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10개월 만에 우승.."시즌 초 골프장서 도망가고 싶었다"

성호준 입력 2022. 5. 15. 16:31 수정 2022. 5. 15. 22: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민지. [KLPGA 제공]

대세 박민지(24)가 돌아왔다.

박민지는 15일 경기 용인시의 수원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 합계 11언더파로 아마추어 황유민(19)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통산 11승째다.

공동 선두로 들어선 마지막 홀, 박민지가 두 번째 샷을 하고 나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샷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박민지는 "황유민이 두번째 샷을 핀 옆에 붙일 것 같아 나도 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그랬다"고 말했다.

장타를 치는 황유민은 남은 거리가 100m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그의 볼은 디벗에 있었다. 디벗을 모래로 메워 볼이 박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래와 잔디 중간이라 애매했다.

황유민의 두 번째 샷은 진짜 모래(벙커)에 빠졌다. 박민지가 10개월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해 박민지는 ‘대세’로 불렸다. 4월부터 7월까지 6승을 했다. 그러나 8월 잠정구 4벌타 사건을 겪었다.

대유 위니아 MBN 여자오픈 1라운드 파 5인 6번 홀에서 2온을 노리고 친 우드샷이 당겨져 볼이 숲속으로 날아간 게 발단이었다.

완전히 OB라고 생각한 박민지는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고 동반자에게 말하지 않고 새 볼을 쳤다. 그러나 처음 친 공이 나무를 맞고 굴러 내려와 있었다.

박민지가 “프로비저널 볼”이란 말을 안 했기 때문에 원래 친 공은 OB 밖으로 나가든 안 나가든 OB 처리다(1벌타). 원구를 쳐서는 안 된다.

황유민. [사진 KLPGA]


그러나 박민지는 캐디가 찾은 첫 공을 쳤다(오구 2벌타). 그린으로 가면서 이제는 필요 없어진 것으로 여긴 두 번째 공을 집어 들었다(1벌타). 총 4벌타를 받았다.

전성기 신지애는 KLPGA 투어에서 뛸 때 경쟁자들에게 두려움을 줬다. 지난해 여름 박민지가 그랬다. 4벌타 사건 이후 박민지는 기세가 꺾였다. 우승 경쟁은 했지만 우승은 못 했다. 마지막 우승 후 10개월이 흘렀다.
아픔이 많았던 것 같다. 박민지는 “올해 들어 약간 초조했다. 코로나에도 걸리고, 2년 간 없었던 갤러리에게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 그래서 1번 홀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눈물로 보낸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 최근 샷감과 퍼트 감이 올라와 이대로 가면 우승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 대회 들어 이상하게도 조급한 마음이 없어졌는데 곧바로 우승이 찾아왔다. 내가 봐도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박민지는 전날 벌어진 2라운드 초반 트리플보기를 했다. 그러나 3타를 줄이면서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최종라운드에선 발바닥에 쥐가 나 고생도 했다. 그는 "경기를 마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걱정이 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끝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경쟁한 황유민은 지난해 한국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다. 당시 14언더파로 신지애 등이 가지고 있던 최저타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여자오픈에서는 4위에 올랐다.

황유민은 “모든 샷을 잘한다”고 했다. 특히 장타가 돋보였다. 약간 내리막 파 5인 8번 홀에서 303야드의 티샷을 치고 2온을 시켜 버디를 잡아내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1650그루의 나무 전달식을 하는 NH. 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과 정윤지 프로. [조직위 제공]

한때 2타 차 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추어에게 지지는 않겠다"는 박민지의 의지와 디벗 불운에 눈물을 삼켰다.

황유민은 2017년 8월 최혜진에 이어 4년 9개월 만에 KLPGA 투어 아마추어 우승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그러나 강한 인상을 남겼고 올해 한국여자오픈을 끝으로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다.

박민지는 “황유민은 좋아하는 동생이다. 지난 해 함께 라운드할 때 아주 잘 쳐서 잘 될 거라고 얘기해줬는데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해서 내가 많이 긴장했다”고 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통해 강원 산불 피해지역에 1650그루의 나무를 심게 된다. 10번 홀에서 버디를 하면 묘목 50그루씩을 적립하는데 모두 33개의 버디가 나왔다.

이번 대회는 그린대회를 표방한다. 탄소절감을 실천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든 갤러리에게는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고 모바일 입장권을 배포했다.

장희민. [KPGA 제공]

경기 여주 페럼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는 신인 장희민(20)이 합계 5언더파로 우승했다.

2016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했던 장희민은 영국으로 건너가 유럽 3부 투어를 통해 실력을 가다듬고 지난해 스릭슨 투어(KPGA 2부 투어)를 통해 1부 투어로 올라왔다.

역시 유럽 3부 투어를 경험한 김민규와 군에서 제대한 이상희가 공동 2위다.

용인=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