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북한 코로나와 급변 사태

2022. 5. 1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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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심상치 않다.

이른바 북한 '급변 사태'는 지난 시기 적어도 세 차례 이상 예상이 빗나가면서 논의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급변 사태 연구는 북한 내 전염병이 심각한 경제 위기와 겹친다면 민중 봉기가 일어날 수 있음을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급변 사태로 북한이 붕괴하는 극단적 선택을 원치 않는다면 가장 먼저 고통받는 북한 일반 주민을 위한 지원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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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심상치 않다. ‘최대 비상 방역체계’를 선포하고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면서 매일 코로나 상황을 자세히 알리고 있다. 북한이 느끼는 위기감은 북한 주민들이 겪는 전염병 고통과 이에 수반되는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전달된다.

이른바 북한 ‘급변 사태’는 지난 시기 적어도 세 차례 이상 예상이 빗나가면서 논의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급변 사태는 국가가 표방하고 따르는 권력 행사 방식과 통치 원리, 제도 및 조직체계 등의 ‘체제(regime)’가 도전받는 상황을 상정한다. 체제가 대내외적 도전이나 위협 또는 충격이나 변화 속에서 와해하기 시작하면 급변 사태가 심화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런 체제 변화는 역사적으로 민중 봉기나 엘리트 집단 내부 갈등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 잠시 급변 사태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체제 공고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급변 사태 연구는 북한 내 전염병이 심각한 경제 위기와 겹친다면 민중 봉기가 일어날 수 있음을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감염병 창궐로 북한 주민 상당수가 피해를 보고, 북한 사회 내에 광범위한 심리적 혼란이 야기된다. 외부 지원 시도에도 북한 정권은 사회 통제, 정보 유입 우려, 무능·부패 등으로 이런 지원을 수용할 의지와 능력이 없어 혼란이 더욱 증폭된다. 결국 중앙정권에 대한 심리적 충성심이 약화돼 소요와 저항으로 이어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보건안보지수에 따르면 2021년 전체 195개국 중 북한은 193위다. 감염병 예방 능력 130위, 진단 능력 192위, 대응 능력 195위, 방역 능력 192위다. 2020년 1월 21일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국경을 완전히 봉쇄한 결과 최근까지 예방 능력은 상대적으로 최하위권을 벗어났다. 그러나 코로나가 뚫고 들어간 현 상황에서 최하위인 대응 능력으로 통제하기 불가능해 보인다. 확진자란 표현 대신 유열자로 칭하는 것도 최하위권인 진단 능력 부재로 판단된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혹은 신속항원검사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4일 열린 정치국 협의회에서 김정은은 “과단성 있게 취한 지역별 봉쇄와 단위별 격폐조치”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강변한다. 더불어 “중국당의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배우라”고 지시했다. 대다수 국가가 위드 코로나를 선택함에도 사실상 실패한 중국의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따라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기로에 서 있다. 외부 지원을 계속 거부하며 봉쇄만을 고집하면 북한 주민은 ‘굶어 죽거나 아파 죽거나’ 하는 최악의 선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체제 붕괴를 원치 않는다면 당장 경험적으로 확인된 백신 접종과 치료제 등을 최대한 활용한 위드 코로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윤석열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을 제시했다. 급변 사태로 북한이 붕괴하는 극단적 선택을 원치 않는다면 가장 먼저 고통받는 북한 일반 주민을 위한 지원은 필수적이다. 다만 북한 체제 특성과 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이 적대하는 한국으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코로나로 인해 남북 간 소통도 어렵다. 그렇다면 코백스(국제백신공동구입 프로젝트)를 통한 간접 지원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다. 문재인정부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남북 관계 마중물로 삼겠다며 정치적 목적을 부여한 것과 달리 윤석열정부는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초해 순수한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지원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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