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양구 (6) 군대와 의전과에서 경험, 외교관 임무 수행에 큰 도움

서윤경 2022. 5. 1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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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환경은 나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이는 순간 배울 게 있어서다.

끊임없이 위기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내 이를 해결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린다면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적절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를 의전과로 부른 김하중 과장은 나보다 더 6개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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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군생활서 '위기관리와 예방' 배우고
외교부로 복직 군에서 배운 것을 세분화
'6개 프로세스' 운용, 실전 통해 경험 쌓아
이양구(오른쪽) 전 우크라이나 대사가 1988년 군 제대 후 외교부에 복귀해 발령받은 의전과에서 동료들과 찍은 사진.


모든 환경은 나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이는 순간 배울 게 있어서다. 관건은 상황과 환경에 적응하느냐다.

나는 군대와 직장인 외교부라는 상황과 환경에 적응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이때의 배움이 훗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 3년의 군 생활에서 학습한 건 위기관리와 예방이었다. 전쟁의 위기를 막는 최고의 방법은 예방이고 예방에 실패해 위기가 생기면 신속히 대응해야 했다.

당시 여단장인 김길부 장군이 알려준 게 있다. 시각화(Image War)였다. 끊임없이 위기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내 이를 해결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린다면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적절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을 예방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예방과 대응이 아쉬운 이유였다.

외교부 의전과에서도 배움은 계속됐다. 의전과는 군 생활을 마치고 외교부로 복직하자마자 발령받은 부서였다. 그곳에서는 통상 ‘6개의 프로세스’로 크고 작은 행사를 추진했다.

나를 의전과로 부른 김하중 과장은 나보다 더 6개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김대중정부부터 MB정부까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주중 대사, 통일부 장관까지 지낸 분이다.

6개 프로세스는 행사별 기본계획 구성, 업무분장·일정별 추진계획 수립, 체크리스트 작성,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 행사 시나리오 작성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컨틴전시 플랜은 군대에서 배운 위기관리와 예방, 대응과 유사했다. 프로세스의 마지막은 컨트롤 포스트(CP)에서 행사 진행, 행사 후 잘한 것과 못 한 것을 돌아보는 사후평가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대통령 해외 순방, 수교기념 행사 등 대형 행사부터 작은 행사까지 6개 프로세스를 동일하게 적용했다. 1년간 같이 있으면서 김하중 과장을 부른 별칭이 있다. 타이거 김이다. 완벽주의인 데다 주말에도 야전침대에서 자며 일하는 분이었다. 그는 덜렁대는 나를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쳤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한 사람에게 가장 많은 걸 배웠다.

두 번째로 모시게 된 김광동 과장은 전임 김하중 과장과는 다른 선생님이었다. 브라질 대사를 지낸 김광동 과장은 예술가처럼 자유로움이 있었다. 이런 말이 있다. 프랑스는 전쟁을 예술처럼, 독일은 공학처럼 한다는 말이다. 김광동 과장이 전자와 같은 분이었다.

그렇게 의전과에서 외교부 에이스인 두 분의 과장과 대통령 행사 등을 치르면서 세상의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다. 아울러 남들이 보는 나를 객관화하는 것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배운 건 또 있다. 리더십이다. 리더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상황을 봐야 하며 전략적 전술적 사고를 해야 하는 자리다. 관심 있다고 리더십이 생기는 게 아니다. 실전을 통해 만들어진다. 나 역시 군과 외교부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군과 의전과에서의 경험은 이후 해외에 나가 외교관으로 일할 때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지금 전쟁으로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도 힘이 되고 있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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