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백신 지원, '실탄'은 충분한데 난관 수두룩..유통·보관 어려울 듯

신용일,송경모 2022. 5. 1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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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 중인 북한에 우리 정부가 방역지원 관련 실무접촉을 본격 제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북 백신 지원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백신을 지원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제대로 유통, 보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의 강경한 대남·대미 기조를 봤을 때 한·미의 직접적인 백신 지원보다는 코백스(COVAX)나 유엔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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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급 예정 백신 1억4000만회분
'콜드체인'까지 패키지 지원 필요성
北, 모니터링 수용 의문.."빠른 지원 필요"
북한 조선중앙TV가 12일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열린 노동당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쓴 채 참석한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북한에 우리 정부가 방역지원 관련 실무접촉을 본격 제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북 백신 지원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정부에서도 대북 백신 지원이 간간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국내 백신 수급량도 부족한 터라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었다.

현재 국내 백신 접종률 및 수급량을 고려했을 때 지원 가능한 백신은 충분해 보인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15일 0시 기준 국내 백신 잔여량은 1443만5000회분이다. 아직 공급받지 않은 물량이 1억4000만회분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한 차례 전 국민 접종을 해도 백신이 많이 남게 된다.

그러나 북한은 주민 전체가 2차까지 접종할 물량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방안을 원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추가 유입을 우려해 여러 차례 국경을 개방하는 데 부담을 느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6000만 도즈 지원’을 언급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백신을 지원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제대로 유통, 보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과 영국산 백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미국산 백신인 모더나 또는 화이자를 제공받는 경우가 문제다. 모더나는 영하 20도, 화이자는 영하 70도에서 관리돼야 하므로 냉동보관시설(콜드체인)이 필수인데 북한에 이런 시설이 충분치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북한에 백신을 지원한다면 콜드체인까지 ‘패키지’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콜드체인을 가동하는 데 쓰이는 전기도 부족할 것으로 보여 휘발유, 전기 발동차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콜드체인 장비와 연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이어서 패키지 지원을 하려면 제재 면책을 먼저 받아야 한다.

북한에 노바백스 백신을 유통, 보관할 수준의 콜드체인은 있을 것으로 보고 노바백스 백신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도 거론된다. 노바백스는 2~8도에서 보관이 가능한 백신이다.

북한의 강경한 대남·대미 기조를 봤을 때 한·미의 직접적인 백신 지원보다는 코백스(COVAX)나 유엔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북한이 이들 기구의 모니터링을 수용할지 여부다. 앞서 북한이 코백스가 배정한 백신 물량을 받아들이지 않은 배경 중 하나도 모니터링 요원의 입국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 내 코로나가 급속도로 퍼지는 상황에서 사상자를 최소화하려면 백신을 비롯한 각종 방역물품을 최대한 빠르게 지원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속도면 한 달 안에 북한 인구 절반이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며 “의료진용 마스크 등 백신 외의 물품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시급한 상황에선 해열제든 주사기든 기초 의약품만이라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종의 ‘패스트트랙’을 띄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기서 패스트트랙은 방역물품 지원 시 대북 제재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식의 조치를 빠르게 내릴 수 있도록 미국 등 국제사회에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고, 북한과는 방역물품이 적재적소에 전달될 수 있도록 협의하는 것을 뜻한다.

신용일 송경모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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