛰었지만 1년도 채 안 돼 4억원가량 떨어진 셈이다. 인천 송도더샵퍼스트월드 전용 116㎡도 한때 실거래가가 11억원까지 치솟다 9억원대로 떨어졌다.

▶GTX가 空約인 이유

▷A 공정률 20%대인데 D·E·F 언제?

GTX 개발 호재로 들썩였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조정이 나타나자 애초에 GTX 공약이 공약(空約) 아니었냐는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GTX 신설 공약을 이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사업성이 부족한 것은 물론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크고 지난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이 이미 확정돼 추가 노선 신설을 결정짓기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GTX 공약(空約) 우려가 커진 이유 중 하나는 철도 같은 국책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보다는 중앙정부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공사 중인 GTX A노선도 3기 신도시 교통망 확충이라는 현 정부의 정책 의지와 맞물렸기 때문에 그나마 진척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GTX 개발은 수요 예측 뒤 중앙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지 지방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의 공약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는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 추진 방안으로 GTX A·B·C노선과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 D노선)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한 얘기만 포함돼 있다. 대선 기간 동안 관심을 모은 GTX E·F노선 신설 공약은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GTX E·F 신설 공약이 사실상 배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국토교통부가 “오는 6월부터 추가 노선에 필요한 수요와 사업성 분석을 위한 관련 기획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GTX는 민자 사업으로 진행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 수익이 나와줘야 진행 가능하다. 애초 충분한 사업성을 검토하지 않으면 사업자를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토하겠다고 했으니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다시 나올 수는 있지만 충분한 인구와 수요 등 사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계획만으로 당장 현실화시키기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설령 E·F노선이 공약 원안대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GTX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기초 단계인 예비 타당성 조사부터 밟아야 하고, 2026년 수립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공식 반영된다 하더라도 빨라야 4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실제 GTX 사업이 처음 거론되기 시작된 건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면서부터다. 정부도 GTX 필요성을 인정해 2011년 4월 발표한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경기도가 제안한 GTX 3개 노선(A·B·C)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후 10년이 넘었지만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 공정률이 올 4월 기준 26.85%(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다. B·C노선은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서울 강남을 거쳐 팔당까지 이어지는 D노선도 사정이 녹록지 않다. 신규·연장 노선에 수조원의 예산 반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D노선 역시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가 필요하고 국토교통부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한 토목업계 관계자는 “모든 사업이 착공까지 4~5년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D·E·F노선은 내년은커녕 내후년 착공도 어렵다”고 봤다.

GTX가 다양한 지역을 지나는 사업인 만큼 주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지하를 관통하는 GTX C노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매경DB)
▶GTX 호재 지역 집값 전망은

▷A노선 파주·고양, B·C 청량리 역세권 수혜

전문가들은 GTX 초기 사업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관련 지역 집값이 당분간 오르락내리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역이 신설된다는 계획이 나오면 집값이 급등했다가 이후 실제 착공에 들어갈 때까지 잠잠해지는 식이다.

각종 변수를 감안한다면 가장 빨리 개통할 A~C노선이 지나는 지역이 집값 등락도 상대적으로 적을 전망이다. 대표 지역으로는 ‘양파고’ 3인방(남양주·파주·고양)이 꼽힌다.

파주는 지금까지 서울과 거리가 멀고 자족 기능이 떨어져 인기가 없던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대대적인 교통망 확충계획으로 신도시나 택지지구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GTX A노선이 완공되면 서울 도심까지 20~30분 이내로 대폭 단축된다”며 “각종 생활기반시설이 확충되면서 요즘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같은 이유로 A노선이 정차할 고양시 킨텍스역, 대곡역 주변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에서는 상대적으로 교통 소외지였던 은평구 연신내역 주변 부동산 수혜가 점쳐진다.

서울 동북권에서는 B노선과 C노선이 환승되는 청량리역 외에도 B노선이 지나는 망우역과 C노선의 광운대역, 창동역 등이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GTX가 일단 개통되면 역세권 접근을 위한 시내버스, 광역버스 교통망까지 확충 운행되는 만큼 이들 지역이 복합환승센터 기능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남양주의 경우 A~C노선 중 가장 사업이 느린 B노선 개통 지역이지만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통해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4·8호선 연장에 9호선 연장계획까지 발표되면서 호재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남양주 여러 지역 중 GTX 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은 평내호평과 마석이다. 별내, 다산 등 다른 남양주 택지지구는 이미 가격이 급등한 반면 두 지역은 아직 저평가됐다는 것이 전문가들 생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남양주는 여전히 저평가됐다”며 “평내호평이나 마석 주변 부동산 가격은 아직 많이 오르지 않아 GTX 호재 지역으로 눈여겨볼 만하다”고 분석한다.

[김경민 기자,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