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첫 번째 비상장 보고서 '로스비보(RosVivo)'..빅파마 러브콜 받는 당뇨 시장 루키

김기진 2022. 5.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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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비상장 기업 분석 강화에 공을 들인다. DB금융투자는 2019년부터 ‘투자의 시대 비상장 기업’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발간을 시작한 ‘케이비 비상장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해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을 다뤘다. 삼성증권은 국내는 물론 해외(미국) 비상장사까지 영역을 넓히며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키움증권도 뛰어들었다. 4월 29일 바이오벤처 로스비보(RosVivo)를 분석한 리포트를 냈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작품이다. 개인투자자 점유율이 높은 키움증권이 비상장 분석 1호로 낙점한 기업인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키움증권이 첫 번째 비상장 기업 보고서 주인공으로 로스비보를 낙점했다. 로스비보는 miRNA 기반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다. 사진은 노승일 로스비보 설립자 겸 최고과학담당자(CSO, 오른쪽 첫 번째)와 연구진. (로스비보 제공)

▶당뇨 근본적 치료 방안 제시

국내외 기업서 협업 요청 이어져

기존 치료제 특허 만료도 호재

로스비보는 2021년 3월 설립된 신약 개발사다. 미국 네바다주에 본사를 뒀다. 노승일 네바다주립대 의과대학 교수가 설립했다.

로스비보 주력 파이프라인은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을 활용한 당뇨 치료제다. miRNA는 아주 작은 RNA다.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생성을 조절한다. 다양한 질환을 진단, 치료할 수 있는 물질로 주목받는다. 로스비보는 miRNA 기반 당뇨 치료제 후보물질 ‘RSVI-301’을 보유했으며 전임상 독성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3년 중순~하반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당뇨 외에 비만, 비알코올성지방간(NAFLD), 위장장애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최근 당뇨 시장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치료제를 주로 쓴다. 주요 GLP-1 수용체 작용제 치료제 대부분은 2026~2030년 특허가 만료된다. 특허 만료 후에는 제네릭(복제약)이 나오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만큼 글로벌 제약사 사이에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빅파마와 파트너십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등 세계적인 제약사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 발을 들이며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보탰다.

실제 로스비보는 설립된 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난 신생 기업이지만 벌써부터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초정밀 장비, 의료로봇 기업 넥스턴바이오가 지난해 5월 550만달러를 로스비보에 투자하고 지분 50%를 취득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로스비보는 중국 제약사와 기능성 위장장애 치료제 공동 개발, 기술수출을 위한 기밀유지협약(CDA)을 체결했다. 이어 한 글로벌 제약사와도 당뇨병 치료제 공동 개발, 기술수출 CDA를 체결했다. 2021년 말에는 유전체 분석, 진단 등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마크로젠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해 2월에는 또 다른 글로벌 빅파마와 당뇨,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물질이전계약(MTA)을 맺었다. MTA는 라이선스 아웃을 위한 과정이다. 회사가 개발한 물질의 효능과 연구 결과를 실험을 통해 검증하기 위해 상대 회사에 물질을 전달하고자 체결하는 계약이다.

기술력과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리스크 요인도 물론 있다. 무엇보다 임상 실패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언급된다. 신약 개발은 성공 확률이 낮다.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당뇨 치료제 임상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해야 한다. 3상에서 환자 6000~1만명 이상을 모집해야 하며 기존 치료제보다 월등하게 우위성이 있음을 비교 임상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장기 복용으로 심혈관 안전성 등도 점검하기 때문에 비용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단위까지 들어갈 수 있다. 도전이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허 애널리스트는 “노승일 박사가 연구 노하우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연구개발로 이어지는 장점이 있지만 신변에 변화가 생긴다면 사업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인터뷰 | 노승일 로스비보 설립자 겸 CSO

비만 등 적응증 확대…최종 목표는 인류 건강 기여

노승일 로스비보 설립자는 1990년대 초 원광대에서 분자생물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캘리포니아주립대 새크라멘토캠퍼스에서 생명과학 석사, 네바다주립대 리노캠퍼스에서 분자세포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네바다주립대 의과대학에서 생리학·세포생물학 박사후과정, 연구조교수 등을 거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로스비보에서는 최고과학담당자(CSO·Chief Scientific Officer)를 맡았다. 20여년 동안 당뇨성 소화장애와 miRNA 관련 연구를 하며 노하우를 쌓은 전문가다.

Q 주력 파이프라인이 당뇨 치료제다. 기존 치료제와 어떤 점이 다른가.

A 당뇨병은 췌장 베타세포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생긴다. 베타세포는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을 만든다. 베타세포에 문제가 있으면 인슐린 생성에 차질이 생기고 혈당수치가 높아져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시판되는 치료제 대다수는 혈당을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둔다. 대증적 치료일 뿐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로스비보 약은 베타세포 기능을 회복시킨다. 부작용도 적다. 기존 치료제는 당분 흡수를 막거나 식욕을 억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메스꺼움, 구토, 소화장애 등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많다. 베타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약은 이 같은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편의성도 뛰어나다. 지금 시장에서 판매되는 치료제는 보통 하루에 한 번이나 일주일에 한 번 투여 혹은 복용해야 한다. 로스비보가 개발 중인 약은 6개월에 2번, 1년에 4번만 투여하면 된다.

Q 비알코올성지방간, 비만 등 적응증을 확대하는 연구도 진행 중인데.

A 비알코올성지방간을 치료하려면 지방세포를 없애고 염증 반응을 줄여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를 막아야 한다. 염증제가 처방되는 사례가 종종 있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다. 로스비보는 RSVI-301을 세 가지 이슈를 모두 해결하는 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 비만 부문에서는 동물 실험에서 식이조절이나 운동 없이 체중을 4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초기 성과가 긍정적이다.

Q 렘데시비르, 팍스로비드 등 글로벌 제약사가 만든 코로나19 치료제가 이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로스비보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경쟁력이 있을까.

A 당뇨 환자에 특화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려고 한다. 당뇨병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리면 중증 혹은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대로 코로나19 감염자는 당뇨병 진단을 받을 확률이 비감염자에 비해 높다. 일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이 아니라 코로나19와 당뇨를 함께 치료하는 특화된 약을 내놓는다면 수요가 있을 것이라 본다.

Q 앞으로 목표는.

A 기업공개(IPO)를 생각하고 있다. 당뇨 치료제 임상 1상이나 2상을 마친 후 미국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과학자로서 인류 건강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로스비보가 만든 약이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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