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물가에 '빅스텝' 가능성 열었다.."5월 금리인상 확실시"

이창용 "빅스텝 배제 단계 아냐"
채권 시장 출렁, 한은 진화 나서
"기준금리 연내 2.25%↑"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시장에서는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창용 총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찬 회동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데이터 등이 불확실해 앞으로 미국의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지 않다”며 “물가와 성장률이 얼마나 더 변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지난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한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4%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빅스텝을 단행할 여지를 열어뒀다는 해석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일(현지시간) 빅스텝을 통해 기준금리를 0.25~0.5%에서 0.75~1.0%까지 올렸다. 빅스텝 단행은 22년만이다. 연준은 더 나아가 연내 2~3차례 빅스텝을 시사했다. 미국이 두 번만 빅스텝을 단행하면 한미간 금리 역전이 일어난다.

이 총재의 발언에 채권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17bp가 치솟으며 3%대를 넘어섰다. 국채 3년물 금리가 3%대로 오른 것은 4거래일 만이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최근까지 3%대를 유지하다 지난 11일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 없는 추경 편성 공식화에 2% 후반대로 내려간 바 있다. 이날 10년물 금리와 5년물 금리도 각각 3.3%, 3.2%대에서 등락중이다.

이에 한은은 조찬 회동이 끝난 후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이 원론적이지만 강한 매파적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판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 내용은 원론적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연내 기준금리가 2.25% 수준에서 형성될것이라는 기대감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한은에서 수습에 나섰지만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금리 상승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발언으로 5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확실시 되는 분위기”라며 “추가 정보가 들어오기 전까지 시장에서는 7월 빅스텝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에서 6명의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점도 긴축 기조에 힘을 싣고 있다. 금통위는 이달을 포함해 7월과 8월, 이어 10월과 11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를 진행한다. 기준금리가 연 2.25% 수준이 되려면 현 1.5%에서 0.25%p씩 최소 3번 이상을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