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환수된 '42수 관음보살도'의 남은 과제

이호영 2022. 5. 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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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부처님오신날(5월 8일)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에서 특별 법회가 열렸다.

33년 전인 1989년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진 '42수 관음보살도' 탱화가 다시 고운사 극락전 법당에 걸려짐을 기념하는 법회이다.

42수 관음보살도를 다시 극락전 법당에 모시기 위해 이날 불자들은 '오방실'을 잡고 길게 줄 선 채로 '관세음보살'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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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고운사 '42수 관음보살도' 법회 참가기.. 도난 위험 높아 '보물' 지정 시급

[이호영 기자]

▲ 42수 관음보살도 의성 고운사 극락전 봉안. 1989년 도난 후 33년 만에 귀향
ⓒ 이호영
 
지난 부처님오신날(5월 8일)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에서 특별 법회가 열렸다. 33년 전인 1989년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진 '42수 관음보살도' 탱화가 다시 고운사 극락전 법당에 걸려짐을 기념하는 법회이다.

이 탱화는 1828년 작품으로, 가로 240cm, 세로 210cm 크기인데, 2016년 서울의 한 개인 사립박물관의 수장고에서 발견돼 회수됐다. '42수 관음보살도'는 당시 고운사 대법당에 봉안돼 있던 것으로, 회수하고 보니 장황과 화기(畵記 : 불화를 그린 연대) 일부가 잘려 나간 상태이다. 아마도 절도범이 가져가기 쉽게, 또는 출처를 없애기 위해 고의로 자랐다는 게 불교계의 추정이다.

42수 관음보살도를 다시 극락전 법당에 모시기 위해 이날 불자들은 '오방실'을 잡고 길게 줄 선 채로 '관세음보살'을 외쳤다. 관음보살도를 친견한 불자들은 귀중한 문화재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다시 고향을 찾아 돌아옴에 감사했다.
  
▲ 42수 관음보살도 친견 법회 의성 고운사. 불자들, '오방실' 잡고 '42수 관음보살도' 친견 법회 중
ⓒ 이호영
 
2016년 발견된 환수 문화재는 '42수 관음보살도'뿐만 아니라 31건 48점이라 한다. 서울 한 사립박물관에 은닉된 성보(聖寶)가 도난 20여 년 만인 2014년 미술 경매시장에 나오면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조계종단은 수년 동안 법적공방을 거쳐 지난 2020년 대법원 승소로 도난됐던 성보를 몰수할 수 있었다.
이를 기념해 오는 6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환지부처(還至本處), 돌아온 문화재 특별 공개전'이 열리고, 여기에는 '봉은사 청동 은입사 향완', '순천 선암사 오십삼불도', '구례 천은사 영산회상도' 등 도난 후 되찾은 불교 문화재 다수가 전시되고 있다.
  
▲ 의성 고운사 의상대사 창건, 신라 유학자 최치원의 역사가 깃든 곳
ⓒ 이호영
 
의성 고운사에서도 1989년부터 1997년 사이 모두 6점의 불화를 도난당했다고 한다. '아미타불회도' 2점과 '지장보살도 1점, 신증도 2점 등으로 이 가운데 '42수 관음보살도'를 이번에 되찾은 것이다.

다른 하나의 소재는 파악하고 있으나 나머지 4점은 소재는커녕 행방조차 알지 못한다고 한다. 당시 경북지역에서는 사찰과 고택에서 중요 유물을 도난당한 사례가 많았다.

이처럼 귀중한 문화재를 환수해도 보관과 관리는 여전히 어렵다. 이번에 되찾은 '42수 관음보살도'도 법당 한 편에 걸려 있어 아무나 들어가고, 누구나 불화를 볼 수 있는 법당 특성상 나쁜 마음만 먹으면 또다시 도난이나 훼손을 당할 수 있다.
  
▲ 의성 고운사 극락전 극락전 법당에 '42수 관음보살도'가 걸려있다.
ⓒ 이호영
 
고운사 42수 관음보살도는 불화의 특성상 연대와 제작기법, 보관된 상태 등에 따라 충분히 '보물'로 지정될 수 있을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의성 고운사로 돌아온 '42수 관음보살도'가 제대로 보관 관리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길 바란다. 또한 성보박물관 건립 등 지역 사찰에 산재한 각종 유물이 도난과 멸실로부터 자유로울 방안이 하루 속히 강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의성 고운사 내 있는 연수전 1902년 고종이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해 만든 솟을 대문 형식의 건축물
ⓒ 이호영
 
의성 고운사는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고, 신라 학자 최치원의 역사가 깊은 사찰로, 1910년대 경북 내 46개 사찰을 관장했던 큰 절이었다고 한다. 특히 1902년 고종의 기로소 입소를 축하하면서 지은 '연수전'(延壽殿)은 솟을 대문 양반가 양식의 고건축물이 사찰 내부에 남아 있어 조선시대 '왕실 원찰'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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