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편집자 4인의 이야기

이마루 2022. 5. 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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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시선으로 아이의 마음을 잇는 사람들. 그림책 편집자 네 명이 보내온 각자의 동심
「 Q 」
1 자기소개

2 그림책 편집자의 자질

3 지금 한국의 그림책 시장은

4 창작가와 일한다는 것의 의미

5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6 출판사의 성격을 드러내는 책

7 어린이책과 그림책의 경계는

8 내가 생각하는 동심

9 앞으로의 목표

김민지

달그림 편집팀장

선명한 컬러와 그림과 글의 배치가 돋보이는 〈나는 토토〉.

1자음과 모음으로 이뤄진 ‘글자’를 직조하는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 평생을 그림책을 비롯해 어린이책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라왔고, 지난 10년간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책을 전문으로 기획 · 편집해 왔다. 현재 도서출판 노란돼지의 임프린트 중 하나인 세상 모든 이를 위한 그림책을 펴내는 ‘달그림’에서 일하고 있는 일 중독자.

2그림책 원고나 영유아 원고, 동시, 시 등 글이 적은 원고일수록 탁월한 윤문과 교정 · 교열 실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한 글자의 자음과 모음까지 고민하며 운율과 각운에 맞춰 교정 · 교열을 하는 이유다. 한 장면에 필요한 배경과 인물, 소품이 마땅하고 적절하게 배치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림책의 한 펼침 장면은 영화로 치면 한 신과 같다고 여긴다. 그림 연출을 상의할 때 학교에서 영상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운 것이 좋은 도움이 된다.

깜깜한 밤에 집을 나선 두 친구가 신비로운 놀이터에서 마음껏 노는 이야기를 담은 박현민 작가의 〈얘들아 놀자!〉.

3청소년 교육 전문가에게 그림책을 선물했을 때 ‘청소년에게 왜 그림책이 필요하냐’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두 번 있다. 한국 그림책 시장이 확실히 빠르게 성장 중인 것과 별개로, 인식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을 펼쳐 보길. 전혀 생각지 못한 감동과 위안이 기다릴 테니.

5 스페인 작가 지모 아바디아의 〈나는 토토〉는 앞서 말한 영화 속 한 신과 같은 장면 구성이 훌륭한 책. 주인공인 당나귀의 꿈이 하늘을 나는 우주선 조종사가 되는 것임에 착안해 한글 제목은 ‘I am’과 ‘Flying’의 중의적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나는 토토〉라고 붙였다. 제목 혹은 이름을 붙이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6글 없는 그림책으로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를 수상한 〈엄청난 눈〉은 박현민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온통 흰색이었던 〈엄청난 눈〉과 대조적으로 까만색을 활용한 작가의 두 번째 책 〈얘들아 놀자!〉는 작가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판형과 종이 선정, 제본 방식, 인쇄 비용을 아끼지 않는 달그림의 노력이 돋보인다.

측면에서 봐도 검은색 페이지 모음이 드러나도록 인쇄에 신경을 기울였다.

9짧은 영상에 매혹된 사람들, ‘글자와 글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그것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들며 늘 품고 있는 소망이다. 우리말로 된 이른바 ‘사어(死語)’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의성어 · 의태어 또한 살리고 싶다.

이영재

창비 그림책출판부 편집자

안녕달 작가의 신작 〈눈아이〉. 유튜브 ‘TV창비’에서 책과 함께 감상하면 좋을 플레이리스트도 만날 수 있다.

1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4년 차 그림책 편집자. 노랫말 그림책과 창작 그림책 〈수상해〉 〈참새를 따라가면〉, 만화책 〈열세 살의 여름〉 등을 편집했다. 유년시절에 읽은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프레드릭〉은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도 된다고, 이야기가 지닌 힘을 믿으라고 여전히 등 떠밀어준다.

2화면 구성과 표현 등 시각적인 면을 살피는 감각. 그림책의 글은 시처럼 함축적인 경우가 많고, 그림이 말하지 않는 부분을 표현해야 하기에 글 분량이 적다고 편집자가 교열 · 교정에 들이는 시간까지 적은 것은 아니다.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까지 작가뿐 아니라 디자인, 마케팅, 제작 등 여러 팀과 의견이 오가므로 작업 방향이 일관되도록 담당 편집자로서 중심을 잡고, 작가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안녕달 작가의 신작 〈눈아이〉. 유튜브 ‘TV창비’에서 책과 함께 감상하면 좋을 플레이리스트도 만날 수 있다.

3작가들의 세계적인 활약으로 그림책에 관심 없던 국내 독자에게도 그림책이라는 장르가 많이 알려졌다. 이런 성과에는 작가와 출판사뿐 아니라 그림책협회,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어린이도서연구회, 북스타트코리아 등 단체의 노력도 있다.

5가장 최근에 편집한 〈우리 동네 꾹꾹 도사〉는 고민 많은 아이 ‘콩이’가 고민 없는 고양이 ‘꾹꾹 도사’를 만나 걱정을 해소하는 이야기. 부정적인 감정을 헤쳐나갈 힘 또한 우리 안에 있음을 다정하게 말해주는 책이라 남몰래 끙끙대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그림책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강인숙 · 전승배 작가의 〈쿵쿵 아파트〉와 〈건전지 아빠〉는 8000여 프레임의 애니메이션을 40쪽 내외의 그림책으로 엮는 과정이 특히 중요했던 작업이다.

불안과 고민을 품은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그림책 〈우리 동네 꾹꾹 도사〉.

6창비 그림책출판부는 우리나라 신인 작가와 기성 작가의 책을 고르게 펴내는 데 집중하되,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작가들도 눈여겨본다. 이때 번역자를 찾는 데도 공을 들이는데, 소피 길모어의 데뷔작 〈꼬마 의사와 사나운 덩치〉를 이수지 작가가, 또 다른 작품 〈푸른 날개 어니스트〉를 이주혜 소설가가 번역한 것이 좋은 예다. 〈수박 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등 포근한 상상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안녕달 작가의 신작 〈눈아이〉는 근사한 우정을 그린 책이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기를 권한다.

7한국에서 그림책은 ‘유아’ 카테고리의 하위에 존재한다. 따라서 출판사에서 4~7세를 1차 독자로 설정하게 되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펼쳐 단시간에 읽고, 서로의 감상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야말로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예술 장르 아닐까? 동양화가 신선미의 그림책 〈개미 요정의 선물〉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보편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다.

불안과 고민을 품은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그림책 〈우리 동네 꾹꾹 도사〉.

8새롭게 도전하거나 있는 그대로 마음을 표현하는 게 망설여지는 어른이 되고 나니 어린이가 어떤 면에서는 어른보다 더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가 느끼는 생동감 있는 모든 감정이 동심 아닐는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엮은 〈쿵쿵 아파트〉와 〈건전지 아빠〉. 〈쿵쿵 아파트〉는 대만에도 수출됐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엮은 〈쿵쿵 아파트〉와 〈건전지 아빠〉. 〈쿵쿵 아파트〉는 대만에도 수출됐다.
9‘어린이 배우들과 함께하는 성인분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로 〈우리집〉 촬영 수칙을 문서화했던 윤가은 감독의 영화처럼 어린이와 어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 작은 욕심이 있다면 어린이 독자가 어른이 돼서도 책꽂이에 계속 간직하는 책 중 하나가 내가 편집한 그림책이면 좋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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