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센터 "피해 당했다면 즉시 신고해야"

강준구 입력 2022. 5. 1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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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체를 촬영한 영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다면 당장 숨이 턱 막히는 공포가 찾아온다.

이희정 서울시 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피해지원팀장은 15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빠르게 신고해 전문가가 개입토록 하는 것"이라며 "공격적 방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해자의 인생이 흔들리는 사건이기 때문에 상담사의 책임감과 소명의식도 필요하다"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모범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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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초기 상담의 중요성 강조
센터 공공위탁 새로운 시스템 구축
서울 디지털 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전경


내 신체를 촬영한 영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다면 당장 숨이 턱 막히는 공포가 찾아온다. 어렵게 영상을 지웠더니 며칠 뒤 다른 사이트에 올라온다면? 벌써 인스타그램을 끼고 사는 내 10대 아이가 이런 범죄에 연루된다면?

이희정 서울시 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피해지원팀장은 15일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빠르게 신고해 전문가가 개입토록 하는 것”이라며 “공격적 방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해 설립된 지원센터는 지난 3월 출범 한달 만에 상담 사례가 800건을 넘어섰다. 그 중 상당수는 10대를 노리는 온라인 그루밍 범죄다.

자녀가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에 넘어가 스스로 노출 동영상을 타인에게 보냈다면 이를 쉽게 이해하는 부모가 드물다. 디지털 성범죄는 이런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이는 죄책감에 시달려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고 가해자에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한 번 사진을 보냈다면 그 다음부턴 거부할 수 없게 된다. 이 팀장은 “두렵다 보니 주저하게 된다. 신고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상담을 통해 ‘내 잘못이 아니다’고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상담이 중요한 이유다.

영상을 발견하면 형사 절차를 밟게 된다. 추가 피해를 예방하고, 가해자 처벌을 위한 절차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 팀장은 “형사고소를 하면 유포자들 사이에 소문이 난다. 그러면 함부로 영상을 퍼뜨리지 못한다”며 “공격적으로 피해를 방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디지털 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상담실 모습


어쩔 수 없이 고소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가해자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사이트에 영상이 올라오는 경우다. 매번 업로드 시간과 아이디 등을 채증해 고소하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끝없는 고통에 빠져들게 된다. 이 팀장은 “영상이 한번 유포됐다가 한동안 조용하더니 한참 후에 다시 올라온 사건이 있었다”며 “이러면 피해자가 굉장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무기력이야말로 가해자가 원하는 것이다. 피해자를 다독이고,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고 부연했다. 숙련된 피해자 지원 인력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다.

서울 지원센터는 대부분 민간위탁인 다른 기관과는 달리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공공위탁 운영한다. 이효정 지원센터장은 “공공기관이 개입한 만큼 새로운 모델을 세워야 한다”며 “피해 회복 전 과정을 일원화하고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사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장기전을 벌여야 한다.

삭제지원 업무의 경우 전담팀이 일일이 성인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영상 정보를 확인하고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나날이 법망의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만큼 전문 상담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해자의 인생이 흔들리는 사건이기 때문에 상담사의 책임감과 소명의식도 필요하다”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모범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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