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시간 20분→1분 단축..러군 대대급 전멸시킨 '우버 작전'
러시아군이 침공 초기부터 집중적으로 공략했던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 인근에서 80일 만에 철수하는 중이라고 AP 통신 등 외신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
러, 제2 도시 하르키우 인근에서 80일 만에 철수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지난 몇 주간 대규모 포격을 가한 후 하르키우 일대에서 퇴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르 테레호프 하르키우 시장도 BBC에 "우리 군의 방어 노력으로 도시 근처에서 계속 포격하던 러시아군이 국경 쪽으로 철수했다. 현재 도시는 평온한 상태"라고 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 북동부 전선에서 4개 마을을 수복하며 러시아군을 밀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세계대전 때 구소련과 독일 공방전의 최전선이었던 하르키우는 이번 전쟁에서도 치열한 전장이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말 개전 4일 만에 하르키우 시내에 진입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즉각 격퇴했다. 이후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인근 마을을 차지하고 하르키우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수십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러 동남부 재배치 예상…우크라 이지움 반격 개시
뉴욕타임스(NYT)는 서방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하르키우 인근에서 철수한 러시아군은 동남부 전선으로 재배치될 것으로 전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일대에서 철수를 완료할 것이나 보우찬스크~이지움 통신선 방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은 이지움을 탈환하기 위해 진격하고 있다. 올레그 시네후보프 하르키우 주지사는 14일 "이지움에서 우리 군이 반격을 시작했고, 러시아군이 일부 방면에선 후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움은 하르키우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다. 러시아군이 지난달 중순 돈바스 전투 총공세를 시작하면서 이곳을 점령했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를 함락하고 이지움 대대에 합류해서 돈바스 전선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려고 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하르키우를 차지하지 못하고 이지움도 압박당하면서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우크라, 강 건너는 러군 대대급 전멸 시켜 사기 올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전선에서 반격의 계기를 마련한 건 서방 무기 지원과 함께 러시아군의 도하 작전을 대대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8일 하르키우로 이어지는 시베르스키도네츠강에 부교를 세우고 건너다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73대의 탱크와 장갑차를 잃고 최대 1500명의 병력 손실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항공사진 등을 토대로 이같이 추산했다.
시베르스키도네츠크강은 러시아 남부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잇는 강으로 기갑부대의 진격을 늦추는 자연 방벽 중 하나다. 러시아군은 이 강을 건너기 위해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우크라나군 당국은 지난 13일 9차례나 저지했다고 밝혔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14일 "러시아군이 또 이 강을 건너려고 준비 중이다. 일부 대대는 이 명령을 거부하고 있지만 새로운 대대를 투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WSJ은 "도하 실패로 러시아군이 돈바스 전선에서 추진력이 크게 떨어졌다"면서 "러시아군 소식통에 의하면 이번 전쟁에서 가장 치명적인 패배로 꼽혀 이 작전을 고안한 장군을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ISW도 "러시아군을 지지하던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도 '러시아군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왜 교훈을 얻지 못하나'고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르피가로는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동부 전선에서 진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도하 작전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한 건 '우버 앱' 방식 프로그램 덕이었다. 우크라이나 프로그래머가 영국 회사와 협력해 개발한 'GIS 아르타(Arta)'는 승객을 찾아 가까운 운전자를 배정하는 우버 앱처럼 목표물을 식별한 뒤 주변에 있는 박격포·미사일·전투 무인기 등 무기 중 가장 적합한 공격 무기를 신속하게 선택하게 해준다.
보통 적의 위치를 보고받고 공격 개시까지 걸리는 시간이 20분인데, GIS 아르타를 이용하면 1∼2분으로 단축된다고 더타임스가 전했다. 개발자 중 한 명인 볼로디미르는 "시베르스키도네츠크강에서 적군 위치를 파악하는데 여러 도구가 사용됐고, GIS 아르타도 그중 하나였다"고 확인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덜미 잡혀 고꾸라져…" 조민아 가정폭력 암시글 보니
- "래퍼 뱃사공 피해자는 지인 아닌 나" 던밀스 아내 반전 고백
- '신의 직장' 억소리 나네…대기업 제친 공공기관, 연봉 1위 어디
- 김어준 "尹 신발 산 게 근무냐…24시간 근무? 납득 안간다"
- "강수연 반려동물, 제가 데려가 키울게요" 나선 배우 누구
- 백지영도 호소한 '28억 약'…한국 건보 역사에 '획기적 사건' 일어났다
- "하늘선 사기치지 마" 살인 용의자의 극단선택 예고…뭔 사연?
- 정구집 "문 정부 실세이름 나오자 '라임 합수단' 해체…제발 수사해달라"
- '왜 김은혜 공격하나' 통화…민주당, 尹대통령-강용석 고발
- "난자냉동, 얼떨결에 하지말라" 본인 배 찌른 채은정의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