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확진자 62만명에도 무뎌져..외식 회복 3월부터 시작됐다

정진호 2022. 5. 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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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장모(30)씨는 최근 들어 매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장씨는 “지난해 말부터 매출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3월부터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엔 거리두기 해제로 회식까지 늘면서 장사가 확실히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확진자 60만명대에도 외식 ‘훈풍’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건 지난달 18일이지만, 식당·주점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자의 매출 증가는 이전부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인 소상공인 매출 회복이 거리두기 해제 전부터 이뤄졌다는 뜻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빅데이터 활용 외식업 경기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 3월 음식점 매출액은 전월보다 18.3%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건수는 19.3% 증가했다. 이는 배달앱 매출은 제외한 결과다. 3월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62만명(3월 16일)을 넘어서는 등 역대 가장 확진자가 많이 나왔지만, 외식업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 경기는 회복세를 보였다는 통계다.

2월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명 밑으로 나오기도 하는 등 3월과 비교하면 확진자가 월등히 적었던 때다. ‘코로나 확진자 증가=매출 감소’라는 공식이 3월 들어 깨졌다는 의미다.


유흥주점 매출 26% 이상 늘었다


특히 주점 등 유흥업종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3월 일반유흥주점·무도유흥주점은 매출액이 각각 전월 대비 26%, 45.8% 늘었다. ‘밤 영업’이 제한된 데다 ‘2차’ 문화까지 거의 없어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유흥업종 매출 회복이 거리두기 해제 전부터 나타났다는 얘기다. 이들 업종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매출이 늘었다. 가벼운 2차 장소로 선호되는 생맥주 전문점 매출 증가 폭은 전월 대비 58.2%에 달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거리가 저녁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팬데믹 장기화에 무뎌진 시민들


‘팬데믹(pandemic)’ 장기화로 감염에 대한 공포가 옅어지면서 외식 기피 현상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립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거리두기가 곧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겹쳐 외출을 줄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3월 1일부터 백신 접종이나 음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역패스가 해제된 게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QR코드를 통한 인증이나 방역패스 부담이 사라지다 보니 확진되더라도 동선이 파악될 것이란 우려가 줄었다. 소상공인 매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의 자료를 봐도 전년 대비 소상공인 매출은 60만명대 일일 확진자가 나온 3월 중순에만 1% 미만으로 감소했을 뿐 증가세를 보였다.


거리두기 해제 후 매출 계속 늘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만큼 자영업 경기 회복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도 초읽기에 들어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2차 추경 통과로 소상공인 1인당 최소 600만원의 손실보전금까지 지급될 예정이다. 소상공인은 매출 회복과 지원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2년여간 움츠러들었던 모임과 회식까지 재개되면서 외식업에 ‘봄’이 왔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거리두기 해제 후부터 전년 대비 소상공인 매출 증가율은 13.7%(1주차, 4월18~24일)·16.6%(2주차, 4월25일~5월1일)·19.7%(3주차·5월2~8일)로 계속 늘고 있다.

직장인들의 회식이 늘면서 음식점ㆍ노래방 등의 야간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4월18일부터 5월8일까지 3주간 서울 지역 음식점 및 여가서비스업 오프라인 가맹점의 야간 시간대 하루평균 매출액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제한한 시기(지난해 12월18일∼올해 2월18일) 대비 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야간 매출 건수 증가율은 44%였다.

이는 노래방·게임방 등 17개 여가서비스업과 음식점의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2시 시간대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야간 매출액도 크게 증가


지역별로 보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야간 매출 건수가 오후 9시 영업 제한 시기 대비 198% 증가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대와 30대의 증가율이 각각 209%·240%에 달해 이들의 소비가 이 지역의 야간 시간대 매출 증가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중구 필동(96%), 성동구 사근동(89%), 성북구 안암동(86%) 등 대학가 주변 지역의 야간 매출 건수 증가율도 다른 지역 대비 높았다. 거리두기 해제와 더불어 새 학기 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되면서 대학 상권도 살아난 것으로 KB국민카드는 분석했다.

종로구 부암동ㆍ삼청동ㆍ청운효자동 등 청와대 인근 동들의 증가율도 서울 232개 동 가운데 상위 30권에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커피전문점, 한식ㆍ백반 식당, 제과점, 전시관 등의 업종이 주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KB카드는 전했다.


매출 회복했지만…“식재료 부담 커져”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지역별 편차는 있겠지만 외식업의 4월 매출은 연초보다 20% 내외로, 5월엔 그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만 보면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식재료·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 소상공인 부담은 여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삼희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특히 법인 외식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며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크게 증가했지만 거리두기 완화, 계절요인에 따른 외부 활동 증가로 인해 외식경기는 전반적으로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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