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쓰' 싱크대에 버린다고?..尹이 공약한 '디스포저' 뭐길래
■ 쓰레기사용설명서는...
「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마라. 다시 보면 보물이니"
기후변화의 시대, 쓰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자원화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중앙일보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전하는 쓰레기의 모든 것. 나와 지구를 사랑하는 '제로웨이스트' 세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따져보고 알려드립니다.
」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다. 더워질수록 음식쓰레기는 악취를 더하고, 쉽게 썩는다. '음쓰' 버리기는 고역이다.
그래서 가정용 음식물 분쇄기, 이른바 '디스포저'가 인기다. 주방 싱크대 하수구로 음식쓰레기를 배출하면 분쇄해서 내보내준다. 원칙적으로는 금지이지만, 찌꺼기 80% 이상을 회수한다는 조건으로 2012년부터 제한적으로 사용이 허용됐다.
가정에서 디스포저 사용이 늘고 있지만 찌꺼기가 하수도 과부하를 일으킨다는 문제 등으로 10년째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디스포저 허용이 포함되면서 묵은 이슈가 재점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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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3종 구분, 한국은 '유사' 방식
디스포저 제품은 음식물을 기계적으로 분쇄한다는 점에선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운영 방식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디스포저는 음식쓰레기를 잘게 갈아서 곧바로 하수도로 내보내는 방식이다. 주로 미국에서 많이 쓰는 형태지만 밀집 주거가 많은 한국 상황엔 맞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대부분 '고형물 회수형' 디스포저다. 음식을 갈아서 나온 찌꺼기를 별도 회수통에 모은 뒤 버리는 식이다. 바로 하수도로 내보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유사 디스포저라고도 한다. 문제는 가정에서 모인 찌꺼기를 직접 처리해야 하는 귀찮음 때문에 거름망 등을 떼버리는 불법 개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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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공약에 업계 '환영', 환경단체 '반대'
윤 대통령의 공약은 음식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신축 건물과 단지에서 디스포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파쇄한 뒤 하수구에 배출하면 건물 하부 수거 용기에서 회수해 바이오가스 생산한다는 설명만 있다. 구체적 내용이 없어 고형물 회수형과 배수 전처리식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디스포저 업계에선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주방용음식물분쇄기협회 관계자는 "음식쓰레기로 바이오가스, 퇴비 등 자원 순환하려면 디스포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신축 건물에 디스포저를 허용하면 지금보다 폭넓은 용도로 쓰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 등에선 현재 판매 중인 제품 허가, 신축 단지 등에 대한 추가 허용 모두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수질 악화와 추가 비용 문제가 제일 크다. 아파트 구조상 디스포저를 잘못 쓰면 한 집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다른 가정의 하수 체계까지 모두 망가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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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내 시설 처리' 주장도
이동훈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가정에서 분쇄·수거를 모두 하는 유사 디스포저는 전 세계서 찾아보기 어렵다. 규제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생긴 셈"이라면서 "현 디스포저 정책은 전면 수정해야 한다. 정부서 인증하는 고형물 80% 기준 오차도 크고, 불법 개조 문제도 있기 때문에 유사 디스포저는 금지하되 시스템 설비를 활용한 변형 제품은 신규 아파트 등에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미 운영 중인 곳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엔 커다란 기계 3개가 설치돼 있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공간 바로 옆이다. 동마다 이런 시설이 하나씩 있다. 설거지를 하면 분쇄기를 거친 하수가 내려오면서 기계가 돌아간다.
이 시설을 만든 ㈜하이에나 김경식 대표는 "다른 생활 하수와 달리 디스포저를 거친 하수는 바로 공공 하수도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별도 이송관을 통해 지하 처리조로 온다. 크기가 크고 싱크대에 넣기 어려운 음식쓰레기는 주민이 직접 챙겨와 기계에 넣어 분쇄한다"라고 설명했다.
기계를 열어보니 이렇게 모인 하수가 고형물과 액체로 나뉘었다. 음폐수(수분)를 모두 제거한 찌꺼기가 미생물과 만나 퇴비로 바뀐 것도 보였다. 음식쓰레기 처리 시설이라고 하지만 별다른 악취는 나지 않았다. 퇴비에 코를 가까이 갖다 대야 약간 쿰쿰한 냄새가 나는 정도다. 이렇게 나온 퇴비는 주로 텃밭 등에 쓰인다고 한다.
다만 이 시스템도 풀어야 할 논란이 있다. 각 가정 분쇄기에 회수통이 없기 때문에 하수도법, 폐기물관리법 적용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하수도 영향과 법 개정 관건…장기전 갈 듯
환경부 관계자는 "디스포저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슈라 곧바로 결론 나오긴 어렵다. 상반된 내용의 법안도 올라와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홍수열 소장도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테스트하고 모니터링하는 건 당장 가능하겠지만, 정책 결정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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