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고 싶은 길" 짧게 잡은 강승호의 배트

배중현 2022. 5. 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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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부터 타격할 때 배트 잡는 손의 위치를 바꾼 강승호. 오른쪽 사진은 노브를 걸쳐서 잡던 지난해 방식. 왼쪽은 노브 위를 잡고 스윙하는 현재의 모습이다. IS 포토, 두산 제공

사소한 변화가 성적을 180도 바꿨다. 강승호(28·두산 베어스)가 배트를 짧게 잡고 반등했다.

강승호는 5월 들어 타격 성적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4월 월간 타율이 0.240(50타수 12안타)에 머물렀지만 5월 첫 12경기에서 타율 0.356(45타수 16안타)를 기록했다. 2할 중반에 머물던 시즌 타율이 16일 기준 0.295까지 올랐다. 월간 장타율(0.260→0.489)과 출루율(0.264→0.431)도 변화가 크다.

강승호는 4월 말부터 배트 잡는 방법을 바꿨다. 노브(배트 끝에 달린 둥근 손잡이)를 걸쳐서 잡던 기존 방법 대신 노브 위를 잡고 스윙한다. 배트를 짧게 잡으면 원심력이 줄어 장타 생산에 불리하다. 대신 콘택트 능력을 높일 수 있다.

강승호는 "4월 22일 잠실 LG전으로 기억한다. (8회 대타로) 이정용을 상대했는데, 타석에 들어설 때만 해도 평소대로 배트를 잡았다. 2구째 헛스윙을 한 뒤 스윙이 무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 변화를 줬다"며 "(이렇게 배트를) 짧게 잡고 치는 건 야구를 시작하고 처음이다. 스윙이 간결해진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강승호는 체구(1m78㎝·88㎏)가 크지 않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도 지난해 기록한 7개(통산 18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힘이 좋으니까 홈런을 두 자릿수나 20개 정도 쳐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야구했다"며 "(이젠) 주변의 말보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이나 내가 선택하고 싶은 길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장타율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전체적인 공격 지표가 동반 상승했다. 4월 2.76이던 RC/27이 5월 10.85까지 상승했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으로 타자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1,2루 강승호가 1타점 적시타를 기록한 뒤 유재신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강승호의 반등을 가장 반기는 건 김태형 두산 감독이다. 김태형 감독은 "배트 짧게 잡고 좋은 결과가 나오니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초반에 잘 안 맞았지만 (강승호를) 경기에 꾸준하게 넣었던 이유는 타석에서 배트를 (과감하게) 돌리기 때문이다. 돌려야 결과가 나온다. 스윙도 빠르고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칭찬했다.

북일고를 졸업한 강승호는 2013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됐다. 하지만 기량을 만개하지 못하고 2018년 7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트레이드됐다. 2019년 4월에는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9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1군 복귀를 준비하던 2020년 12월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한 최주환(SSG)의 보상 선수로 두산에 지명돼 또 한 번 팀을 바꿨다. 지난해 성적은 타율 0.239(301타수 72안타)로 기대를 밑돌았다. 하지만 두산에서의 두 번째 시즌,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그는 "5월 들어 경기에 자주 출전하니 심리적인 안정감이 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 팀은 좋은 성적(한국시리즈 진출)을 거뒀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작년보다 발전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야구장에서 플레이하자는 마음으로 (시즌을) 시작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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