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책] 가시라기 히로키 『먹는 것과 싸는 것』
병에 걸리면 행복의 기준이 매우 낮아진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픈 곳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행복감에 젖어 든다. 햇살에도 행복을 느끼고, 나무가 흔들리기만 해도 감동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푹 빠져든다. (…) 한 끼 한 끼, 한 입 한 입, 먹을 수 있다는 데 감사함을 느낀다.
가시라기 히로키 『먹는 것과 싸는 것』
이렇게 항상 행복을 느끼니 난치병에도 이점이 있는 거 아닌가? 저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토록 행복을 느끼는 건 사실 행복하지 않은 것 아닐까. 이런 모순된 마음을 품고 있다”고 썼다.
저자는 20세부터 궤양성 대장염으로 13년이나 투병했다. 배설 문제로 잘 먹지 못하는 희귀질환이다. 체중이 26㎏이나 빠졌고, 배설을 통제할 수 없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다. 너무도 당연했던 ‘먹고 싸는’ 일이 당연해지지 않으면서 삶이 바뀌었고, 삶을 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도 제대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반드시 커다란 구멍이 있게 마련이다. (…) 노인이든 환자든 대부분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라고 한다. 그 말은 정말로 절대적인, 넘을 수 없는 장벽이라 생각한다.” 세상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있다’를 이해하기가 책의 주제다.
‘먹고 싸는’ 문제를 고민하며 저자는 카프카 등 많은 문학작품을 인용했다. “문학만이 끝없이 어두운 사람의 마음속을 그 깊은 바닥까지 그려냈다. ‘내 마음이 이 책에 쓰여 있어’라는 생각이 일종의 구원이었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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