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리고 꽉 잡아!"..한강에 빠진 학생 살려 [아살세]
"서로 도우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 다시금 느껴"
“살려주세요” 지난 10일 오후 7시반쯤 학생 한 명이 한강에 빠져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물에 빠진 뒤 시간이 흐른 상태였는지 허우적대는 학생의 몸부림도 점점 작아져 가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간대, 김시영(47)씨는 한강 노들섬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유롭게 걷고 있던 그때 김씨의 귀에 한 시민의 통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강에 사람이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씨는 ‘학생들이 물에서 장난을 치나?’ ‘진짜 빠졌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미 구해줬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걱정이 돼 산책로에서 강가 쪽으로 다가가 보니 저 멀리서 힘겹게 허우적대는 학생 A양의 모습이 김씨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A양은 아직 구조되지 못한 채 물속에서 홀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던 것이죠.
A양을 본 순간 김씨는 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씨는 있는 자리에서 100m 정도 전력 질주해서 A양이 빠진 한강대교 아래 강가 부근까지 다가갔습니다.
A양 근처에는 애처롭게 상황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한 분만 있었습니다. 나이가 있어 직접 구조를 하지 못하고 있던 할아버지는 애타는 마음에 김씨에게 “얼른 물에 들어가서 학생을 구해줘”라고 절박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일단 할아버지를 진정시키곤 상황 파악에 나섰습니다. 평소 응급상황 대처 영상으로 응급조치 요령을 터득한 덕분에 섣불리 물에 들어갔다간 김씨도, A양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죠.
전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김씨는 A양이 물에 빠진 지점과 자신의 거리가 대략 2.5~3m가량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김씨는 잽싸기 차고 있던 허리띠를 풀고, 크로스백 가방을 길게 늘여 이 둘을 연결했습니다. A양을 구조할 수 있는 줄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김씨는 그렇게 만든 허리띠 줄을 A양이 빠진 지점으로 던졌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A양과의 거리가 멀었던 탓에 김씨는 몸을 사리는 대신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려 최대한 A양이 잡을 수 있도록 줄을 보냈습니다.
“야! 정신 차려 당황하지 말고 줄 꽉 잡아” 김씨는 진이 빠져 있는 A양에게 크게 외쳤습니다. 다행히 A양은 줄을 잡았고, 김씨는 A양을 강변 콘크리트 벽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이제 A양을 물 밖으로 꺼내는 일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김씨의 힘만으로 물속에서 힘이 빠져 축 처진 A양을 들어 올리긴 무리였습니다. 김씨는 있는 힘껏 “도와주세요!”라며 주변에 소리쳤습니다.
다행히 그의 외침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김씨와 A양에게로 왔고 무사히 A양을 물 밖으로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해 강변 콘크리트 벽에 돗자리를 대고 A양을 구출하는 섬세한 기지도 발휘했습니다. 혹여나 A양이 물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거친 콘크리트에 긁혀 상처가 나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죠.
A양이 구조돼 한시름 놓인 상황에서도 김씨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구조대가 오는 동안 A양에게 저체온증이 오지 않도록 주변에 있는 여성 시민들에게 물기를 닦고, 혈액순환을 위해 마사지도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A양은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됐고, 찬란한 미래를 계속해서 꿈꿀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한 명의 귀한 생명을 구한 김씨. 그도 A양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에 쓸려 상처가 나고, 어깨에 멍이 들었다고 합니다. “생명을 구하느라 생긴 건데… 영광의 상처죠”라며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김씨는 과거에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던 시민을 구하고, 중국 유학생 시절엔 칼에 찔려 의식을 잃어가는 시민을 구조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용기가 생겼던 것일까요. 김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살려야겠다는 큰 다짐을 한 건 아니고 그냥 그 순간에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서로 도와주는데…”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씨는 “제 존재 가치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 참 행복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어 “제 경험을 통해 다른 분들도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실 수 있는 용기가 생길 수 있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습니다.
김씨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남긴 한마디가 마음을 울립니다. 김씨의 말처럼 크고 작은 일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더불어서 살아가니까요. 우리도 이웃에게 손 내미는 용기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가슴속에 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김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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