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국보법 수사받는 김련희 "또 협잡 수사냐"

손가영 2022. 5. 1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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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탈북민 재입북 도와줬다'며 휴대폰·컴퓨터 압수.. 김련희 "경찰 주장 완전 허위"

[손가영 기자]

 경북경찰청 안보수사1대 대원들은 지난 12일 김씨의 소지품을 압수수색해 서울 은평경찰서에서 포렌식 작업을 계속했다. 사진은 김련희씨가 서울 은평경찰서에서 촬영한 대원들 모습.
ⓒ 김련희씨
 
2011년 탈북 브로커에게 속아 입국해 지금까지 북한 송환 요구를 하며 수차례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으로 몰렸던 '평양시민' 김련희씨가 또 경찰 안보수사대(보수대)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김씨가 한 탈북민 재입북 시도를 도왔다'는 입장이나, 김씨는 "허위 제보를 이용해 수사 실적만 올리려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경북경찰청 안보수사1대 대원 8명은 지난 12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은평구에 있는 김씨 자택을 찾아가 김씨 휴대폰과 컴퓨터를 압수해갔다. 보수대는 '김씨가 2021년 1월 포항에 사는 한 탈북민 A씨의 재입북 시도를 도왔다', 'A씨가 김씨 휴대폰으로 중국 SNS앱 위챗 영상통화로 북한 국가보위성 요원과 재입북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보수대는 압수수색 근거를 물은 김씨 법률대리인 장경욱 변호사(법무법인 상록)에게 '재입북 시도를 한 A씨를 국보법 6조 잠입탈출·예비음모 혐의 및 8조 통신연락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김련희씨는 1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온다"며 "경찰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김씨와 만난 자리에서 재입북 방안을 얘기한 적이 없고 김씨 휴대폰을 빌린 적도 없으며 북한 보위성 요원과 영상통화를 한 적도 없다는 설명이다.

"A씨에게 연락이 온 땐 2021년 1월 23일이다. 늦은 밤 전화가 왔다. '언니 연락처 수소문해서 연락해요. 나 좀 살려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 하더라. 동병상련 마음에 걱정이 돼 '내일 바로 갈 테니 진정하고 기다려라'고 했다. 그래도 그날 동틀 때까지 10번 넘게 내 폰으로 전화가 왔다. 그렇게 새벽 첫 KTX를 타고 포항으로 갔다. A씨는 남편하고 싸운 후 도망쳐 지역 모텔에 있었다."

김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그때 '남편과 같이 못살겠다'고 호소한 A씨가 '북한에 가고 싶다'고 넋두리한 적은 있다"며 "아는 스님께 전화를 걸어 '이런 사정의 탈북민이 있는데 2~3일 동안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스님이 절에 공간이 있다며 2시간 후에 포항 모텔로 와서 A씨를 데려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때 A씨가 술에 취해 있었는데 무슨 북한 보위성 요원과 통화를 하느냐"고도 말했다.

그리고 사흘 가량 후 A씨는 김씨에게 전화해 자기 상황을 알려주고 안부를 나눴다. 김씨와 A씨의 마지막 연락이다. 김씨는 '저도 (탈북민 인권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언니처럼 살고 싶어요'라 했던 A씨 말도 기억했다. 이후 1년 넘게 A씨를 잊고 살다가 지난 12일 "이른 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수사를 "보안유공자 상금을 노리는 반북 탈북자와 공안수사기관이 협잡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실제 이번 압수수색 영장엔 반북 활동을 하는 탈북민 유튜버가 김씨를 신고·제보한 기록이 포함돼 있었다. A씨의 남편이 반북 탈북민 단체의 장이라는 점이 김씨가 '협잡' 수사라고 보는 근거 중 하나다.  

"편하게 한 고향 얘기도 보수대가 활용"
 
 영화 <그림자 꽃> 출연자인 김련희씨(좌측)와 이승준 감독.
ⓒ 엣나인필름
 
김씨는 지난 11년 간 한국에 살면서 허위제보에 자주 시달렸다. 한 탈북민 친구는 밥을 먹든 나들이를 가든 김씨와 만날 때마다 녹음을 해 1년 치 녹음파일과 사진을 경찰에 제보해 보상금 600만 원을 받았다. 김씨는 2년 전 쯤 '반북 삐라 반대 탈북자 모임'을 만들어보려고 탈북민들을 만났는데 이 자리의 대화 녹음 파일도 경찰에 국보법 위반으로 신고·제보됐다.

김씨의 남한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그림자꽃'을 연출한 이승준 다큐멘터리 감독까지도 이 같은 일에 엮였다. 3년 전 쯤 다큐멘터리 촬영차 이 감독과 함께 만났던 탈북민 B씨는 이 감독을 경찰에 제보했다. 이 감독이 '전문해외팀장'으로 김씨와 함께 국내외 북한 공작원들의 지령을 받아 탈북민 재입북을 돕는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탈북민끼리 만나면 고향에 대한 온갖 얘기를 편하게 한다. '북한 다시 돌아가고 싶다'부터 '평양 대동강 맥주가 그렇게 맛있는데'라는 말도 찬양·고무죄가 된다"며 "이런 얘기들을 보수대 같은 기관들이 다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대구지검이 2020년 김씨를 찬양·고무 및 잠입·탈출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2년 째 재판이 열리지 않고 있다. 경·검은 2015~2020년 김씨가 쓴 SNS 글과 메일을 뒤져 찬양·고무 혐의를 적용했고, 김씨가 가족이 있는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2016년 주한베트남대사관을 찾아 인권보호요청서를 내며 '북으로 돌아가게 도와달라'고 한 행위에도 국보법 위반 혐의를 씌웠다. 대사관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공동퇴거불응죄도 적용했다.  

"성과 만들기 쉬운 탈북자에 혐의 걸어, 경찰 정신 차려야"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 꽃'(이승준 감독)에 나온 김련희씨 가족 사진.
ⓒ 엣나인필름
 
지난해 7월 간암 진단을 받고 요양 중이었던 김씨는 생계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한 봉제공장에서 미싱 일을 해왔다. 그러다 건강이 악화돼 지난 11일 일을 그만뒀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12일 직원들이 마련한 송별회 자리를 나가는 길에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압수물은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김씨는 "보수대는 '간첩 잡는' 부서다. 부서의 존재 의미가 있으려면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탈북자들에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혐의를 걸기가 쉽다. 이런 식으로 보수대는 '북한 지령을 받았다' 같은 시대착오적 발상을 계속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취임 직후인 시점도 석연찮다. 북남간 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경찰이 정신 좀 차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경찰청은 김씨가 참고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김씨에게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경욱 변호사는 "피의자에겐 압수수색 영장을 교부해야 하는 제도를 피하려고 '참고인 신분'을 이용하는, 영장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경찰의 꼼수"라며 "A씨가 피의자인데 경찰이 같이 있었던 김씨도 사실상 피의자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또 "경찰이 참고인으로 불러놓고 협조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피의자로 전환시키는 건 수사 대상을 압박하는 전형적인 수사기법"이라며 "추후 이 같이 김씨의 신분을 전환한다면 피의자를 참고인으로 기망해 수사를 한 것으로 엄정히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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