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900억 지원, 대사도 임명"..아세안 떨떠름한 까닭

박현영 입력 2022. 5. 15. 16:43 수정 2022. 5. 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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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13일 아세안 정상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미국-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열었다. 왼쪽부터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훈센 캄보디아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바이든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판캄 비파반 라오스 총리[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이 지역에 1억5000만 달러(약 1900억원)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또 5년 넘게 공석인 아세안 주재 대사에 백악관 고위직인 측근을 지명했다. 미국이 아세안 정상들을 워싱턴에 초청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견제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세안으로부터 즉각 적극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아세안 정상들과 이틀간 회의를 시작하면서 인프라 건설, 안보, 감염병 대응 등을 위해 아세안에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로운 지원 약속에는 탈탄소화 전력 공급을 위한 인프라 투자 4000만 달러, 해상 안보 6000만 달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 유행병 조기 발견을 위한 보건 자금 1500만 달러 등이 포함된다.

미국 해안경비대 쾌속정을 아세안 국가 해역에 파견해 중국의 불법 어업으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도 펼칠 계획이다. 양측은 기후변화 대응과 인프라 구축, 교육 접근성 확대, 해양 협력 강화 등 광범위한 의제를 다뤘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날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앞으로 50년 동안 세계 역사의 상당 부분은 아세안 국가에서 쓰일 것"이라면서 "앞으로 몇 년, 몇십년간 우리와 여러분의 관계가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과 아세안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틀 동안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권력 서열 5위권 내 인사들이 총출동해 아세안 정상들과 오·만찬을 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해 백악관 국빈 만찬이 오랜 기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세안 정상들과 오찬을 하면서 "(미국은) 아세안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향후 몇 세대에 걸쳐 계속 동남아시아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외 전략과 관여의 초점을 맞추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우리(미국)는 동남아시아에서 입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세안) 각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아세안과) 더 강력한 관계를 추구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 겸 수석 사무국장인 요하네스 에이브러햄을 아세안 주재 대사에 지명했다. 에이브러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버틸 때 바이든 당선인의 인수위 수석 국장을 맡아 매끄럽게 정권 인수 작업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갈 때 수행할 정도의 측근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아세안 정상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과 아세안은 정상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오는 11월 예정된 제10차 아세안·미국 정상회의에서 양측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확고하게 미국 편을 드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는 지배적이지만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해외에서 추진하는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이니셔티브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동참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을 IPEF에 참여하도록 설득한 뒤 오는 22~24 일본 방문 때 IPEF 출범을 공식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비하면 미국의 아세안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에만 미국이 이번에 약속한 지원액의 10배인 15억 달러(약 1조90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번 미·아세안 정상회의에는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필리핀 9개국 정상이 초대받았다. 최근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 필리핀은 외교장관이 대신 참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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