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치료 의사가 정자 주인? 미국 사회 긴장케 한 이 사건
[김준모 기자]
▲ <우리의 아버지> 포스터 |
ⓒ 넷플릭스 |
2015년, 저코바는 자신의 형제자매를 찾고자 한다. 정자 기능으로 태어난 그녀는 한 정자가 최대 3번은 사용된다는 점에서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DNA 검사를 한 그녀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한다. 총 7명에 달하는 이들이 형제자매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블룸하우스가 제작에 참여한 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는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큰 명성을 얻었던 불임전문의 도널드 클라인의 추악한 맨얼굴을 파헤친다.
80년대 도널드 클라인은 나팔관 연결 성공률이 높아 수많은 불임부부에게 행복을 주었던 의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역에서 존경받는 의사이자 기부가이며 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저코바의 부모 역시 도널드한테 진료를 받았다. 저코바는 자신과 같은 정자로 태어난 이들을 알려 달라 부탁했으나 도널드는 거절한다. 그 이유는 정자의 주인공이 도널드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정액을 여성들한테 주입했고 90명이 넘는 자식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 <우리의 아버지> 스틸컷 |
ⓒ 넷플릭스 |
저코바는 이 문제를 알리고자 하나 인디애나주 검찰청을 비롯해 법무부, 언론사 어디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다. 유일하게 그 목소리를 들은 건 폭스59의 기자, 안젤라 가노트였다. 안젤라는 도널드 취재에 나선 건 물론 이 내용을 방송에 공개한다. 이로 인해 7명으로 형제자매는 끝이라는 도널드의 말과 달리 그의 병원을 이용했던 많은 부부들이 피해자임이 밝혀지게 된다.
재연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전반적으로 호러의 실감을 강조한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도널드 클라인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공포를 자아낸다. 도널드는 권총을 지니고 다니는 건 물론 저코바와 안젤라를 노골적으로 협박한다. 지인들은 도널드에 대해 엄격하고 권위적이며 오만한 성격이라 말한다. 어둡고 위압적인 도널드의 캐릭터를 재연해 질감을 살리는 영리한 선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가 지니는 세 가지 구성을 탄탄하게 담아낸다. 원인, 사건, 감정이다. 사건은 저코바가 진실을 발견한 후 그를 법정에 세우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안젤라의 끈질긴 연락 끝에 매리언 카운티의 팀 딜레이니 검사는 사건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도널드를 기소할 죄목이 없다고 말한다.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강제로'와 '동의없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의문을 자아낸다.
▲ <우리의 아버지> 스틸컷 |
ⓒ 넷플릭스 |
사건이 기소가 되지 못한 만큼 명확한 원인을 찾는 건 힘들었을지 모른다. 작품은 나름의 추측을 내세운다. 바로 종교다. 도널드의 동료인 서린과 마크 부부는 그가 1963년 한 아이를 차로 치여 죽였다고 말한다. 극심한 트라우마를 얻은 도널드는 종교의 힘으로 이를 극복한다. 저코바는 도널드가 장로로 있는 교회가 퀴버풀이라는 사이비 교단의 일부라 추측한다. 퀴버풀의 교리는 최대한 많은 아이를 낳게 하는 것으로 여성을 아이를 낳기 위한 도구로 취급한다.
도널드가 저코바에게 언급한 성경 예레미야 1장 5절 역시 이런 교리와 연결된다. 도널드의 과거와 현재에서 찾은 근거를 연결해 설득력 있는 가설을 펼친다. 원인과 사건이 뼈대를 형성한다면 감정은 살을 더한다. 다큐멘터리의 연출은 그 파급력을 결정한다. 사실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감정을 통해 사건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촉구한다. 도널드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아이를 원하는 여성들을 도와줬다는 점을 강조한다.
허나 이 말에는 큰 결함이 있다. 도널드는 유전이 되는 면역 체계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정자 기증을 할 수 없는 몸이었고 강제로 태어난 피해자들은 그 자식들이 유전병을 지니고 태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문제와 함께 서린과 마크의 인터뷰 내용은 묘한 감정을 준다. 서린은 도널드의 실력이 아니었다면 자식을 얻지 못했을 것이고 자신은 딸과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그의 범죄행각에 대한 옹호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정과 편견의 시선에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시도처럼 느껴진다. 90명이 넘는 형제자매들은 재판은 끝났지만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며 자신들끼리 커뮤니티를 구성했다. 아버지를 지우고 생겨난 연대를 통해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고발의 주제의식을 공포장르로 풀어내면서 온정을 잃지 않는 미덕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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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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