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만 전화 수십통 걸었다"..선생님들 직무만족도 반 토막
“안갯속을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2020년 4월,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교실이 열린 순간을 중학교 교사 A씨는 이렇게 기억했다.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였다”면서다. 어떤 이는 ‘편안한 시간’이었을 거라 쉽게 짐작하기도 하지만, 지난 2년여는 교사들에게 생전 처음 겪는 업무의 연속이었다.
잠꾸러기 학생 전화로 깨웠다
사상 첫 ‘온라인 수업’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A씨는 “교사들끼리 온라인으로 쪽지시험 치는 법, 동영상 제작하는 법을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적응해 갔다”고 회고했다.
초등학교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연주해야 하는 리코더 대신 칼림바나 우쿨렐레가 악기의 ‘대세’가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 C씨는 “‘모둠 만들기’나 ‘짝 활동’도 못 하게 됐다. 제약 속에서 학생들이 재미있어하는 수업을 하는 게 힘들었다”며 “교내 체험실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고 말했다.
보충수업 수요도 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 교사 D씨는 “코로나19 동안 생긴 학습결손 회복을 위해 학력이 낮은 학생들을 남겨 방과 후에 과외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며 “10명쯤 되는데 너무 많으니까 두세 번에 나눠서 가르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비대면 수업 때 가르친 내용은 대체로 잘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르친 내용을 또 가르쳐 가며 겨우 진도를 뺐다.
교사는 ‘우리 교실 중대본’
등교 시 교문, 점심시간 전 식당에서 체온을 쟀다. 손 소독·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계속 주지시키는 것도 교사들의 일이었다. 교실에는 가림막을 세우고 거리두기 스티커를 붙였다. 3월에는 학생들에게 주 2회 자가진단키트를 하게 해서 결과를 일요일·수요일 저녁마다 결과를 취합했다.
아침엔 독촉 전화, 밤엔 안내 전화
교사들은 학부모들 간의 이견도 힘들었던 점으로 꼽았다. B씨는 “자녀를 등교시키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이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이렇게 위험한데 급식을 먹으면 어떡하냐’는 전화가 오곤 했다”고 말했다.
수시로 바뀌는 방역 정책도 곤혹스러웠다. C씨는 “거리 두기 정책이 바뀔 때마다 학교 지침도 바뀐다. 그때마다 안내해도 헷갈리기 때문에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문의 전화가 잦았다”고 말했다. 증상이 있는 학생을 등교시킨 학부모와 실랑이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직무 만족도 6년 만에 반 토막
B씨는 “교육청에서 좋은 교육 정책을 많이 만들지만, 그 업무를 하는 건 교사다. 새로운 업무가 늘어난다고 기존 업무가 줄어들지 않는 게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C씨는 “일하는 만큼 인정받지 못하는데 관리자와 학부모의 요구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노력을 인정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뿌듯하고 ‘교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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