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 160만마리 방류에도 사라진 명태..'바다'에 답 있었다
‘식은 밥이 밥일런가 명태 반찬이 반찬일런가.’ (음식 대접이 좋지 않다는 의미)
‘북어 한 마리 주고 제상 엎는다.’ (보잘것없는 것을 주고 큰 손해를 입힌다는 의미)
한국 속담에서 ‘흔하고 값싼 생선’으로 등장하는 명태는 한때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이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43년 명태 어획량은 21만톤으로 국내 전체 어획량의 28%를 차지했다. 강원 고성 민요 ‘명태 잡는 소리’ 등 어부들의 뱃노래에도 자주 등장했다. 어부들은 생태, 동태, 북어, 노가리 등 다양한 이름도 붙여줬다.
그랬던 명태가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명태 어획량은 1990년대 들어 1만톤 아래로 급감했고, 2017년에 이르러선 한 해 동안 연·근해에서 잡힌 명태의 양이 1톤에 불과할 정도로 어획량이 줄었다. 정부는 2019년부터 국내 명태잡이를 전면 금지했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 인공 양식한 명태 치어 160만 마리 이상을 방류하는 등 복원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그렇게 흔했던 명태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의문은 수십 년째 이어졌다. 여러 가설이 제기됐지만, 당시 해양 관측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원인 분석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원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의 바다’를 재구성해 명태 실종의 원인을 규명해 낸 연구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조양기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해양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 4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동해안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를 명태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슈퍼컴퓨터로 40년 전 바다 수온·해류 밝혀내
동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따뜻한 해류인 ‘동한난류’가 강해지면서 연안으로 유입되는 명태 유생 수도 줄었다. 연구팀이 입자 추적 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1980년대 후반 산란지에서 동해안 서식지로 이동한 유생 수는 80년대 초반에 비해 74% 감소했다. 조 교수는 “산란한 알이나 유생은 해류에 따라 움직인다. 기존엔 겨울엔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 한국 연안을 따라 (유생이) 내려올 수 있었는데, 기후 변화로 겨울철 바람이 약해지고 동한난류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유생이 (바다) 바깥쪽으로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공위성 관측 표층 수온 자료를 바탕으로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 과거 바다의 심층 수온과 해류 흐름 등을 산출해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지만, 과거 상황도 재현할 수 있다”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만들어낸 수온 자료와 과거 실제로 관측된 수온 자료를 비교하면서 통계적으로 오차를 줄였다”고 했다.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이 연구에는 서울대와 부산대, 강릉원주대, 국립해양조사원 소속 연구원 9명이 참여했다.
“기후 변화, 명태만의 문제 아냐”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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