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문고리'들이 눈과 귀를 가리면

2022. 5. 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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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퇴임 전 대통령이 국민 60.4%가 반대하는 ‘검수완박’을 승인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불충분하다”는 변을 달았다. 퇴임을 앞두고 소회를 밝히는 대담과 연설이 있었다. 방송을 보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4·19혁명 얼마 후였다. 이 대통령은 경찰 발포로 다친 시위 참가자들이 치료받고 있던 병원을 찾았다. 환자들을 살펴보며 “할아버지가 잘못 했다. 난 이렇게 불만이 많은 줄 몰랐다”며 회한의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하와이로 망명의 길을 떠났다. 정말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문고리’들이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나?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으로 경제를 발전시켰고, 취업 일자리를 늘렸으며, 부동산 가격 상승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었고, 남북 위기도 노력해서 평화시대로 만들었고, 실용외교를 했으며, 그리고 가장 소통을 많이 했다고 했다. 국민이 문재인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모든 지점에서 오히려 잘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진실을 알려드려야겠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고 해도 국가부채는 2016년 626조원에서 2022년 1022조원으로 늘어났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모두 줄어 가계대출은 5대 은행 기준으로 700조원을 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고 최저임금이 16.4% 오른 2018년에는 자영업자가 15만9000명 감소했고, 최저임금이 10.9% 인상된 2019년엔 27만7000명이 감소했다. 60세 이상 일자리는 늘었지만 그 외 모든 연령대에서 일자리가 감소했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노인 일자리에 집중했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보다 단기 일자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0년 자영업자는 16만5000명 줄었다. 대신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9만명 늘었다. 소주성 정책으로 서민 경제는 이미 힘을 잃어가고 있던 차에 코로나 상황으로 더 버티기 어려웠던 것이다.

부동산 규제 남발로 결국 집값은 뛰었다. 중산층이 월급을 모아 집 사는 것은 2배로 힘들어졌다. 지방은 10%, 수도권은 주택 34% 아파트 52%가 상승했다. 영국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프랭크가 지난해 말 공개한 ‘글로벌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조사 대상 56개국 중 한국은 지난 3분기 실질 주택가격 상승률에서 전년 동기 대비 23.9% 올라 1위를 차지했다.

남북 평화시대 도래의 근거로 “노무현, 문재인정부에서는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2017년 6차 핵실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우리 공무원 사살, 30여 차례에 걸친 미사일 50발 발사, 최근 신형 미사일 발사 등이 이어졌다. 국익 차원의 실용외교가 필요했는데 노재팬을 외치는 민족주의적 대중주의 속에서 발생한 갈등의 책임 소재를 두고 “분업 관계를 깬 것이 일본이죠”라며 현실을 잊는 발언을 한다.

소통의 기준이 바뀌었다. 야당 대표 때에는 각료 후보자 임명 강행에 야당과 국민을 무시한다며 강력 비판했던 대통령께서 집권 후엔 국회 동의 없이 31명을 임명했다. 그러고도 “언론이나 국회에서 용납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야당과 국민에게 책임을 돌렸다.

대통령 말씀은 문고리들이 그동안 둘러댔던 내로남불과 아전인수의 축약판이었다. 권력이 있는 곳에는 항상 위협이 존재한다. 미국 역사상 권력 위협을 가장 잘 관리한 대통령은 대공황 탈출을 주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그는 조직을 중첩되도록 해서 각기 상충하는 성향의 인물을 경쟁 부서에 배치했다. 경쟁 세력은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사회적 불만을 대통령에게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경쟁으로 인해 빨라진 정보력 덕분에 루스벨트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직감할 수 있었다. 측근 참모들은 대통령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 정확하게 포괄적인 정보를 보고했다.

새 정부 지도자가 이순신 장군의 “한 사람이 길을 잘 지키면 천 명의 사람이 두렵지 않다”는 말씀을 새기고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바람직한 정치 권력의 단호함은 다양한 의견의 경청에서부터 시작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가르치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다수의 의견을 모아 가장 공통적인 의견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5년 후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 퇴임한 지도자의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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