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安 출마..그들은 벌써 5년 후를 본다
이를 두고 찬성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반대하는 측도 있다. 당내 구성원 찬반을 떠나 두 정치인 입장에서 출마는 당연하다.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원내로 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내로 진출해야 정치적 미래가 나아지는 이유는, 현재는 둘 모두 당내에서 비주류기 때문이다. 주류가 아니기에 주류로 올라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원내 진출이 필수적이다. 두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당선이 쉬운 곳에 출마해 원내 입성을 도모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말이 많다. 두 사람의 원내 진출이 다시금 당내 권력 판도를 요동치게 할 수 있는 요인이고, 당연히 견제의 필요성을 느끼는 측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고문이 계양에 출마해 당선되면, 8월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 이 고문이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고 ‘야인’으로 있을 경우,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기란 매우 어려울 테다. 이 고문이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지 못하면 대권 도전 기회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등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김동연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 민주당 내에서 송 전 대표나 김 후보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탄탄해진다. 민주당이 이런 경쟁 구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쟁쟁한 인물들이 대권을 향해 서로 경쟁하면 흥행에도 도움이 되고, 선택지가 넓어져 지지층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고문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반길 이유가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고문은 더욱 원내에 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당권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이재명 고문은 이번 보궐선거 출마와 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동시에 맡았다. 본인이 원해서 맡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선대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이 고문 부담감은 상당히 커졌다.
일단, 이 고문이 출마한 인천 지역 전체의 판세부터 좋지 않다.
5월 4일 발표된 MBN-리얼미터 여론조사(5월 2일부터 3일까지 인천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8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는 46%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박남춘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3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기는 하지만, 유정복 후보가 6.5%포인트 앞섰다. 한마디로 인천시장 선거는 안갯속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재명 고문 출마가 인천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국민 입장에서는 관전 포인트지만, 선거를 지휘하고 책임져야 할 이 고문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고민’ 포인트다. 만일 본인은 당선되지만 인천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하기라도 하면, 이 고문 입장은 난처해질 수 있다. 여기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하기라도 하면 이 고문은 설사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 해도,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대권을 향한 가도는 더욱 험난해진다.
지방선거 전국 판도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대한 여론 악화는 검수완박 관련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사실과 관련이 있다. 한국갤럽이 5월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응답률 11.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검수완박 관련법 국회 통과에 대해 47%가 ‘잘못된 일’, 36%가 ‘잘된 일’이라고 응답했다. 검수완박 처리에 대한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 더구나 검수완박에 대해 관심이 없던 국민도, 민주당의 단독 강행 처리를 보면서 현재 자신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는 임대차 3법의 강행 처리를 떠올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을수록 민주당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여기다 민주당이 이번에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21대 국회 후반기에도 자신들이 갖겠다고 나서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노무현 정권 때부터 야당 몫이었다. 그런데 지난 21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여당임에도 자신들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수적 우위로 밀어붙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야당이 되니 “전통적으로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법사위원장을 맡아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자신들이 또 갖겠다고 나섰다. 덧붙여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합의를 파기한 것을 들며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새 정부 발목 잡기라는 여론까지 더해지면, 이재명 고문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테다. 북한에 의한 한반도 위기지수는 높아만 가는데 총리 인준을 해주지 않아 내각 구성에 차질을 빚으면, 이 또한 여론 악화의 좋은 소재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에서 패하기라도 하면, 책임론은 이재명 고문에게 향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권 가도에 먹구름이 낀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재명 고문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 보인다. 물론 안철수 위원장도 출마가 경기도 판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본인의 정치적 미래와 직결된다. 그런데 경기도지사 판세를 놓고 보면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지난 5월 2~3일 양일간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4일 발표한 여론조사(응답률 6.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47.9%의 지지율을,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38.8%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이재명 고문과 안철수 위원장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이 출마한 ‘지역구’는 비교적 선거 승리에 유리한 곳이지만, 지역구가 속해 있는 광역 판세는 안갯속이라는 공통점이다. 이런 공통점은, 이들이 ‘안전한 지역’에 출마하려 했다는 비판을 일정 부분 희석시킬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선은 차기 대권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선거다. 물론 5년 후의 일이지만, 대권에 도전할 뜻이 있는 이들에게는 5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지방선거 결과가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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