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보는 지옥 '괴이'..연상호 "스토리 시작은 '연애시대'였다"

김정연 2022. 5. 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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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괴이' 연상호·류용재 작가
티빙 '괴이'는 귀신이 씌인 불상을 본 뒤 마을 사람 전체가 환각으로 지옥도를 보고, 서로를 해치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시리즈이지만 연상호 작가는 "처음 구상은 '연애시대'같은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사진 티빙]


검은 비와 까마귀, 피와 폭력이 난무한 작품이지만 시작은 ‘연애시대’였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괴이’(기획 스튜디오드래곤·티빙,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를 류용재 작가와 함께 쓴 연상호 작가는 “처음엔 아이를 잃은 부부의 상실감이 회복될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쓴 이야기”라며 손예진‧감우성 주연의 ‘연애시대’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상처 바라보지 않고 내버려 둬야 회복"


‘괴이’는 귀신이 깃든 거대 불상의 눈을 본 뒤 현혹된 사람들이 각자의 지옥을 환각으로 보며 서로를 해치는 모습을 그렸다. 그 속에서 부부인 고고학자 정기훈(구교환), 문양해독가 이수진(신현빈)의 이야기, 모자관계인 파출소장 한석희(김지영)와 한도경(남다름)의 얽힌 사연이 드러난다.

연 작가는 “시청자들은 ‘둘이 제발 만나라’ 하는데 사실 둘 사이에는 합쳐지지 못할 상처와 이유가 있는 게 답답해서, 그런 이야기에 대한 구상은 꽤 옛날부터 있었다”며 “쉽진 않겠지만, 상처도 어느 순간 바라보지 않을 줄도 알아야, 내버려 두고 옅어지게 할 수 있어야 스스로 회복되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30분X6화 짧은 시리즈, "캐릭터·환각 표현은 아쉬움 있어"


티빙 '괴이'를 함께 쓴 연상호(왼쪽), 류용재 작가. [사진 티빙]

‘괴이’는 30분 남짓 6부작, 전체를 합쳐도 212분 분량의 짧은 시리즈다. 연상호 작가는 “플랫폼의 시대고, 저희도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걸 경험하면서 축적하는 과정”이라며 “30분짜리 6부작을 해봤다는 데에 의의가 있고, 앞으로 작품을 할 때 참고할 기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류용재 작가는 “처음에 기획의도와 대본을 쓸 때부터 시간 제약으로 표현이 바뀔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캐릭터 구상이나 환각 표현, 혹은 다른 부분을 보완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작가들은 시간 제약 외에도 상상력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아쉬움도 남았다고 밝혔다. 류용재 작가는 “연 작가가 처음 그린 환각의 세계는 실사로 표현이 되나? 애니메이션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과감한 판타지에 가까웠다”며 “트럭과 인간이 뒤섞인 ‘인간괴물트럭’같은 것도 썼는데,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표현하기 쉬운 환각만 남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 작가는 “현혹 상태, 환각 표현이 굉장히 중요했다”며 “대본작업부터 ‘영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얼마나 신선한 표현을 할 것인가’도 고민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귀불'에 맞서는 '딸 목소리 헝겊 인형'


'괴이'에서 정기훈(구교환)이 녹색 갤로퍼 룸미러에 매달아놓은 인형은 그의 딸 목소리가 녹음된 천 인형이다. 사람 얼굴 모양의 '귀불'에 대응하는 작고 약한 사람 형상의 물체로 쓰였다. 극중 한 스님은 '물건에는 나쁜 귀신이 깃들기도, 좋은 수호신이 깃들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이 인형은 기훈에게 일종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 [사진 티빙]

그 와중에도 선명하게 대비되는 상징은 정기훈(구교환)의 딸이 녹음한 목소리가 든 엄지손가락만 한 인형이다. 고장 나서 한참이나 시동도 걸리지 않던 녹색 갤로퍼가, 기훈이 룸미러에 매달아 놓은 인형을 보며 “엄마한테 가야지?”라고 말하는 순간 시동이 걸린다. 이 차는 극이 끝날 때까지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면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 연 작가는 “사람 형태의 거대한 귀불과 대비되는, 사람 모습이지만 작고 천 쪼가리로 만들어진 인형과 대결 혹은 대비를 의도한 면이 있다”며 “녹색 갤로퍼를 인형이 조종하는 느낌도 노렸다”고 설명했다.

극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불탄 시신은 넷플릭스 '지옥'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연 작가는 "(넷플릭스와 티빙) 회사가 다른 작품이기 때문에 연결되지 않는다"라며, 일각에서 '마블 유니버스'처럼 연 작가의 작품을 연결시켜 '연상호 유니버스'를 이야기하는 데 대해 "회사와 크리에이터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움직여야 유니버스 같은 걸 굴릴 수가 있지, 한두명이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상처 덜 바라보고, 좋은 건 많이 바라보고 살자"


두 작가가 '괴이'를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마음은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극중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마음은~’ 문구는 귀불의 눈을 가리는 천에 쓰인, 저주를 막는 문구이기도 하다. 연 작가는 “상처는 덜 바라보되, 좋은 건 많이 바라보고 사랑도 많이 하자는 두 가지 의미로 ‘마음’을 바라보자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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