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 동료들도 한국 무대 기대하고 있어요"

장지영 2022. 5. 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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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29일 롯데콘서트홀의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박세은 (c) James Bort

“늘 파리오페라발레 동료들과 함께 한국에 오고 싶었어요. 7월 공연을 앞두고 벌써 설레요.”

지난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이 된 발레리나 박세은이 오는 7월 28~2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 출연을 앞두고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내한공연 소감을 밝혔다.

에투알 된 이후 박세은의 첫 고국 무대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는 지난해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에투알이 된 이후 박세은의 첫 고국 무대다. 그동안 혼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한국 무대에 서긴 했지만, 박세은이 발레단 동료들과 단체로 내한하는 것은 처음이다. 박세은은 “발레단 무용수들에게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 다들 기대를 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도 지금 케이팝, 한국 영화와 드라마, 한식 등 한국 문화가 붐이라 무용수들 역시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에투알 5명과 프리미에르 당쇠르(제1무용수) 3명 등 무용수 10명과 피아니스트, 발레 마스터까지 총 12명이 내한하며 국내에서 올해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인 첼리스트 문태국이 함께한다.

한국을 찾는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폴 마르크, 도로테 질베르, 발랑틴 콜라상트, 제르망 루베(왼쪽부터). (c) James Bort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파리오페라발레 무용수들의 갈라 공연에 참여한 적 있었어요. 그때 (전막 투어 공연이 쉽지 않으면) 이런 갈라 공연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레퍼토리, 특히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저희 단원들이 출 때 그 진가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상하이에서 열린 파리오페라발레 갈라 공연의 성공은 2년 뒤 파리오페라발레가 14년 만에 중국 투어를 가지는 것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경우 파리오페라발레 전막 내한 공연은 1993년 ‘지젤’이 유일했는데, 박세은의 에투알 지명 이후 국내 발레 팬들은 파리오페라발레의 두 번째 전막 내한 공연을 기대하고 있다. 박세은 역시 지난해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파리오페라발레 내한공연의 주역으로 한국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피력한 바 있다. 실제로 국내 대형 공연장과 기획사가 최근 파리오페라발레의 내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세은은 “발레단의 내한 문제를 단원인 제가 공식적으로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좋은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파리오페라발레의 매력 보여주는 레퍼토리들
파리오페라발레 2022 에투알 갈라의 프로그램은 박세은이 중심이 되어 구성됐다.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 ‘로미오와 줄리엣’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중 파드되(이인무), 롤랑 프티 안무 ‘랑데부’, 조지 발란신 안무 ‘한여름 밤의 꿈’의 디베르티스망 파드되, 제롬 로빈스 안무 ‘인 더 나이트’, 알리스테어 메리어트 안무 ‘달빛’, 크리스토프 윌든 ‘애프터 더 레인’ 등 고전부터 컨템포러리까지 다양한 레퍼토리가 포함됐다.

파리오페라발레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중인 박세은과 폴 마르크 (c) Agathe Poupeney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그동안 제가 한국에 꼭 소개하고 싶었던 파리오페라발레 레퍼토리를 고른 뒤 발레단에서 그 춤을 출 수 있는 무용수들을 섭외했습니다. 이번에 발레를 공연하는 곳이 오페라극장이 아니라 콘서트홀이어서 의아하실 수도 있는데, 지난해 롯데콘서트홀을 둘러보고는 레퍼토리와 충분히 어울릴 거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공연에 피아니스트와 첼리스트가 출연하는 것 외에도 빈야드 구조가 무대를 감싸고 있는 형태라 좋았어요.”

박세은은 이번 갈라에서 ‘인 더 나이트’의 제1커플,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파드되 그리고 솔로춤 ‘빈사의 백조’에 출연한다. 가장 규모가 큰 레퍼토리인 ‘인 더 나이트’는 쇼팽의 녹턴(Op.27 No.1, Op.55 No.1·2, Op.9 No.2) 라이브 연주에 맞춰 세 커플이 ‘젊은 연인’ ‘행복한 결혼 생활’ ‘이별을 앞둔 동반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라이브 피아노 음악에 맞춰 파드되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국내에선 지난 2010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공연에서 초연된 것을 제외하면 전체가 공연된 적 없다. 발레리노 폴 마르크와 함께 ‘젊은 연인’으로 나서는 박세은은 “‘인 더 나이트’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라면서 “한국 관객에게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들이 추는 이인무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박세은이 지난해 6월 10일 에투알로 지명됐을 때의 작품으로 의미가 깊다. 박세은은 당시 파트너였던 마르크와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발코니 파드되를 춘다. 또 첼로 연주에 맞춰 추는 ‘빈사의 백조’는 죽어가는 백조의 날갯짓과 삶을 갈망하는 몸부림을 애잔하게 담아낸 춤으로 발레리나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박세은은 “코로나19 이후 극장이 문을 닫으며 생긴 시간에 ‘빈사의 백조’에 대한 연구를 해서 나만의 버전을 만들었다”면서 “내 ‘빈사의 백조’는 죽어가는 모습이 마냥 슬프고 괴로운 마지막이 아니라 평온하고 고요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박세은이 가르니에 극장 지붕에서 파리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c)에투알 클래식

“춤을 배우고 무대에 서는 게 가장 즐겁다”
한편 지난해 에투알이 된 이후의 변화를 묻자 박세은은 “춤에 대해서는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춤을 배우고 무대에 서는 것이 내겐 가장 즐겁다”면서 “다만 예전보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제안을 받게 돼 좀 바빠지긴 했다”고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세은은 한국 발레의 뛰어난 예술성을 프랑스 등 세계에 알린 공로로 지난해 인촌상, 올해 한불문화상을 받았으며 국제백신연구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아직도 프랑스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거의 매번 아시아인 최초 에투알이 된 것에 대한 소감을 묻곤 합니다. 제가 (순혈주의로 비판받던) 파리오페라발레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심스러워지고 책임감이 커지는데요. 발레를 포함해 예술에서 발전을 저해하는 장벽들은 계속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부터 박세은을 포함해 파리오페라발레 단원 모두에게 변화가 생겼다.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프랑스 투어를 왔다가 난민이 된 키이우 시티 발레단 무용수들이 가르니에 극장에서 함께 발레 클래스를 하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8일 키이우 시티 발레단과 파리오페라발레단의 합동 갈라 공연에는 박세은도 참여했다. 박세은은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 무용수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우리와 클래스를 하며 지내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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