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면 무조건 부자?.."'서학 불개미' 사실상 원정도박"

배성재 2022. 5. 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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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QQQ, 지난주에도 2천억 원 순매수
"레버리지 저가매수 타이밍"
고위험 '불개미' 된 서학개미
"당분간은 보수적 접근 필요"

[한국경제TV 배성재 기자]

'서학개미'는 이제 '서학 불개미'가 됐다.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시장 급락에도 꾸준히 고위험 종목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주요국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이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레버리지 대명사 TQQQ, 지난주에도 '풀매수'

해외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의 대표격인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이른바 TQQQ만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자. TQQQ는 올해 서학개미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매수액에서 매도액를 뺀 '순매수결제금액'은 올해만 16억 802만 달러, 우리돈 2조 500억 원에 달한다.

매수액 기준으로 보면 숫자는 더 어마어마하다. 이 종목의 작년 매수액은 46억 1,800억 달러인데, 올해는 60억 4,128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 해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아 작년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작년 매수액 2위 종목이었던 애플(58억 달러)도 추월한 기록이다. 심지어 최근 매수세가 꺾이지도 않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주에만 1억 7,102억 달러, 우리돈 2,17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증시가 요동쳐도 요지부동이다. 참고로 TQQQ의 올해 첫 주(1월 3일~7일) 순매수액은 고작 1,823만 달러, 우리돈 약 230억 원에 그쳤었다.

● 다른 레버리지ETF도 매수 상위권

서학불개미들은 다른 해외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들도 '풀매수' 중이다. 순매수 3위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셰어스(SOXL)' ETF, 일명 '속쓸이'의 올해 순매수액은 12억 5,483만 달러(1조 6천억 원)에 달한다. 순매수 10위에는 'BMO 마이크로섹터 FANG 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BULZ)' ETN(1억 5,700만 달러, 2천억 원)이 이름을 올렸다.

'중학개미'도 레버리지 상품을 쫓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에 상장되어 있지만 중국 인터넷 기업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CSI차이나 인터넷 불 2X(CWEB)'도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5,600만 달러(약 700억 원) 순매수한 종목이다. 순매수 순위는 33위. 이 ETF는 관련 지수를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 -80%까지 빠져도 'Buy'…왜 사모으나

이들 레버리지 상품들의 연초 대비 손실은 엄청나다. TQQQ만 해도 올해 첫 장이 열렸던 1월 3일 85.57달러까지 갔던 가격이 지금은 31.63달러(13일 기준), 무려 -57.68% 반 토막이 났다. SOXL도 연초 71.07달러에서 22.49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BULZ는 더 심각하다. 29.52달러에서 6.08달러로 무려 -80% 가까이 가격이 빠졌다. CWEB의 손실률도 -76.05%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지금이 TQQQ 저가 매수 기회"라는 글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막대한 손실률에도 레버리지 ETF를 사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장은 필승', 'TQQQ 장기투자는 무조건 부자를 만들어준다' 식 투자가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국내 ETF사업 임원은 "미국 주식은 국내 주식에 비해 오래만 들고 있다면 무조건 수익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일종의 원정도박 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 증시가 반짝 반등을 했지만 여전히 주요 투자은행에선 비관적인 주가 전망이 우세하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S&P가 단기간 3,700선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4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확률이 66%"라고 말다.

최보원 한국투자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확실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길게는 나토정상회의가 있는 6월 말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을 이어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가격제한폭도 없는 미국 증시 투자에 '투자주의보'가 내려진 셈이다.

국내에서는 장기투자가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인지, 아니면 원금손실의 쓰라림을 만회하려는 '물타기'인지 현재로선 구분하기 어렵지만 "왜 레버리지 10배짜리는 없냐?"는 식의 지나친 공격적인 투자가 위태로워 보인다.

배성재기자 sjb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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