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탐사기획 2회] “민물가마우지, 너와 동행 어디까지”

곽경근 2022. 5. 1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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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면 잡는다' 타고난 사냥꾼
- 많이 먹고 많이 싸 ‘수질에도 영향’
- 사람도 피해입지만 동료 조류들도 피해
[생태탐사기획 2회] “민물가마우지, 너와 동행 어디까지”
쿠키뉴스는 민물가마우지(이하 가마우지)가 집단 번식하면서 생태계를 위협하는 북한강과 남한강 수계의 호수와 저수지, 내린천 등 청정 계곡과 상수원보호구역을 한 달 가까이 돌아보며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3회에 걸쳐 온·오프(지면은 16일자 양면화보) 라인을 통해 보도하고 유투브도 함께 방영한다.
충북 영동군 용산면 미전저수지의 가마우지 번식터. 이 곳은 원래 백로번식지였으나 알을 먼저 낳는 가마우지가 선점해 자신들의 번식터로 차지했다. 이처럼 가마우지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다른 조류의 번식터와 휴식지를 빼앗고 있다.

[2회] 첫 회는 소양강과 북한강, 홍천강, 평창강과 내린천 등 강과 계곡까지 침투해 우리의 토종물고기와 보호종까지 닥치는대로 잡아먹고 백화현상으로 나무를 고사시키는 것 외 토양과 식수원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가마우지의 생태계 훼손 현장을 보도했다. 이어 두번째는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의 내륙 호수와 저수지에서 번식 중인 가마우지의 실태를 게재한다.
봄이면 수원시 팔달구 서호공원 내 인공섬에 가마우지가 나무마다 층층이 둥지를 지어 번식 한다. 인공섬 뒤로 보이는 사람사는 아파트보다 가마우지 아파트의 밀도가 더 빽빽해 보인다. 

-도심 가마우지 천국 ‘서호공원 안 인공섬’
지난 달 17일, 봄 햇살이 따사로운 오전, 시민들이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전 농촌진흥청 앞 서호공원 둘레길을 산책하고 있다. 서호 상류의 인공 구조물 앞 물가에 가마우지 두 마리가 교대로 연신 물고기로 착각을 한 것인지 물고기 사냥 연습을 하는 것인지 나무 조각을 물었다가 다시 물 위에 던진 후 후다닥 달려가 쇠꼬챙이 같은 부리로 낚아챈다. 원래 가마우지는 조심성이 많아 사람의 접근을 피하는데 이 곳 가마우지들은 사람들을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물고기 사냥 연습을 하는 나무조각인듯 날카로운 부리로 물어 뜯은 흔적이 멀리서도 보인다.

인공섬을 완전히 점령한 가마우지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서호공원 맞은 편 아파트에 사는 김근수(76) 씨는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면 섬에 눈이 소복이 내린 것 같아요. 봄이 되면 나무에 물이 오르고 연초록 잎이 돋아야하는데 나무가 숨을 못 쉬는 것 같아 안타깝죠. 바람이 불면 배설물 냄새도 심하구요. 요즘은 또 새끼들이 엄청 울어대요”라며 “아마 여기 호수에 살던 고기는 다 잡아먹어서 다른 곳에서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고 했다.
'검은 옷을 입은 새' 라는 뜻에서 유래된 가마우지는 전 세계에 32종으로 우리나라에는 쇠가마우지,민물가마우지, 바다가마우지, 붉은빰가마우지 등 4종이 있다.

공원을 산책 중이던 김만겸(66) 씨는 “공원을 여유롭게 걷다가 이따금 인근 공군 비행장에서 이착륙하는 전투기 소리에 깜짝깜짝 놀란다”면서 “새들이 도심 한가운데 온다는 것이 얼마나 좋아요. 나무들이 좀 죽었지만 새들이 번식이 끝나고 여름이 되면 그래도 푸릇해져요. 비행기 굉음으로 불안정한 마음이 가마우지의 멋진 비행 모습을 보면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둥지 보수를 위해 가마우지가 풀과 나무가지를 물고 인공섬으로 향하고 있다.

수원시 환경 담당자는 “봄이면 가마우지 번식기를 맞아 개체 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나지만  7월이 되면 개체도 서서히 줄어든다”며 “아직 환경부의 지침이 없고 인위적으로 서식지를 손댈 수 없어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상태"라고 말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대청호 상류의 거북 모양의 섬. 백화현상으로 섬의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흰 거북이 호수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처럼도 보인다. 현 상황을 자연스러운 생태 순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할지 인위적 간섭이 필요한지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 상수원보호구역 내 ‘대청호 흰똥섬’
대전시 동구 대청호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내 작은 거북 모양의 섬이 있다. 이 곳 역시  인적이 드물어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섬 전체를 가마우지들이 독차지했다. 풀한포기 없이 밀가루를 뒤집어 쓴 듯 나뭇가지 끝에서 바닥 토양까지 온통 질산과 인산 성분이 강한 가마우지 배설물로 가득하다.
섬 한가운데 남아있는 비석도 배설물로 하얗게 덮여 있다.

배를 타고 섬 가까이 가보니 섬 한가운데 배설물로 뒤덮인 비석하나가 외롭게 서있다. 배가 섬 주위를 맴돌자 위협을 느낀 가마우지 무리가 일제히 날아오른다. 파란하늘의 일부분이 이들 무리의 선회 비행으로 검게 가려졌다가 다시 밝아지기를 반복한다.
번식터에서 배가 멀어지자 둥지를 비웠던 가마우지 무리가 돌아오고 있다.

안내를 맡았던 선장은 원래는 이 섬에 무덤도 있었는데 새똥에 견디지 못해 몇 해 전 이장했다고 전한다. 나무들이 배설물에 덮여 광합성 작용을 못해 껍질이 벗겨지며 죽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바닥에 가득 쌓인 독한 배설물이 청정호수에 흘러들어가는 것이 더 걱정스러워 보였다.
가마우지는 몸 전체가 검은색이며 부리 끝이 구부러져 있는 새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관심필요종으로 분류돼 있다.

민물 가마우지 관련 공식 통계나 연구는 1999년 269마리였던 개체수가 20년 만에 100배 가까이 늘었다는 환경부 국내조류동시센서스 정도가 전부이다. 환경부는 대략 가마우지 국내 개체수가 3만마리 정도로 예상하지만 상위포식자가 없고 매년 3∼4마리의 새끼를 낳는데다가 2차 3차 번식도 가능해 그 숫자는 가늠하기 어렵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은 “대청호의 민물가마우지는 향후 다른 지역으로 번식지를 옮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대전의 백로 집단서식지에서 악취와 소음, 숲 훼손 등의 피해로 주민과 생물서식처 보존의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면서 “반대로 새로운 번식지가 만들어진 만큼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서식처가 가지는 의미를 짚어보고 관리 및 보전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번식지가 대전시민의 식수원인 대청호 상류에 위치해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드론으로 내려다본 궁촌귀운지 가마우지 번식터 전경

- 잘 먹는 만큼 똥도 잘 싸요 “궁촌귀운지 내 번식터”
5월의 신록이 더욱 푸르러진 지난 10일, 원주시 귀래면 궁촌귀운지를 찾았다. 저수지 제방 못미처 차를 세우니 맞은편 초록 숲과 파란 하늘빛이 물든 호수 중간에 흰색의 긴 띠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색 풍경이다. 잘 먹는 만큼 똥도 잘 싸는 가마우지들이 만들어놓은 현장이다.
가마우지 둥지에 평균 3∼4마리의 새끼가 크고 있다.

하지만 이 곳 역시 몇해 전부터 가마우지 숫자가 크게 늘면서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저수지 주변에서 밭을 일구던 한 주민은 “근처 대학교 저수지 안에 있던 까만새들이 거기 나무들을 다 죽여놓고 살기 힘들니까 이리로 몰려왔다고 마을사람들이 이야기 해, 나는 별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별로 보기는 좋지는 않아”라고 말한다.

백화현상으로 말라죽어 앙상한 나무가지와 가마우지 둥지 실루엣이 황폐화된 생태계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배로 접근이 어려워 드론을 하늘 높이 날려서 내려다보았다. 대청호의 작은 섬이나 수원 서호의 인공섬처럼 통째로 흰색은 아니었지만 푸른 숲과 물에 대비되어 백화현상이 심한 서식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몸이 가벼워야해서 먹는 대로 대소변 구분없이 바로 배설 한다.
가마우지가 비행을 하며 배설물을 쏟아내고 있다.

대식가로 알려진 가마우지는 당연히 많이 먹는 만큼 배설량도 많아 집단 서식지의 나무와 식물, 토양에 크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이 백로와 왜가리와는 달리 나무가 있는 물가에서 서식 하는데 있다. 수질 오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저수지 안의 작은 섬이 가마우지가 번식터로 사용하면서 나무들이 모두 고사했다. 섬 봉우리 누각 안에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20호 '원주 매지리 석조보살입상'이 있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초입에 위치한 매지지(흥업지) 중간에 작은 섬이 있다. 이 곳도 가마우지가 집단번식하면서 나무들이 대부분 고사했고 원주시는 이 섬을 보호하기 위해 가마우지를 쫒아내고 보식을 했다. 지금은 저수지 주변으로 간간히 가마우지가 눈에 띌 뿐 대부분의 가마우지들은 이 곳을 떠났다. 인근의 귀례면 주민들은 매지지를 떠난 가마우지 일부가 궁촌귀운지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사람 외에는 상위 간섭자가 없는 상태에서 집단 서식지에서 몰아내면 결국 이들 무리는 흩어져 다른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뿐 개체수가 줄어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넓게 분포하면서 텃새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충북 영동군 미전저수지 앞 야산의 백로번식지에 가마우지, 왜가리 3종이 나란히 번식 중이다. 백로와 왜가리보다 먼저 알에서 깨어난 가마우지 새끼들이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며 계속해서 울어대고 있다. 아마도 내년에는 백로와 왜가리가 가마우지의 극성을 피해 번식지를 옮길지도 모른다.

-백로, 왜가리 번식지까지 점령한 “미전저수지 가마우지 여단”
보통 4월이 돼야 번식을 시작하는 백로, 왜가리와 달리 가마우지는 이들보다 한두 달 앞서 번식을 시작한다. 갑자가 개체수가 늘어난 가마우지들은 백로, 왜가리 둥지에 무리지어 알을 낳고 번식을 한다. 뒤늦게 자신의 둥지를 찾아온 백로와 왜가리들은 얼마나 허망했을까, 그렇다고 자신들보다 힘이 세고 집단 생활을 하는 가마우지 무리와 대항하기도 쉽지않다.
가마우지와 백로, 왜가리가 나란히 둥지에 튼 보기드문 번식 현장이다.

어쩔 수 없이 호수 건너편에 부지런히 둥지를 지었지만 이곳 역시 일부 가마우지 무리가 백로들과 함께 알을 품고 새끼들을 키우고 있었다. 가마우지가 양심적으로 집을 지었는지 이곳마저도 백로나 왜가리가 지은 집을 빼앗은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지난 4월 19일, 찾아간 충청북도 영동군에 위치한 미전저수지의 가마우지 번식터 현황이다.
물고기 사냥에 실패한 어린 가마우지가 어미가 잡은 물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가마우지의 물갈퀴 달린 다리는 다른 새들보다 훨씬 엉덩이 뒤쪽에 있어 물속에 빠르게 잠수가 가능하다.

저수지가 오래되어 대물붕어가 많다는 소리에 김천에서 낚시를 왔다는 전용준(57) 씨는 “가마우지가 전문 낚시꾼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나무 위에 저렇게 많이 앉아 있으니 낚시가 잘 될지 모르겠다. 시커먼 새들이 나무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든다”면서 “반나절 기다려보고 입질이 없으면 그냥 철수 하려 한다.”고 말했다.

수원·영동‧원주=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동행취재=용환국·석인철 생태사진가· 왕보현(드론촬영)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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