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란스, 한국 진출 14년 만에 매출 6000억 돌파..비결은?
한국 진출 14년 만에 매출 25배 성장, 6000억원 돌파.
뉴발란스(New Balance)의 실적 성적표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도 불구, 뉴발란스는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뉴발란스는 1906년 미국 보스턴에서 윌리엄 라일 리가 창업했다. “불균형한 발에 새로운 균형을 창조한다”라는 철학 아래 경찰, 소방관, 우체부처럼 하루 종일 서서 일해 발에 무리가 가는 사람들을 위한 신발을 만들며 시작됐다.
* 2008년 이랜드가 국내 판권 확보
한국서 본격적으로 성장발판을 마련한 시점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랜드월드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 시장에서 뉴발란스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국내 매출은 250억원 수준으로 ‘마니아들만 아는 신발 브랜드’였다. 그러다 해외 트렌드에 민감한 몇몇 연예인들이 뉴발란스를 입기 시작, 자연스레 1020세대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쌓였다. 젊은 층의 입소문은 무서웠다.
곧바로 ‘뉴발 열풍’이 불며 매출이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한국 뉴발란스 매출은 이랜드가 맡은 지 3년째인 2010년에 16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듬해에는 3000억 고지를 단숨에 넘었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얼어붙었던 2020년에는 5000억원 고지를, 지난해에는 6000억원을 넘기며 최대 매출 기록을 다시 썼다. 유통업계에서는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브랜드라고 하지만 어떻게 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을까에 주목한다. 그래서 업계, 학계 전문가와 함께 성장 비결을 정리해봤다.
△비결1: 신발? 아니! 패션 브랜드로 리포지셔닝
“국내 시장을 분석해 그에 맞는 트렌디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한 것이 먹혔다. 이랜드가 가진 제조 역량이 뒷받침되면서 신발을 제외한 의류와 용품 비중이 글로벌에 비해 3배 정도 많다.” 뉴발란스 관계자 설명이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뉴발란스는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달리 스포츠 브랜드이면서도 패션 브랜드로 인식하는 고객이 많다. 뉴발란스의 의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이랜드가 가진 의류에 대한 기술 기식을 활용, 다양한 의류 상품을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2014년에 처음으로 기능성 구스다운 재킷 시리즈인 ‘패트롤 다운팩’을 출시, 큰 호응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패트롤 재킷은 영하의 기온에서 구조 활동을 진행하는 패트롤 팀(PATROL TEAM)의 재킷을 재해석했다. 기능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외부 물방울은 튕겨내고 땀은 빠르게 배출하는 발수 소재를 사용해 겨울철 눈, 비에도 강력한 보온성을 유지하게 하며, 세탁 후에도 빠르게 원형회복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겨울 시즌 매출 효자로 자리 잡더니 이듬해부터는 시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제품들이 앞 다퉈 출시될 만큼 당시 다운 재킷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수년에 걸쳐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출시하며 스테디셀러 상품으로 자리매김, 뉴발란스 재팬 등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동일 브랜드를 패션, 의류, 소품 쪽으로 확장하는 식의 리포지셔닝 전략, 그러면서도 MZ세대라는 동일 타깃에게 ‘깔맞춤’ 할 수 있는 코디를 제안해 시장을 넓혀나가는 ‘리포지셔닝’ 전략이 주효했다”라고 분석했다.
△비결2: 신발 마니아 직원 전진 배치
뉴발란스 530, 2002.
지난해 신발 마니아 사이에서는 없어서 못 사는 제품이었다. 특히 530시리즈는 국내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누적 100만족 이상 팔렸다.
이들 제품은 이랜드 직원들이 국내 트렌드를 본 후 글로벌 본사에 역으로 출시를 제안해 탄생했다. 글로벌 담당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한국 시장 리포트를 공유하며 상품을 기획한 결과다. 한국 직원들이 제안한 모델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미국, 유럽에서도 역으로 판매가 잘되면서 본사 신뢰도도 그만큼 높아졌다. 뉴발란스의 여름 시즌상품 ‘CRV 샌들’ 역시 이런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 글로벌 뉴발란스에는 운동화를 제외하고는 슬리퍼 상품 정도만 있는데 국내 트렌드를 기반으로 샌들 모델을 제안해 크게 성공했다.
지난해 빅히트를 친 뉴발란스992 시리즈는 단종됐다가 14년 만에 업그레이드해서 복원한 제품. ‘72가지 조각과 80가지 공정, 24.133분의 공수로 탄생한 992’ 등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과 ‘래플’ 발매 방식을 활용해 화제를 모았다. 뉴발란스992 시리즈는 국내 발매 5분 만에 품절됐다. 홍대, 강남 등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야만 구매가 가능했다. 327 시리즈 역시 1970년대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MZ세대의 마음을 빼앗았다. 1, 2차 발매에 걸쳐 2만족이라는 물량이 완판됐고 이후 래플 발매에서도 계속해서 이슈가 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마케팅은 물론 영업, 판매 직원 대부분이 뉴발란스 마니아다. 그러다 보니 현장 아이디어가 정말 많다. 기획 후 결과도 좋으니 본사가 이제는 한국 직원들이 필요한 상품을 직접 개발하고 제안할 수 있게 권한을 줬다. 글로벌 브랜드는 현지화 상품 출시에 어려움이 있는데 직원들이 정말 많은 시도를 해서 따낸 결과”라고 말했다.
△비결3: 디지털 마케팅, 속도감이 달랐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활발한 SNS 마케팅. 타깃 고객에 맞춤형으로 다가가는 디지털 마케팅. 이제는 여느 브랜드나 다 펼치는 전략이다.
유통 채널 변화 속도에 맞춰 라이브 쇼핑, 온라인 크리에이터들과 협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해인’ ‘최겨울’ ‘짱구대디’ 등 패션 인플루언서들과 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가 하면 네이버 미스터(네이버의 신규 남성 쇼핑 셀렉티브 페이지)와 협업으로 라이브 방송도 진행했다. 뉴발란스는 라방 한 시간 만에 매출 1억원을 달성했는가 하면 2002 선발매 진행, 996, 574 등 다양한 뉴발란스의 클래식 조거를 소개, 뉴발란스 마니아를 확장하는 계기로 삼았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디지털 마케팅은 속도가 생명이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고객의 댓글이나 리뷰를 적극 현장에 반영한다.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이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리뉴얼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 변수는 없나: 프리미엄 이미지 조금 더 쌓아야
뉴발란스는 한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던 아디다스코리아 뒤를 바짝 쫓을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프리미엄 이미지가 다른 경쟁 브랜드 대비 좀 약하다는 평가는 극복 과제다. 나이키만 해도 ‘디올 - 나이키’ 한정판을 내놓는 등 명품 이미지로 업그레이드한 시도가 많다. 뉴발란스도 협업,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다양한 명품과 협업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 대외 환경도 변수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는 이미 기존 위기 요인으로 자리잡힌 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 루나, 테라 등 가상자산 시장 위축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경우 소비재 시장에 곧바로 충격파가 올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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