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끝장이다"..'8분 컷' 대통령 출퇴근길에 사활 건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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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민 사회2팀 기자의 픽: 프레지덴셜 모터케이드
프레지덴셜 모터케이드(Presidential Motorcade). 경찰이 일반 차량을 통제하고, 대통령이 탄 차량을 포함해 이를 경호하는 모터사이클과 차량 등 수십 대가 지나가는 방식의 행렬을 뜻합니다. 1940년대 미국에서 루스벨트 대통령 저격 위협이 있고 나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동선과 관계없이 시속 30km 이상의 속도로 달리고, 경호상 이유로 절대 멈추지 않는 게 프레지덴셜 모터케이드의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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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용산 오간다…출퇴근 대통령 시대
서울 시민은 당분간 최소 하루 2번의 프레지덴셜 모터케이드를 경험하게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출퇴근 대통령 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시절엔 볼 수 없었던 대한민국 대통령의 출근길엔 수많은 이목이 쏠렸습니다.
지난 11일 윤 대통령의 첫 출근길은 8분이 소요됐습니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서울성모병원 사거리와 반포대교를 거쳐 용산 집무실까지 7km 구간에 순차적으로 30초에서 1분 간격으로 신호통제가 이뤄졌습니다. 대통령의 경호와 이동 목적으로 해당 지역 신호 등이 통제되면서 시민 불편이 있을 거란 우려도 나왔지만, 대통령 출퇴근길에서 눈에 띄는 정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출퇴근은 그날 상황에 따라 반포ㆍ동작ㆍ한강ㆍ한남대교를 통해 진행됩니다. 한강을 건너 용산과 서초를 오가는 출퇴근길은 새로운 대통령 관저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관저의 리모델링이 끝날 때까지 한 달가량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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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최대 100명 투입, 시민 불편 최소화”
출퇴근 대통령 시대를 맞아 가장 분주한 건 경찰입니다. 매일 시속 30km 이상의 속도로 10분 내외에 임무를 완수해야 할 책임이 생겼으니까요. 대통령의 첫 출퇴근에 맞춰 경비 및 교통 관리 계획을 세운 경찰은 시민 불편 최소화를 원칙으로 3차례의 시뮬레이션까지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이 어떤 시간으로 결정되든 시민 불편과 경호상 안전 확보에만 주안점을 두겠다”면서 “24시간 교통 상황을 주시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돌발 변수 영향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대통령의 원활할 출퇴근을 위해 적게는 70명에서 많게는 100명의 인력을 배치합니다. 용산경찰서엔 교통경찰관 20여명이 추가 배치됐고, 도심권에서 교통기동대 1개 부대가 대통령 출퇴근길 교통 관리에 투입됐습니다.
그래도 차량 정체에 따른 시민 불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서초와 용산은 평소에도 차량 통행이 잦은 교통 취약 구간인 데다가 집회ㆍ시위와 같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서죠. 최근 법원이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의 자유를 허용하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도 경찰엔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외치며 최우선의 가치로 선언한 것과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새 대통령과 함께 찾아온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그의 동선을 사수해야 하는 경찰의 애환도 짠합니다. 다른 큰 나랏일에 비하면 사소할 수 있지만, 프레지덴셜 모터케이드는 모두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선이 멈추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그 짧은 장면에서조차 혹시나 제왕적 대통령의 흔적이나 권위주의적 악습이 되살아날까 조마조마한 국민의 마음일 겁니다. 국민은 출퇴근길 불편함을 감수하며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대통령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8분이 아니라 8초도 참지 못하는 국민이라는걸 대통령도 잘 아실거라 믿습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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