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인시녜

김정용 기자 2022. 5. 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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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 인시녜(나폴리).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나폴리의 전설적 공격수 로렌초 인시녜가 홈 팬들에게 작별인사하며 여러 번 눈물을 삼켰다. 관중들도 흐느끼며 인시녜를 떠나보냈다.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2021-2022 이탈리아 세리에A 37라운드를 치른 나폴리가 제노아에 3-0 승리를 거뒀다. 인시네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나폴리 경력을 일단락 짓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토론토에 입단할 예정이다. 마지막 홈 경기였다.


나폴리 토박이인 인시녜는 유소년팀에서 배출돼 2012년부터 1군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키가 163cm에 불과하지만 창의적인 드리블과 정확한 오른발에서 나오는 슛과 패스로 세리에A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 전문 윙어인 인시녜를 주전으로 기용한다는 건 팀이 공격적인 축구를 한다는 뜻이었다. 나폴리의 남다른 축구 스타일을 상징하는 선수였으며, 이탈리아 대표팀도 인시녜를 주전으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무관의 세월을 끝내고 유로 2020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인시녜는 마지막 날 나폴리 역대 최고 선수 순위에서 한 계단 올랐다.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차기 전 선수들이 페널티 지역 안으로 들어온 덕분에 다시 차 넣었다. 이 골로나폴리 통산 122골을 기록, 마렉 함식의 121골을 한 골 차로 제치고 역대 2위가 됐다. 역대 1위는 단짝이었던 동료 공격수 드리스 메르턴스다. 4위는 115골을 넣은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다.


경기 전 인시녜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인시녜가 입장할 때 동료들이 도열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메르턴스와 칼리두 쿨리발리가 액자를 선물했다.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 회장이 기념패를 건넬 때는 '재계약을 했어야지'라는 의미의 야유가 관중석에서 터져나오기도 했다.


준비해 온 작별인사를 경기 전 읽을 때, 관중 상당수가 흐느끼며 이별의 아쉬움을 나눴다. 인시녜는 "아시다시피 난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는데, 그의 말대로 딱히 특별한 표현은 없었지만 "작별은 언제나 씁쓸하지만 이번엔 유독 심하다. 나폴리를 떠난다는 건 내 터전을 떠나는 것과 같다"며 진솔한 마음을 전했다.


팬들은 관중석에 대형 걸개를 걸어 화답했다. 인시녜는 두 아들을 위해 걸개를 가리키기도 했다. 팬들은 '당신의 유니폼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무게가 있다. 그 유니폼을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창의성, 용기, 품위, 우리 도시에 대한 사랑을 담아 입고 뛰었던 유니폼이다'라는 긴 문장을 대형 걸개에 적었다. 다른 걸개는 '꿈꾼 것보다 적은 성과에 그치면서 모욕을 당하고 폄훼 당했지만 우리만큼은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 것이다'라며 우승 가능한 팀으로 이적하지 않고 의리를 지킨 인시녜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작별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건 토마소 스트라체였다. 나폴리 훈련장에서 장비 담당관 겸 바리스타로 1977년부터 일해 온 전설적 직원이다. 마라도나부터 인시녜까지 모두 가까이에서 도운 사람으로 유명하다. 스트라체가 인시녜를 꼭 끌어안았다.


경기 후에도 홈 구장의 육상트랙을 돌면서 팬들에게 일일이 인사했다. 인시녜는 경기 후 'DAZN'을 통해 "날 위해 경기장을 찾아 준 모든 팬들께 감사드린다. 나폴리 사람으로서 너무나 기쁘다. 나폴리는 내 집이다. 가능한 빨리 돌아오겠다.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오늘 팬들이 보여주신 사랑을 언제나 간직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도시와 이 유니폼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살다보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구단과 함께 결정한 일이라 아무런 문제는 없다. 나도, 구단도 만족한다"며 재계약이 불발돼 다른 리그로 떠나긴 하지만 갈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로렌초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마법사다.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로베르토 바조, 프란체스코 토티와 같은 선수다"라며 이탈리아의 위대한 공격수들과 같은 반열에 인시녜를 올렸다. 또한 "그런 선수들은 전술교본에 없는 해결책을 감독에게 제시해 준다"며 감독에게 인시녜가 특별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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