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먼저 해봤더니 [에코노트]
다음 달 10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됩니다. 음료를 일회용컵에 테이크아웃할 때 300원의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전국에 매장이 100개 이상 있는 카페, 패스트푸드, 제과·제빵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거라 보증금제 적용 매장이 3만8000여곳에 달합니다.
보증금은 현금으로 바로 받을 수 있지만 동전을 들고다니기 번거로운 분도 있을 겁니다. 계좌이체를 원한다면 ‘자원순환보증금’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서 보증금을 적립하고, 직접 계좌이체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밖에서 음료를 마시다가 일회용컵을 반납하러 가는 풍경, 아직 상상이 잘 안되시죠. 현재 세종시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사업 매장이 4곳 운영되고 있는데요. [에코노트]가 이 시범사업 매장을 먼저 이용해봤습니다.
보증금제는 플라스틱컵과 종이컵 모두 적용됩니다. 컵을 반환할 때는 ‘바코드’가 부착돼 있는지 꼭 확인해주세요. 한 개의 컵은 한 번만 반환될 수 있도록 특수제작한 바코드거든요.
길에 버려진 컵이라도 바코드가 부착돼 있다면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 반납해서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시범사업 매장은 보증금을 음료값에 포함하지 않는 대신 보증금을 200원으로 낮춰서 운영 중입니다.)
컵에 있는 물기 때문에 바코드가 훼손될 우려는 없을까요?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조폐공사에서 특수제작한 바코드라서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거나 뜯어내지 않는 이상 쉽게 훼손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자원순환보증금’ 앱은 현재 플레이스토어(구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애플)에는 이달 중순쯤에 출시된다고 해요. 앱을 다운받아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거치면 개인 고유의 바코드가 생성되고, 보증금을 이체할 계좌도 여러 개 등록할 수 있습니다.
개인 바코드가 있으면 직원을 거치지 않아도 ‘무인 반납’이 가능합니다. QR체크인 하는 방식과 비슷한데요. 매장에 마련된 무인반납용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개인 바코드와 일회용컵 바코드를 순차적으로 인식하면 됩니다. (무인반납용 기기가 없다면 직원을 통해 보증금을 받아야 합니다.)
앱에서는 컵 반납이 가능한 주변 매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앱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많을테니 ‘보증금제 매장’이라는 안내문을 가게 외부에 눈에 띄게 부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A매장에서 음료를 구입하고 B매장에 컵을 반납했습니다. 두 매장 모두 카운터 근처에 무인반납용 기기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바코드를 인식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작동법은 다소 헷갈렸습니다. 반납 절차를 시작할 때 화면에 나와있는 별도의 버튼을 눌러야 하거든요. 무인반납 프로그램의 버튼 구성이나 안내 문구 등이 더 쉽고 직관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또 무인반납용 기기 옆에 컵을 버리는 공간이 없어서 컵은 직원에게 따로 전달해야 했습니다.
바코드 인식과 보증금 적립 속도는 굉장히 빨랐습니다. 시험 삼아 같은 컵을 한번 더 인식했더니 반납이 불가하다는 안내문구가 나오더라고요. 보증금은 오후 2시에 신청해서 오후 5시에 입금됐습니다. 하루 이상 지나도 보증금이 입금되지 않거나 앱에 오류가 생겼다면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문의하면 됩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한국이 세계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제도입니다. 왜 하필 일회용컵이었을까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일회용컵을 수거·선별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투명 페트병의 경우 각 가정에서 배출한 페트병을 수거·선별하는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는데, 일회용컵은 이런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일회용컵은 음료를 담기 때문에 과도하게 훼손되거나 오염될 우려도 적습니다.
국내의 연간 일회용컵 사용량은 2018년 기준 294억개입니다. 국민 1명당 500개가 넘습니다. 적어도 하루에 하나씩은 일회용컵을 쓰고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쉽게 쓰고 버렸던 일회용컵은 지자체에서 알아서 처리했습니다. 사업자들도 일회용컵으로 음료를 팔아 이득을 얻었는데, 쓰레기 처리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죠. 보증금제는 재활용률을 높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사업자와 이용자에게 쓰레기에 대한 일정한 책임을 물리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당분간은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겁니다. 그래도 맥주병과 소주병에 붙은 보증금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일회용컵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 존재가 되지 않을까요?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니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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