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상부터 3상까지.. 알쏭달쏭 임상, 어떻게 다른가요? [바이오NOW]

이춘희 2022. 5. 1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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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엔지켐생명과학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코로나19 치료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는 물론 다양한 신약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통상 신약 개발 과정의 핵심은 '임상시험'이다. 이를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받아야만 실제 사람에게 쓰이는 약이 될 수 있다. 유효성은 쉽게 말해 약효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는 코로나19를 예방하거나 자연치유보다 빨리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어야 하고, 당뇨약은 혈당을 낮추는 등의 효과가 임상을 통해 확인돼야만 한다. 안전성은 치명적 부작용이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전립선 치료제가 발모 효과를 가져온다면 몰라도 심장마비를 유발한다거나 한다면 이 약은 허가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개발이 이뤄지기도 하면서 임상시험이 2~3년 내로 끝나는 경우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통상의 임상 과정에는 약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임상 1상에만 1~2년, 임상 2상에 2~3년, 임상 3상에 4년 내외가 걸리기 때문이다.

또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고 하더라도 이 중 대다수가 임상 과정에서 유효성과 안정성을 확인받지 못해 도태되곤 한다. 많은 기업들이 임상시험 관련 내용들을 공시할 때마다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 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임상시험 및 품목허가 과정에서 기대에 상응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당사가 상업화 계획을 변경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내용을 반드시 투자유의사항으로 밝히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임상 한 단계 한 단계를 넘을 때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고, 동시에 임상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결국 개발을 중단하는 사례도 수없이 많은 게 신약 개발 시장이다.

1상=안전성 · 2상=유효성 · 3상=최종 검증

미국 시애틀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1상 시험 투여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렇다면 각 임상 별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각 임상의 목적이다. 이에 따라 자세한 방법과 모집 인원 등도 다 달라지게 된다.

먼저 임상 1상은 해당 약품의 안전성을 실험하는 과정이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이지만 실제 신체에 들어갔을 때 오히려 다른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는만큼 이를 실험하는 것이다. 20명 이상~100명 미만 수준의 두자릿수의 건강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이유다. 나이, 체질량지수, 음주 상태, 병력 등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 확인된 건강한 성인 자원자만 임상 1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사람에게 약을 투여했을 때 큰 부작용은 없는지, 약의 흡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항암제 등에 대해서는 이를 통해 치료하고자 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1상 시험이 이뤄지기도 한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병인만큼 설사 약으로 인해 다른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환자에게도 투여가 이뤄지는 것이다.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이들에게 투여해 별도의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이제 임상 2상에서는 신약이 실제로 타깃으로 하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효능을 가졌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약물이 몸 속에서 제대로 작용하고, 이를 통해 얼마나 호전을 가져오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약품의 용량을 달리 해서 투여하는 경우도 많다. 약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적거나 나타나지 않으면서도 효능은 최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용량을 탐색하는 과정도 2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3상을 위한 피험자 투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이를 위해 2상부터는 실제로 목표 적응증을 앓고 있는 환자 100~300명을 모집해 시험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신약을 투여받지는 않는다. 실제로 이 약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신약 투여군과 반대로 식염수(주사제)나 비타민(경구제) 등의 위약(가짜약)을 투여받는 '대조군'과의 비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임상 참여자는 물론 임상을 진행하는 의료진 모두 해당 환자가 신약을 투여받는지 위약을 투여받는지 모르고 진행된다. 이는 '플라시보 효과' 또는 '노시보 효과'로 인한 결과 왜곡을 막기 위한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는 잘 알려진 대로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약을 복용했음에도 환자가 효능이 있다고 믿음으로써 증상 개선이 일어나는 경우다. 만약 투여군에서 플라시보 효과가 일어날 경우 실제 약의 효능이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나타나거나, 효능이 과장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노시보 효과는 정반대로 약이 부작용이 있다고 믿는 경우다. 이 역시 실제로는 부작용이 없음에도 나타나거나, 과장돼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험 결과의 왜곡을 가져온다. 또한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 역시 해당 환자가 투여군인지 대조군인지 알고 있다면 환자를 대하는 데 있어서 서로 다르게 접근해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는 만큼 환자는 물론 의사 모두 투약, 대조군 여부를 알 수 없는 '이중맹검(이중 눈가림)'을 통한 임상이 이뤄진다.

통상의 제품 허가는 임상 2상이 아닌 3상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만 이 단계에서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이 이 경우로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허가의 시급성이 인정되는 경우다. 다만 조건부인만큼 이후 대규모 임상 3상을 통해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할 필요성은 있다.

가장 마지막 3상은 대규모로 진행된다. 통상 1000~5000명 내외로 이뤄진다. 임상 2상에서 확인된 용법과 용량이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 확인하고, 약물로 인한 체내 효과 등을 모두 꼼꼼히 점검한다. 특히 3상은 한 국가가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연령이나 성별 외에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 등 인종에 따라서 약효나 나타나는 부작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로 글로벌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비용도 막대한 금액이 소요된다. 통상 신약 개발비용의 총액 대비 70%가량이 임상 3상에서 쓰인다고 전해진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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