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5년간 판소리 해서.." 뿔난 송가인이 교육부에 던진 말

장윤서 2022. 5. 1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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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송가인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악교육의 미래를 위한 전 국악인 문화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15년간 판소리를 했습니다. 판소리를 한 것이 기초가 돼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15일 오후 서울시 중구 청계광장 무대에 오른 국악인 출신 가수 송가인씨는 이렇게 말하고 신곡 '비 내리는 금강산'을 불렀다. 전국악인비상대책위원회,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 주최로 열린 이날 무대에는 송씨 뿐 아니라 소리꾼 이자람,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씨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교육부가 추진하는 새 교육과정에 국악이 삭제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악 교육 축소 안 돼”…인간 문화재 나선 이유


국악인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음악 과목에서 국악에 대한 내용이 삭제, 축소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송가인씨도 SNS 등에서 국악 삭제에 반발하는 메시지를 올리고 있다. 그는 이날 공연을 마치고 “어릴 적 특별활동 시간에 진도 아리랑 등 국악을 배우며 자랐다”며 “어릴 때부터 전통 음악을 듣고 자라야 우리 문화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도 전통 의상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찍는다. 저도 국악의 끈을 놓지 않고 널리 알리려고 무대를 했다”고 덧붙였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국악교육의 미래를 위한 전 국악인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전국악인비상대책위원회와 한국국악교육연구학회는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2022년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에 내용 체계와 성취기준에서 국악이 삭제됐고, 필수가 아닌 '성취기준 해설'에 국악 교육이 통합돼 교육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주최측은 500석을 준비했지만 모여든 시민은 그보다 많았다. 직장인 백모(26)씨는 “국악 교육이 빠지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왔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청계광장을 찾은 50대 강모씨도 “좋아하는 가수가 나온다고 해서 왔다”며 “국악 교육에 대해 잘 몰랐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상 성취기준에 국악이란 용어가 없다고 해서 가르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간 문화재들까지 나서는 등 국악계의 반발이 커지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행사를 주최한 정은경 부산교대 음악교육과 교수는 “현장 교사들은 국악을 어려워하고 내용이 축소되길 원한다. 교육부가 뻔히 알면서도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뻔한 해명을 한다”고 비판했다.


수학, 보건도 “전면 수정해야”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의 내용과 목표를 결정하는 밑바탕이다. 현재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체제인데, 정부는 올해 2022 교육과정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음악 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수학 교과에서는 학기당 시수는 줄어드는데 내용은 늘어나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수학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등 교육 단체들은 현재 진행중인 개정 내용이 "교과 시수는 17주에서 16주로 줄어드는데 배울 내용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학생의 학업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보건과 교육과정 연구 개발 시안의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이번 교육과정 시안에 법정 의무교육인 초등보건교육과정이 고시되지 않았고, 유네스코 국제성교육지침인 ‘포괄적성교육’을 배제하고 성적 자기결정권 내용이 삭제됐다는 지적이다. 전교조는 “전체적인 내용이 2015 개정 교육과정보다 후퇴했다”며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앞서 사회과도 일부 과목을 통폐합하면서 교육부와 마찰을 겪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총론에 따르면 고등학교 일반사회에서 경제, 정치와법 과목이 일반선택에서 진로선택 과목으로 이동했다. 교육계에선 학생들의 경제이해력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월 1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 제14차 회의에 참석해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개발 방향에 대한 논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단기간에 일부만 참여한 졸속 연구”


문제를 제기한 과목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교육과정 시안 개발이 단시간에 일부 관계자만 참여해 불투명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는 “이번 연구는 서로 공통점이 없는 체육, 음악, 미술 교과를 하나의 연구로 통합하여 4천만 원의 적은 용역비로 고작 6개월 동안 수행된 졸속 연구”라고 비판했다. 연구진 또한 서양음악 전공 4명과 국악 전공 1명으로 구성돼 편향된 시각으로 시안이 개발됐다고 주장했다.

전국수학교사모임 등은 “현재 수학교육과정 개발 책임을 맡은 기관은 과학기술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도 과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2015년 성교육표준안 책임연구원이 참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향후 의견 수렴 과정에서 학계 및 현장 교원의 의견을 반영해 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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