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한동훈' 사직서 "검사로서 복귀는 어렵다 생각한지 오래"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검찰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사가 된 첫날, 평생 할 출세는 그날 다 한걸로 생각하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그는 "정당하게 할 일 한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 당하더라도 끝까지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 검찰에 남은 본인의 '할 일'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 핍박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버텨낸 일 때문에 "검사로서 다시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 지 오래"라고 고백했다.
한 후보자는 1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에 '사직인사,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이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지난주라고 한다. 그는 이 글에서 "세금으로 월급 주는 국민을 보고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검찰 조직을 의인화해서 사랑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생활인으로서, 직업인으로서 밥 벌어먹기 위해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인 직업이라서 이 직업(검사)이 참 좋았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검사 초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외압이나 부탁에 흔들리지 않아 주변에서 욕을 먹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며 "상대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다른 것 다 지워버리고 그것만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 사건에 따르는 상수인 외압이나 부탁 같은 것이 흔들린 적 없었다"며 "덕분에 싸가지 없단 소릴 검사 초년시절부터 꽤나 들었는데 '그런 거 안 통하는 애, 술자리도 안 오는 애'로 되니 일하기 편한 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정부에서 같은 이유로 핍박을 당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몇 년동안 자기 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별의별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고, 결국 그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며 "그동안 두들겨 맞으면서, 저는 제가 당당하니 뭐든 할 체면 해보라는 담담한 마음이었는데, 권력자들이 저한테 이럴 정도면 약한 사람들 참 많이 억울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 했다. 채널A 사건으로 불리는 '검언유착 의혹', 고발사주 등 '권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주요 피의자로 몰려 검찰과 공수처 등의 수사를 받았지만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누가 '왜 남아 있냐'고 물으면 '아직 검찰에 남아 할 일이 있다'라는 대답을 해왔다"며 "제가 말한 '할 일'이란 건, 정당하게 할 일 한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당하더라도 끝까지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검사의 일은 'what it is(실체가 무엇인지)' 못지 않게 'what it looks(어떻게 보이는지)'도 중요한 영역이니 저는 상황이 어떻게 되든 제가 검사로서 다시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지 오래였다"고 고백했다.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 핍박을 받으면서도 직을 내려놓지 않고 버틴 탓에, 향후 검사로서 근무를 이어가게 되면 본의와 관계 없이 정치적 진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자기 고백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재미 없는 사람이라서 그때그때 마음을 전하지는 못했다"며 "인연이 닿지 않아 함께하지 못한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말미엔 "2022. 5. 15. 검사 한동훈 올림"이라고 검사로서의 마지막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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