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서 순식간에 매진..롯데 선수 '특별한 유니폼'의 비밀

김경미 2022. 5.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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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찾은 많은 관중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직 노래방’이 돌아왔다.”
지난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롯데자이언츠의 정규 시즌 4차전. 롯데를 응원하는 ‘부산갈매기’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코로나19로 제한됐던 육성 응원이 2년 만에 재개된 데다 롯데가 시즌 2위에 오른 후 처음 치르는 홈경기여서다. 사직구장 2만여 석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매진됐다.

이날 경기 말고도 섬유화학·패션업계에서 화제를 모은 것은 롯데 선수들이 입은 ‘친환경 유니폼’이었다. 지난해 3월부터 부산 일대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만든 재활용 소재여서다. 롯데자이언츠 창단 40주년을 맞아 올해 선수들은 모두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유니폼 상의를 시즌 내내 입을 예정이다.

지난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말 2사 롯데 한동희가 안타를 치고 있다. 한동희가 입은 유니폼은 부산 지역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연합뉴스]


평균 몸값 1억원이 넘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니폼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재활용 소재 운동복을 자신 있게 입힐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일까. 지난 13일 롯데케미칼의 자원선순환 활동 ‘프로젝트 루프’를 책임지는 이은애 CSV팀 수석을 통해 해답을 찾았다.

롯데케미칼은 ‘프로젝트 루프’ 행사의 일환으로 부산지역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으로 올 시즌 롯데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제작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은애 롯데케미칼 CSV팀 수석. [사진 롯데케미칼]


폐페트병 유니폼은 어떻게 탄생했나.
A : 롯데케미칼이 202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루프’ 활동의 일환이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이 바로 섬유다. 그 중에서도 프로 선수들의 운동복은 신축성, 통기성, 내구성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최고의 소재로 만들어진다. 이미 폐페트병 재활용 소재로 가방, 신발 등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좀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하고 롯데자이언츠 유니폼 제작에 도전했다.

Q :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A : 선수들은 유니폼 소재에 매우 민감하다. 수 차례 입어보고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나온 결과다. 그간 원사 제작, 디자인, 유니폼 제작 등 실제 제품이 나오기까지 1년여의 보완 과정을 거쳤다. 수거·분쇄부터 제작까지 부산시, 효성티앤씨, 롯데자이언츠 등과 함께 작업 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플라스틱 자원선순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프로젝트 루프’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자이언츠의 마스코트인 누리와 아라가 플라스틱 분리배출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롯데케미칼]

Q : 선수들의 반응은 어떤가.
A : 기존 제품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만족해했다고 전해 들었다. 롯데 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지난 6~8일 사직구장에서 ‘프로젝트 루프’ 홍보 행사를 진행했는데 경품으로 내놓았던 폐페트병 유니폼이 금방 동났고, 구매 문의도 이어졌다. 사내에서도 직원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에 힘입어 구단 차원에서 폐페트병 유니폼 판매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시즌 폐페트병 유니폼을 입고 있는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시완은 “재활용 소재지만 기존 유니폼보다 재질이 더 부드럽게 느껴지고 착용했을 때도 편안하다”고 호평했다. 한동희도 “친환경 유니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준우는 “코로나19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경기에서 입는 유니폼으로 지구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플라스틱 자원선순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프로젝트 루프’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롯데케미칼]

Q : 유니폼 제작이 프로젝트 홍보에 도움이 된 것 같다.
A : 폐플라스틱은 롯데그룹 전 계열사를 넘어 전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루프의 취지가 더욱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생태계의 시작과 끝에 동시에 위치하고 있다. 원료 생산부터 제품 판매, 버려진 제품을 수거해 재생원료로 만드는 작업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에 시작한 프로젝트 루프는 플라스틱을 수거해서 재활용하는 순환 경제를 지향하고 있다. 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각 분야의 다양한 단체, 기업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Q :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었던 친환경 운동화도 화제가 됐다.
A : 폐페트병으로 만든 제품이 나올 때마다 경영진에게 소개하는데 좋은 의미에 공감한 듯하다. 평소에도 자주 신었다고 들었는데 지난해 착용한 모습이 사진에 찍히며 널리 알려졌다. 제품 제작에 참여했던 사회적기업 LAR에 따르면 그 후로 찾는 이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서울 성동구 LAR 매장에서 직원이 폐페트병 소재로 만든 운동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 운동화는 롯데케미칼 주관으로 7개 업체가 참여한 플라스틱 자원선순환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루프'를 통해 제작된 제품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평소 자주 신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Q : 향후 계획 중인 프로젝트는.
A : 이번 롯데자이언츠 유니폼처럼 소비자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2030년에는 모든 플라스틱에 재생 소재를 섞어 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100%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품도 나오지 않을까. 프로젝트 루프는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모든 제품에 재생 소재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전 플라스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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