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오비·하이트진로 비켜"..가정 시장 넘어 유흥시장 공략

임유정 2022. 5. 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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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포트폴리오 전면 확대
신제품 '제주라거 프로젝트 001' 출시
오랫동안 변함없는 라거 시장에도 도전
선택지 다양..경쟁업체, 반신반의 분위기
제주맥주 문혁기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제주맥주

국내 수제맥주 점유율 1위 '제주맥주'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비약을 꿈꾸고 있다. 에일 맥주를 넘어 이번에는 라거 맥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혼술·홈술 중심의 가정 시장에 더해 유흥시장까지 접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제주맥주는 신제품 ‘제주라거 project 001’을 선보였다. 제주맥주가 라거 제품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드러우면서 역동적인 청량함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가격대는 시중 수입 라거 수준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향후 2개 이상의 라거 신제품을 더 출시할 예정이다.


김배진 제주맥주 최고생산책임자(CPO)는 “한국 라거 시장은 수십년 전 대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제품에 머물러 있다”며 “라거 시장에 신선한 균열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제주맥주는 2017년 8월 출범해 론칭 3년 만에 전국 5대 편의점 입점에 성공한 회사다. 2017년부터 연평균 147.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0년에는 3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테슬라 특례 상장을 통해 수제맥주 업체 중 처음으로 코스닥에 입성하기도 했다.


제주맥주는 그동안 크래프트(수제) 맥주 시장에 집중해 왔다. 2017년 이 시장에서 5.1%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2020년 28.4%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수제맥주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성장한 배경은 다양하다. 지난해 주류 과세체계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고, 주류 제조업체가 다른 제조업체 시설을 이용해 위탁생산(OEM)을 할 수 있게 허용되는 등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되면서다.


그러나 단시간 수제맥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처 확보가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등 과당경쟁으로 이어졌고 주류 생산에 대한 진입장벽 역시 낮아지면서 출시됐다 금세 사라지는 제품이 수두룩해지는 비극을 낳았다.


이 가운데 제주맥주는 ‘제품력’에 집중해 왔다. 브랜드 콜라보 등 외형만 바꾸는 굿즈형 맥주 생산은 지양하고, 맥주 본연의 맛에 집중해 제품을 선보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는 이 노하우를 라거 맥주에 쏟는다는 계획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제주맥주는 늘 시장의 혁신을 이끌어온 개척자 역할을 했다”며 “에일 대중화, 에일 대표 회사로 로드맵 첫 단계의 단추를 잘 끼웠고, 이제 오랫동안 변함 없던 라거 시장에 도전장을 낼 때라고 생각해 이 시장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맥주 시리즈 ⓒ임유정 기자

제주맥주의 야심찬 움직임에도 주류업계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긴장은커녕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신제품 라거 맥주를 전면에 앞세워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지만, 업계서는 성공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는 눈치다.


카스와 테라 등 국내 주요 맥주들이 선점해 있는 유흥채널에서 경쟁자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정된 매대에 술을 넣고 빼는 싸움인데 소주 맥주와 같은 유흥 시장은 생각보다 보수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주류는 지방으로 갈수록 신제품에 대한 저항력이 크다. 쉽게 말해 ‘먹던 술’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MS(시장점유율) 1% 올리려면 100억원이 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시장 공략은 어렵고도 치열하다.


다만 제주맥주의 라거맥주 시장 진출로 올 여름 맥주 시장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최근 주류업계 빅3 업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시작했고, 신세계L&B 역시 이 시장에 본격 발을 들인 바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라거 신제품 출시를 통해 유흥을 두드린다는 것 자체가 기존 수제맥주가 갖고 있던 차별점 대신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수제맥주의 아이덴티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류 도매사, 식당, 술집 등의 경우, 기존 맥주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회전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새로운 제품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카스와 테라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의 유흥 입점이 적은 이유가 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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