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위상 재건할까..칸영화제 3년 만에 온전히 재개

이종길 2022. 5. 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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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과 도약..넷플릭스 영화 배제하고 틱톡 껴안아
경쟁부문에 스물한 편 가세, '브로커'·'헤어질 결심' 등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국제영화제가 3년 만에 온전히 치러진다. 17일(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하는 개막작(파이널 컷) 상영을 시작으로 열이틀 여정에 들어간다. 지난 두 차례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연기됐다. 다각적인 접근으로 명성 회복에 전념할 태세다. 여기에는 시네마 위상의 재건도 포함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을 배제해 영화관에 힘을 실어준다.

▲보이지 않는 다툼

칸영화제는 올해 넷플릭스 영화를 불러들이지 않았다. 모든 초청작은 영화관 개봉을 수반해야 한다는 규칙을 엄격히 적용했다. 프랑스는 홀드백(콘텐츠 부가 판권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유독 긴 나라다.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15개월이 지나야 OTT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재생될 수 있다. 후자가 우선인 넷플릭스는 마릴린 먼로의 삶을 그린 '블론드' 등의 출품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칸영화제는 아쉬울 게 없을 듯하다. 팬데믹으로 공개를 망설여온 영화들이 올해 한꺼번에 출품됐기 때문이다. 영화 시장의 역동적 흐름을 간과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과 손잡고 레드카펫, 인터뷰 등 다양한 영상을 송출한다. 별도로 단편영화제도 진행한다. 3분 이내 영상을 공모해 심사한다. 젊은 층을 끌어들일 포석이라 할 만하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황금종려상 향방은

경쟁부문에 합류한 영화는 스물한 편이다. 쟁쟁한 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포진했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겟돈 타임'을 비롯해 루카스 돈트 감독의 '클로즈',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미래의 범죄', 제르지 스콜리모우스키 감독의 'EO', 아르노 데스플레생 감독의 '형제와 자매', 알리 아바시 감독의 '홀리 스파이더', 펠릭스 반 그뢰닝엔·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의 '여덟 개의 산', 사에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 감독의 '포에버 영', 마리오 마르토네 감독의 '노스탤지아', 알베르트 세라 감독의 '패시픽션',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R.M.N.',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 클레르 드니 감독의 '정오의 별',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뤽)의 '토리와 로키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레오노르 세라이예 감독의 '엄마와 아들', 타릭 살레 감독의 '천국에서 온 소년',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차이코프스키의 아내' 등이다. 한국영화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영화 두 편이 동시에 경쟁부문에 합류하기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진출한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할리우드리포트 등 해외 주요 영화 매체들은 주목할 영화로 '헤어질 결심'과 '정오의 별', '아마겟돈 타임', '쇼잉 업' 등을 꼽고 있다. 심사위원장은 지난해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에서 주연한 프랑스 배우 뱅상 랭동이다. 배우 레베카 홀(영국·미국)·디피카 파두콘(인도)·노미 라파스(스웨덴)·재스민 트린카(이탈리아)와 감독 아시가르 파르하디(이란)·레드 리(프랑스)·제프 니콜스(미국)·요아킴 트리에(노르웨이) 등과 함께 수상작을 결정한다. 그는 "용기와 자유를 품은 미래의 영화들을 소중히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

▲한국영화의 위상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경쟁부문에 네 번째 가세한다. 앞서 진출한 작품은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2004)'와 심사위원상을 품은 '박쥐(2009)', '아가씨(2016)'다. '헤어질 결심'은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를 조사하면서 새로운 감정에 휩싸이는 이야기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주연했다. '브로커'는 '어느 가족'으로 2018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했다. 일본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나 한국 배우(송강호·강동원·이지은·배두나·이주영)들이 주연하고 영화사 집에서 제작한 한국영화다.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상치 못한 여정을 보여준다. 지난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송강호는 일곱 번째 칸의 부름을 받았다. 두 작품은 각각 23일과 26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인 '헌트'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20일 자정에 공개된다. 남파 간첩 색출에 나선 두 안기부 요원의 고군분투를 그린 첩보물이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태양은 없다(1999)' 뒤 약 20년 만에 호흡을 맞춰 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는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여고생 소희와 그의 발자취에 의문을 품는 여형사를 조명한 드라마다. 배두나와 김시은이 주연했다. 정 감독은 2014년 '도희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심사에는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여한다. 문수진 감독은 애니메이션 '각질'로 단편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김선영·오광록·박지민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프랑스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공개된다.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이비 추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프랑스로 입양된 20대 여성이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친부모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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