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자식 사랑에 더럽혀진 정의

강창욱 2022. 5. 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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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8대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있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모 행사에서 "이명박정부 이래 우리 사회의 가치와 상식이 너무나 오염되고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그해 대선에서 문재인을 꺾고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 몰상식의 절정에서 탄핵당했다.

지난 5년간 문재인정부에서 그들이 바로 세우겠다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대목은 주로 집 문제, 자식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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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이슈&탐사팀장


2012년 5월, 18대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있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모 행사에서 “이명박정부 이래 우리 사회의 가치와 상식이 너무나 오염되고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그해 대선에서 문재인을 꺾고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 몰상식의 절정에서 탄핵당했다. 그 후 문재인정부가 어땠는지 보자면, 그들이 욕했던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보다 딱히 나을 게 없는 수준을 넘어서 이 사회 가치와 상식을 더 오염시켰다.

5년 전 그의 취임사를 다시 읽는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웠는가. 특권과 반칙은 없었는가. 상식대로 해서 이득을 보는 세상이었던가.

지난 5년간 문재인정부에서 그들이 바로 세우겠다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대목은 주로 집 문제, 자식 문제였다. 부동산과 교육에 대한 철학은 진보·보수를 가르는 척도인데 내 집, 내 자식 교육을 대하는 문재인정부 내부자들의 태도는 자신들이 비판해온 보수 기득권의 전형이었다. 집으로 재산 불리고, 내 자식 좋은 대학 보내려고 애쓰는 것은 누구라도 하고 싶어 하는 지극히 평범한 노력이지만 애초 저들은 이를 탐욕스럽고 천박한 행동으로 몰아세워 왔다. 국민은 그 이중성을 역겨워한 것이다. 정권 교체 트리거였던 최순실 국정농단도 따지고 보면 제 자식 잘 키우려는 마음이 발단이었다. 적어도 권력자들은 자식 사랑을 정상참작 사유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알고 보니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었던 문재인정부가 전 정부와 달랐던 부분이라면 자기 부정이나 다름없는 몰상식을 부렸다는 점이다. 청와대 입성 초기 문 전 대통령은 입시용 위장전입 등 자식 문제가 얽힌 여러 논란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했다. 딸 표창장 위조 혐의 등으로 부인이 수사를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까지 임명을 강행한 것을 보면 강 장관이나 김 위원장에 대한 소음쯤은 귓전의 모기 소리였을 것이다. 정의니 공정이니 상식이니 하는 가치는 이미 문재인정부 초장부터 박살난 채로 시작했다. 깨진 유리창 효과인지 이제 웬만한 엄빠(엄마아빠) 찬스는 놀랍지도 않다.

청년 세대의 아픔을 자주 입에 올렸던 조국 전 장관은 이제 자기 딸 지키기에 온몸을 던지고 있다. 그의 입에서 청년의 박탈감이나 기회 평등 같은 말이 나오지 않은 지 오래다. 제 자식 억울함 얘기만 가득하다. 지금 그에게 청년들은 자기 딸의 잘남을 질투하며 어떻게든 사다리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아귀로 보일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제 젊은 세대는 조국의 적인 것이다. 저 사랑이 정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무래도 그렇다”고 말하겠다. 그게 가족이고 부모 노릇이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 사랑은 정의로운가. 조 전 장관이나 그를 비호하는 이들은 여기에 납득할 만한 답을 하고 나서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제 자식 챙기기를 일반 국민 사이에서 함께 손가락질할 수 있다.

정권을 불문하고 반복되는 권력자들의 불공정과 몰상식에 박탈감과 실망감은 끊인 적이 없지만 가장 치명적인 한 방은 정의를 기대했던 정권의 부조리였다. 슬픔을 극복하는 심리 과정이라는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이 다섯 단계를 우리는 5년 동안 기어오다시피 했다. 그러고도 슬픔에 이기지 못하고 졌다. 이다음 마음가짐이 ‘희망’인데 새 정부 인선 과정을 보니 여섯 번째 단계로 넘어가기도 어려워 보인다.

강창욱 이슈&탐사팀장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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