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기반한 '7명 연쇄살인범' 이야기, 당신의 판단은?

양형석 입력 2022. 5. 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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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샤를리즈 테론의 열연 돋보였던 <몬스터>

[양형석 기자]

중학생에 불과하던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한 김혜수는 지천명이 훌쩍 넘은 시간까지 30년 넘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최고의 여성배우 중 한 명이다. 사랑스러운 연기부터 코믹한 연기, 섹시한 팜므파탈 연기까지 김혜수의 연기 스펙트럼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을 통해 소년형사합의부의 심은석 판사를 연기하며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기도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배우의 대명사인 김혜수가 연기는 물론 외형적으로도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작품이 있었다. 바로 지난 2015년에 개봉했던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통칭 '엄마'로 불리는 사채업자 대모를 연기한 김혜수는 특수분장을 통해 흰 머리와 거친 피부, 심지어 뱃살 분장까지 만들며 사채업자 보스로 완벽 변신했다(그리고 차기작 <시그널>에서는 다시 15년 차 베테랑 형사 차수현을 연기했다).

<차이나타운>의 김혜수처럼 배우들 중에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하기 위해 아름다운 미모까지 기꺼이 포기하는 배우들도 적지 않다. 모델 출신으로 데뷔 초기부터 빼어난 미모로 주목 받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배우 샤를리즈 테론 역시 2003년 영화 <몬스터>에서 연쇄살인범이 된 퇴물 매춘부 에일린 워노스로 완벽하게 변신하는 열연을 펼치며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몬스터>는 7명을 살해했던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 무비즈엔터테인먼트
 
연기력과 흥행파워 겸비한 여성배우

남아공 요한네스버그에서 성장하던 테론은 16세가 되던 해, 이탈리아의 지역 모델 콘테스트에서 입상하면서 모델 일을 시작했다. 사실 테론의 진짜 꿈은 발레리나였는데 무릎부상으로 발레를 할 수 없게 되자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미국 LA로 이주해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슈퍼스타 톰 행크스가 연출한 <댓 씽 유 두>에서 티나를 연기하며 배우로 데뷔한 테론은 코미디, 스릴러, 멜로, SF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모델 출신의 예쁜 배우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테론은 2003년 대단히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영화 <몬스터>에서 1년 동안 7명의 남자를 살해한 여성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를 연기한 테론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아름다운 외모를 포기했다. 몸무게를 15kg이나 늘리고 눈썹을 밀고 틀니를 끼우고 로션조차 바르지 않고 피부를 망가트리는 노력을 한 테론은 에일린 워노스로 변신해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테론이 주연은 물론 제작에도 참여한 <몬스터>는 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5800만 달러라는 예상 외로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그리고 테론은 <몬스터>를 통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골든글러브, 미국배우조합상 등 무려 7개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미모와 연기력,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열정까지 겸비한 최고의 배우로 떠올랐다.

2005년에는 미국 최초 성희롱 승소사건을 영화화한 <노스 컨츄리>를 통해 또 다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테론은 2012년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과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뛰어난 미모와 카리스마를 뽐냈다. 테론은 <몬스터>와 <노스 컨츄리> 이후 커리어가 완만한 하락세에 접어 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2015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를 연기하며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2019년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으로 커리어 세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테론은 2020년 넷플릭스 영화 <올드 가드>에서도 좋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2017년 <분노의 질주8>에서 사이퍼 역으로 시리즈에 합류한 테론은 내년 5월 개봉 예정인 <본노의 질주10>에도 출연이 예정돼 있다. 그만큼 테론은 미녀스타와 연기파 배우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쇄살인범에 대한 영화의 중립적인 시선 
 
 <몬스터>에서 엄청난 연기변신을 시도한 샤를리즈 테론은 베를린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무비즈엔터테인먼트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거리의 매춘부로 나선 에일린(샤를리즈 테론 분)은 오히려 매춘부라는 사실 때문에 동생들과 등을 지며 외톨이가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거리에서 연명하며 힘들게 살아가던 에일린은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채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맥주를 마시러 들어간 바에서 천진난만한 소녀 셀비(크리스티나 리치 분)를 만나 가까워진다.

셀비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낀 에일린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가지만 그곳에서 만난 남자는 그녀의 손을 묶은 채 거칠고 가학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르려 한다. 가까스로 밧줄을 푼 에일린은 눈 앞에 잡힌 총을 쏴 남자를 살해한 후 셀비와 싸구려 모텔을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이어간다. 매춘부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에일린은 다른 일자리를 마련하려 하지만 일자리를 얻기는커녕 돌아오는 것은 그녀를 향한 냉대와 멸시 뿐이다.

결국 에일린은 어쩔 수 없이 다시 거리로 나가지만 자신의 절망적인 처지와 셀비를 향한 그릇된 애정에 자꾸만 강도 및 살인 행각을 이어가고 어느덧 7명의 남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됐다. 그중에는 퇴역 경찰도 포함돼 있었고 결국 에일린은 경찰에게 잡히고 말았다. 재판 도중 에일린이 연쇄살인범이 된 결정적인 이유였던 셀비마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했고 에일린은 12년 동안 사형수로 복역하다 2002년 형이 집행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관객들에게 인물이나 사건을 향한 특정한 시선과 감정을 강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몬스터>는 에일린을 향한 동정의 시선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판적인 시각도 주지 않은 채 중립을 유지하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각자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줬다. 에일린을 이 시대가 낳은 또 한 명의 피해자로 볼 것인지, 7명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자로 볼 것인지는 철저히 관객들의 몫이다.

<몬스터>를 연출한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는 32세의 젊은 나이에 직접 각본을 쓴 <몬스터>로 데뷔해 평단과 관객들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이후 작품 활동이 많지 않았던 젠킨스 감독은 2017년 <원더우먼>을 연출해 8억 2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일약 스타감독에 등극했다. 2020년 <원더우먼1984>의 감독, 각본, 제작을 모두 맡았던 젠킨스 감독은 <원더우먼3>와 <스타워즈: 로그 스쿼드론>을 연출할 예정이다.

스무 살 갓 넘긴 소녀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순수한 소녀 셀비는 에일린과 거짓 없는 사랑을 나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에일린의 편에 서진 못했다.
ⓒ 무비즈엔터테인먼트
 
각종 영화제의 여우 주연상을 휩쓴 샤를리즈 테론의 인생연기에 가려지긴 했지만 에일린의 여자친구 셀비를 연기했던 크리스티나 리치도 <몬스터>에서 엄청난 열연을 선보였다. 셀비는 에일린이 집도 절도 없는 매춘부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편견 없이 에일린과 가까워지며 사랑에 빠졌다. 물론 법정에서는 에일린이 살인자라고 지목했지만 스무 살을 갓 넘긴 소녀가 그 상황에서 다른 증언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셀비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티나 리치는 <꼬마 유령 캐스퍼>로 새턴 어워즈 신인배우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는 청소년 배우로 떠올랐고 1999년에는 <섹스의 반대말>로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2000년 팀 버튼 감독의 <슬리피 할로우>, 2008년 워쇼스키 자매의 <스피드레이서>에 출연했던 리치는 작년에 개봉한 <매트릭스:리저렉션>에도 우정 출연하며 워쇼스키 자매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몬스터>에는 셀비를 만나기 전까지 언제나 혼자였던 에일린에게 유일하게 에일린의 편이 됐던 톰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톰은 굶주린 에일린에게 먹던 샌드위치를 나눠줄 정도로 매우 가까운 사이로 나온다. 톰은 영화 후반부 에일린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 오고 있음을 눈치채고 에일린의 도주로를 확보해 주기도 했다(하지만 술에 취해 있던 에일린은 톰의 충고를 무시했고 결국 잠복해 있던 경찰에게 잡혔다).

톰을 연기한 브루스 던은 1936년생의 노장 배우로 1983년 <고향의 챔피언>으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남자연기상, 2013년 <네브래스카>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대배우다. 최근까지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출연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배우 브루스 던은 <결혼이야기>로 아카데미를 비롯해 무려 9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배우 로라 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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