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추경호號⑥] 수출로 키워낸 경제, 다변화 못 하면 '풍전등화'

장정욱 2022. 5. 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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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이 GDP 73% 차지..'무역강국'
전체 무역 가운데 미·중 40% 넘어
요소수 사태 교훈..무역 다변화 절실
윤 정부 신남방·신북방 정책이을 필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시스

우리나라 수출이 연일 최고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2020년 11월 이후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 강국 면모를 뽐내는 중이다.


역설적으로 수출이 ‘역대급’ 실적을 자랑할수록 전문가들 우려는 깊어진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곡물 등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 무역이 가진 근원적 위험에 관한 문제 제기로,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무역 다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세계 경제가 한 덩어리로 얽힐수록 자원이 곧 무기인 시대가 된다고 말한다. 단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실상 세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주요 강대국의 강도 높은 경제 압박에도 거침없이 전쟁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천연가스와 석유라는 자원 덕분이다.


별다른 자원 없이 10대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술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누벼왔다. 정보통신기술(IT)과 반도체, 자동차 등 기술집약 산업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빈곤한 자원과 크지 않은 내수 시장은 우리 기업들이 대외 무역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이자 오랜 우방인 미국,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은 우리 수출입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한다. 지나치게 미국과 중국에 집중한 상황이 위험 요소다. 통계청 e-나라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율은 2020년 기준 72.9%에 달한다. 1990년 53.0%보다 19.9%p 늘었다. 30년 사이 37.5% 증가한 셈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나라별 수출입 비중을 살펴보면 대(對)중국은 1990년 0.9%에서 2020년 25.9%로 늘었다. 미국은 1990년 29.8%에서 2010년 10.7%까지 감소했다가 이후 지속 증가해 2020년 14.5%로 늘었다.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우리 무역의 40.4%를 차지한다.


반면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감소 추세다. 일본은 1990년 19.4%에서 2020년 4.9%까지 줄었다. EU 또한 1990년 13.6%에서 2020년 9.3%로 감소했다. 수출입이 미국과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 수출입 의존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는 그만큼 높은 위험을 안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른바 ‘G2 리스크’다.


G2 리스크는 이미 현실이 됐다. 지난 2017년 미국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부당 무역관행을 조사, 이듬해 중국산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조치에 중국은 3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수입품(돈육 등)에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이후 지금까지 양국은 무역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미중 무역분쟁은 곧바로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했다. 양국의 힘겨루기로 국내 산업이 3조9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산업통상자원부 의뢰를 받아 연구한 ‘미·중 통상분쟁에 따른 한·중 통상구조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추가 관세 정책으로 한국의 대미·대중 수출 감소액이 최대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산업 피해 규모는 최대 3조9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적용으로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엇나갔다. 우리나라 제품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8년 8.4%에서 2019년에는 오히려 8.0%로 0.4%p 줄었다.


5G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미·중 기술 분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또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대중 수출의 47%를 차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무역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거대 공룡 국가의 다툼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위험의 분산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물론 역대 정부에서도 수출 다변화를 위한 시도를 계속했으나 성과는 도드라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신북방, 신남방 시장 개척 역시 마찬가지다. 역대 최고 수출과 무역 다변화 등의 소기의 성과는 있었으나 그 전체 무역 대비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KIEP 보고서는 “미·중 마찰이 장기화·상시화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와 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수출시장의 다변화와 핵심 시설의 국내 복귀 정책 등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문병기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 또한 “미·중 무역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리스크를 줄이려면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시 정보 제공 등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출항 추경호號⑦] 잠재성장률 ‘0%’…자본·노동 생산성에서 출구 찾는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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