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사람들이 '찜' 했구나..비만 걱정없이 먹는 4가지 해법 [건강한 가족]

입력 2022. 5. 14. 17:55 수정 2022. 5. 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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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증후군, 먹어서 쫓아내기
많은 현대인을 찾아온 불청객 중 하나가 ‘대사증후군’이다. 만성적인 대사 장애로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이 한꺼번에 나타난 상태다. 이들 상당수는 ‘비만’과 관련 있다. 이 때문에 대사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덜 먹는 것’부터 고민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 대사증후군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해법이 의외로 일상 속의 흔한 식품에서 발견됐다. 먹어서 대사증후군을 쫓아내는 해법의 식품을 알아본다.



쓴메밀ㅣ 혈당 낮추는 루틴이 48배↑


쓴메밀의 당뇨병 예방 효과가 일반 메밀보다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쓴메밀은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20여 종의 메밀 중 일반 메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품종이다.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을 일으킨 쥐에게 일반 메밀과 쓴메밀의 전초(식물의 전체) 가루를 먹인 다음 5주 뒤 공복혈당을 측정했다. 그 결과 당뇨병이 유발된 쥐의 공복혈당은 666㎎/dL로 높았지만 일반 메밀 전초를 먹은 쥐(486㎎/dL)와 쓴메밀 전초를 먹은 쥐(461.3㎎/dL)는 혈당이 각각 28%, 31%씩 줄었다. 또 당뇨병에 걸린 대조군에게 포도당을 먹이고 2시간 뒤 혈당을 측정하자 혈당이 689.5㎎/dL까지 치솟았지만, 쓴메밀 종실(씨알)을 먹은 쥐는 포도당 섭취 2시간 후의 혈당이 359㎎/dL로, 쓴메밀 종실을 먹지 않은 그룹보다 48%나 줄었다. 연구팀은 “항산화 성분인 루틴이 일반 메밀보다 쓴메밀에서 44∼48배나 많이 검출됐다”며 “특히 루틴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쓴메밀 전초가 일반 메밀 전초보다 항당뇨 효능이 더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메밀의 핵심 기능 성분인 루틴은 혈당 상승 억제,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를 발휘해 고혈압·동맥경화·뇌졸중 예방에 도움을 준다.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 함량도 쓴메밀이 일반 메밀보다 2.5∼4.8배 많다. 쌀과 쓴메밀을 9대 1의 비율로 밥을 짓거나 볶은 쓴메밀 10~20g을 뜨거운 물에 넣어 차로 마시면 쓴메밀의 건강 효과를 일상에서 간편하게 얻을 수 있다.


찜 요리ㅣ 대사증후군 위험 13.6%↓


아귀찜·계란찜·해물찜 등 찜 요리를 즐기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25%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최정화 계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은 중년 이상(40~69세)의 여성 4056명을 대상으로 찐 음식과 대사증후군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자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38.4%였다. 그런데 주 1~3회 찜 요리를 먹는 여성은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24.8%로 평균보다 13.6%포인트 낮았다. 또 이들은 한 달에 1~2회로 찜 요리를 ‘적게’ 먹는 사람보다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도가 낮았다. 찜 요리를 적게 먹는 사람은 튀기거나 구운 요리를 더 자주 접할 기회가 높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조리법만 바꿔도 여러 건강 지표를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미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찜 요리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물에서 나오는 증기로 재료를 익히므로 기름을 사용해 튀기거나 구울 때보다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고기 100g을 튀길 때 15g, 구울 때 5~10g의 기름이 사용된다. 기름 1g당 열량이 9㎉이므로 최대 135㎉를 추가로 섭취하는 셈이다. 100g당 프라이드치킨(260㎉)의 칼로리가 찜닭(125㎉)의 2배를 넘는 이유다. 찜 요리의 증기는 식품 속 항산화 성분의 활성도를 높이지만, 튀김 요리는 트랜스지방이나 독성 물질의 생성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기를 찔 때 고기만 넣기보다 배추·숙주나물·팽이버섯 등을 함께 넣으면 저칼로리에 포만감을 느껴 고기 섭취량을 줄이는 팁이다.


바나나ㅣ 초록은 혈당↓ 노랑은 면역↑


바나나는 덜 익었을 때 녹색, 충분히 익었을 때 노란색을 띤다. 혈당 안정엔 녹색 바나나를, 면역력 강화엔 노란색 바나나를 선택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2019)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덜 익은 녹색 바나나를 매일 먹은 그룹은 노란 바나나를 매일 먹은 그룹보다 혈당의 급상승을 막고 장 건강은 더 개선됐다. 이는 덜 익은 녹색 바나나의 ‘저항성 전분’이 노란 바나나보다 20배가량 더 많아서다. 저항성 전분은 녹말(전분)의 한 종류로, 포도당으로만 구성된 일반 전분과 달리 식이섬유가 최대 90% 들어 있다. 녹색 바나나에 풍부한 저항성 전분은 바나나의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바뀌어 혈액에 흡수되는 속도를 늦춰준다. 녹색 바나나의 당 지수(GI)는 30으로, 노란색 바나나(58)의 절반 수준이다. 식이섬유가 가득한 저항성 전분은 대장 내에서 유익균의 먹이로 사용돼 유익균이 장내에 오래 머물게 유도한다. 녹색 바나나에 열을 가하거나 녹색 바나나를 냉장고에서 식히면 저항성 전분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바나나는 익을수록 떫은맛이 사라지고 달아진다. 이는 저항성 전분이 당(糖)으로 바뀌어서다. 노란 바나나의 당 함량은 100g당 12g으로, 녹색 바나나(3.2g)의 4배에 가깝다. 노란 바나나는 저항성 전분이 적어 소화하기에 더 편하다. 또 노란 바나나엔 비타민 A·B·C군과 철·마그네슘·망간·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갈색 반점이 생길 정도로 완전히 익은 바나나는 암세포 등 비정상적인 세포와 싸우는 물질인 종양괴사인자(TNF)를 만들어낸다. 몸 상태에 따라 바나나의 숙성도를 달리 선택해 보자.


천일염표 김치·된장ㅣ 뚱보균·암세포 수↓


전통 발효식품을 챙겨 먹을 때, 특히 천일염을 넣어 발효한 식품을 먹을 때 비만 예방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건영 차의과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현재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는 천일염으로 발효한 김치·간장·된장을 먹인 쥐와 발효식품을 먹이지 않은 쥐의 대변에서 장내 세균별 구성비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고지방 사료를 먹은 쥐의 장에선 ‘뚱보균’으로 통하는 퍼미쿠테스속이 전체 미생물의 48%에 달했지만 김치를 먹은 쥐는 이 비율이 29%로 낮았다. 실제로 뚱뚱한 사람의 장내엔 이 ‘뚱보균’이 ‘날씬균’(박테로이데테스)보다 3배 더 많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발효식품의 항암·다이어트 효과는 천일염을 넣었을 때 강력해졌다. 이번 연구에서 천일염을 넣어 발효한 된장을 먹은 쥐는 일반 소금으로 만든 된장을 먹은 쥐보다 암세포 수가 더 적었다. 박 교수는 “암 억제 유전자인 p53의 발현이 천일염으로 만든 된장을 먹은 쥐에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앞서 박 교수는 고지방식 먹여 비만을 유도한 쥐에게 천일염을 먹였다. 이 연구에서 쥐의 몸무게는 실험 5주차부터 16주차까지 꾸준히 줄었고 지방 무게, 지질 관련 인자, 비만 관련 호르몬도 천일염 섭취 전보다 감소했다. 박 교수는 “천일염이 지방 합성 관련 인자의 발현을 떨어뜨려 간·지방에서의 지방 축적을 억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일염은 바람·햇빛으로 바닷물의 수분을 날린 소금이다. 시판되는 정제염(하얀 소금)은 염화나트륨(NaCl)이 전체의 99%가량을 차지하는 반면 천일염은 그 비율이 80~88%로 낮으면서 칼슘·마그네슘·황산이온·칼륨 같은 미네랄이 더 많다. 채소·어패류를 절이거나 장류를 담가 발효할 때 천일염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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