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생 가장' 롯데 서준원, 시즌 첫 승 수확

양형석 2022. 5. 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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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4일 한화전 4.1이닝1피안타3K 무실점 승리, 롯데 공동 3위 도약

[양형석 기자]

롯데가 1-4의 스코어를 8-5로 뒤집으며 한화에게 재역전승을 거뒀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3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8-5로 승리했다. 이틀 연속 한화를 꺾고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롯데는 이날 삼성 라이온즈에게 0-4로 패한 두산 베어스와 함께 공동 3위로 올라서며 다시 상위권 경쟁에 뛰어 들었다(20승1무15패).

롯데는 5회에 터진 DJ 피터스의 투런 홈런이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됐고 최고참 선수 이대호도 2회와 9회 시즌 4,5호 홈런을 터트리며 4타점 경기를 만들었다. 롯데는 선발 김진욱이 2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4.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은 이 투수 덕분에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6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낸 프로 4년 차 잠수함 서준원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 입단 후 기대에 못 미친 '초고교급 잠수함'

2017년 9월 캐나다 썬더베이에서 열린 제28회 U-18 야구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청소년 대표팀은 1990년생 황금세대를 앞세워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2008년 이후 9년 만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으로 꼽혔다. 비록 휘문고의 우완 강속구 투수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학교 폭력 사건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지만 곽빈(두산 베어스), 김민(KT 위즈), 양창섭(삼성) 등 초고교급 에이스들로 구성된 강한 마운드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곽빈과 양창섭, 김민 등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렸는데 쟁쟁한 3학년들 사이에 옆으로 공을 던지는 2학년 투수 한 명이 선발진에 끼어 있었다. 바로 경남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사이드암 서준원이었다. 당시 좌완 김기훈(상무)과 함께 단 2명 뿐인 2학년생이었던 서준원은 호주와의 첫 경기와 쿠바와의 슈퍼라운드 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이닝4실점(3자책)13탈삼진으로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특급 잠수함' 서준원 지명을 예약한 연고구단 롯데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투수지명에 집착하지 않고 경남고 거포 한동희를 1차 지명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 후 롯데는 당연한 수순으로 서준원을 2019년 신인 드래프트의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하면서 김기훈,김대한(두산),원태인(삼성)과 함께 그 해 입단한 신인 선수 중 가장 많은 3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시속 153km의 강속구를 던졌던 서준원은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았다. 선발 16경기를 포함해 33경기에 등판하며 97이닝을 소화한 서준원은 공인구의 반발력을 줄이며 투고타저 시즌이 된 2019년 4승11패 평균자책점5.47로 '슈퍼루키'라는 닉네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냈다(게다가 공교롭게도 그 해 신인왕은 같은 잠수함 투수인 LG 트윈스의 정우영이 수상했다).

롯데는 2020년 김원중이 마무리로 전향하면서 서준원에게 계속 선발 한 자리를 맡기겼다. 하지만 서준원은 31경기에서 107.2이닝을 소화하고도 7승6패5.18로 성적이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물론 두 자리 수 패배를 기록했던 루키 시즌에 비하면 선발 투수로서 경험이 쌓이긴 했지만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불 같은 강속구로 상대타자들을 압도할 거라던 롯데팬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구속 포기한 서준원, 지저분한 움직임 얻었다

사실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신인급 투수가 퓨처스리그도 아닌 1군에서 꾸준한 선발등판 기회를 얻으며 경험치를 쌓는 것은 아무나 누리지 못하는 대단한 특권이다. 하지만 2년 동안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한 서준원은 3년 차부터 더 이상 선발 특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서준원은 작년 전반기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19경기에 등판해 3홀드7.20의 성적을 기록했다. 후반기부터는 선발로 변신해 7경기에 등판했지만 1승3패7.45로 큰 반등은 없었다.

입단 동기 정우영을 비롯해 최원준,박치국(이상 두산),고영표(KT),임기영(KIA) 등 각 구단의 젊은 잠수함 투수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발전하는 것에 비해 서준원은 오히려 해가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며 성장이 정체되고 있었다. 루키 시즌 시속 146km였던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은 작년에도 시속 145.2km를 기록하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서준원은 타자들에게 점점 상대하기 쉬운 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서준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생존을 위한 변화를 단행했다. 현역 시절 잠수함 투수로 활약했던 임경완 코치와 이재율 코치의 조언에 따라 팔 각도를 내려 사이드암 투수에서 언더핸드 투수에 가깝게 투구폼을 교정한 것이다. 서준원으로서는 자신의 장점이었던 구속의 저하를 각오해야 하는 위험한 변신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투구 내용만 보면 서준원의 과감한 변신은 지금까지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올 시즌 불펜으로만 6경기에 등판한 서준원은 13.1이닝 동안 안타11개를 맞고 삼진9개를 잡으며 5실점(5자책)을 기록하며 1승3.38의 안정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비록 서준원의 올 시즌 속구 평균구속은 시속 138.7km로 작년보다 5~6km 정도 떨어졌지만 공의 움직임은 더욱 좋아졌고 무엇보다 볼넷이 2개에 불과할 정도로 제구도 크게 안정됐다. 서준원은 14일 한화전에서 4.1이닝 1피안타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2000년생 서준원은 아직 만20세의 어린 선수지만 지난 2020년 6살 연상의 여자친구와 결혼했고 작년 11월에는 첫째 아들이 태어난 한 가정의 '가장'이다. 앞으로 커갈수록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것을 인지하게 될 아들을 위해서라도 마운드에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올 시즌 서준원의 성공적인 변신은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가 되기 위한 '젊은 가장의 책임감'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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