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하던 이성윤, 수사받던 한동훈..2년 만에 뒤바뀐 운명
채널A 검언유착 연루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던 한동훈(49·사법연수원 27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당시 수사를 총괄한 이성윤(60·연수원 23기) 서울고검장의 운명이 2년여 만에 정반대로 바뀌었다. 한 후보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고 이번 주 법무부 장관 임명을 앞둔 반면, 이 고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무마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세다.
채널A 사건 ‘4번 좌천’‘독직 폭행’ 수모 끝 법무 장관
두 사람의 악연은 2020년 4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부터 시작됐다. 한 후보자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공모해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이철씨를 상대로 유시민씨 등 여권 유력 인사 폭로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해 7월,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전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면서 이 사건은 이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도맡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고검장은 한 후보자를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보고를 10번 넘게 반려하면서 친(親)정권 성향을 드러냈다.
당시 이 고검장이 사건 처리를 계속 미루자, 한 후보자는 “(무혐의 처분) 결재를 미루는 건 직권남용이자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했다. 이후에도 한 후보자는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대표 격으로 집중 견제를 당해 2년간 4차례 좌천성 발령을 겪었다. 서울중앙지검은 4월 6일 한 후보자에 대해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공범 혐의에 대해 무혐의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일주일 만인 지난달 13일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검찰 요직에 중용할 것이란 단순한 예상을 뛰어넘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2년간 가시밭길을 뚫고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지난 9~1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윤 대통령은 16일까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구하며 이번 주 중 임명 의사를 내비쳤다.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무마' 혐의 피고인 된 이성윤
이와 반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검찰의 황태자라고 불릴 만큼 승승장구했던 이 고검장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검찰청 형사부장(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법무부 검찰국장→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무마한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지난 13일 법정에서 그간 해명과 달리 처음부터 불법 출금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날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 고검장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차관 출금 이튿날 아침인 2019년 3월 23일 오전 7시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이 고검장이 전화를 걸어와 “김학의 전 차관이 간밤에 출국하려다가 금지됐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동부지검 사건번호를 부여했으니 양해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이던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위해 서울동부지검장 명의의 ‘가짜 사건번호’를 붙였는데, 이 고검장이 이를 무마하려고 양해를 구한 정황이 공개된 것이다.
이 고검장은 앞서 “김학의 출국금지가 이루어질 당시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반부패강력부 소관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사진상조사단) 지원 활동을 담당했을 뿐”이라고 했던 해명과 정면 배치된다. 이 고검장이 의도를 갖고 이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나올수록 형사 처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고검장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해 다른 고검장들과 함께 집단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비위와 관련돼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자발적 퇴직을 못하게 돼 있다. 이르면 5월 안에 검찰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 고검장은 물갈이 1순위로 꼽힌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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