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도 K컬처 붐.. 동료 무용수도 한국방문 기대하죠"
7월 28~29일 롯데콘서트홀 갈라
"다채롭고 매력적인 레퍼토리 구성"
“늘 파리오페라발레 동료들과 함께 한국에 오고 싶었어요. 7월 공연을 앞두고 벌써 설레요.”
지난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이 된 발레리나 박세은이 15일 전화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는 7월 28~2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 출연한다.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는 지난해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에투알이 된 이후 처음으로 갖는 박세은의 고국 무대다. 혼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한국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박세은이 발레단 동료들과 단체로 내한하는 것도 처음이다. 박세은은 “발레단 무용수들이 첫 한국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K팝, 한국 영화와 드라마, 한식 등 한국 문화가 붐이라 무용수들도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에투알 5명과 프리미에르 당쇠르(제1무용수) 3명 등 무용수 10명과 피아니스트, 발레 마스터까지 총 12명이 내한한다. 국내에선 올해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인 첼리스트 문태국이 함께한다.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의 프로그램은 박세은이 중심이 돼 구성됐다.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 ‘로미오와 줄리엣’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중 파드되(2인무), 롤랑 프티 안무 ‘랑데부’, 조지 발란신 안무 ‘한여름 밤의 꿈’의 디베르티스망 파드되, 제롬 로빈스 안무 ‘인 더 나이트’, 알리스테어 메리어트 안무 ‘달빛’, 크리스토프 윌든 ‘애프터 더 레인’ 등 고전부터 컨템포러리까지 다양한 레퍼토리가 포함됐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제가 한국에 꼭 소개하고 싶은 파리오페라발레 레퍼토리를 고른 뒤 발레단에서 그 춤을 출 수 있는 무용수들을 섭외했습니다. 공연 장소가 오페라극장이 아닌 콘서트홀이어서 의아하실 수 있는데, 지난해 롯데콘서트홀을 둘러보고는 레퍼토리와 어울린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빈야드 구조가 무대를 감싸고 있는 형태라 좋았어요.”
박세은은 이번 갈라에서 ‘인 더 나이트’의 제1커플,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파드되, 솔로춤 ‘빈사의 백조’에 출연한다. 가장 규모가 큰 레퍼토리인 ‘인 더 나이트’는 쇼팽의 녹턴(Op.27 No.1, Op.55 No.1·2, Op.9 No.2) 라이브 연주에 맞춰 세 커플이 ‘젊은 연인’ ‘행복한 결혼 생활’ ‘이별을 앞둔 동반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라이브 피아노 음악에 맞춰 파드되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국내에선 2010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공연에서 초연된 걸 제외하면 전체가 공연된 적이 없다. 발레리노 폴 마르크와 함께 ‘젊은 연인’으로 나서는 박세은은 “‘인 더 나이트’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라면서 “한국 관객에게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들이 추는 2인무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박세은이 지난해 6월 10일 에투알로 지명됐을 때의 작품으로 의미가 깊다. 박세은은 당시 파트너였던 마르크와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발코니 파드되를 춘다. 첼로 연주에 맞춰 추는 ‘빈사의 백조’는 죽어가는 백조의 날갯짓과 삶을 갈망하는 몸부림을 애잔하게 담아낸 춤으로 발레리나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박세은은 “코로나19 이후 극장이 문을 닫으며 생긴 시간에 ‘빈사의 백조’를 연구해서 나만의 버전을 만들었다”며 “내 ‘빈사의 백조’는 죽어가는 모습이 마냥 슬프고 괴로운 마지막이 아니라 평온하고 고요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에투알이 된 이후의 변화를 묻자 박세은은 “춤에 대해서는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춤을 배우고 무대에 서는 것이 내겐 가장 즐겁다”면서 “다만 예전보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제안을 받게 돼 좀 바빠지긴 했다”며 웃었다. 박세은은 한국 발레의 예술성을 프랑스 등 세계에 알린 공로로 지난해 인촌상, 올해 한불문화상을 받았으며 국제백신연구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아직도 프랑스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거의 매번 아시아인 최초 에투알이 된 소감을 묻곤 합니다. 제가 (순혈주의로 비판받던) 파리오페라발레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심스러워지고 책임감이 커집니다. 발레를 포함해 예술에서 발전을 저해하는 장벽들은 계속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부터 박세은을 포함해 파리오페라발레 단원 모두에게 변화가 생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프랑스 투어를 왔다가 난민이 된 키이우 시티 발레단 무용수들이 가르니에 극장에서 함께 발레 클래스를 하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8일 키이우 시티 발레단과 파리오페라발레단의 합동 갈라 공연에는 박세은도 참여했다. 박세은은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 무용수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우리와 클래스를 하며 지내고 있다”며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길 우리 모두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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