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6년 전 한글 배운 일흔넷 어르신의 詩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천안에 사시는 조남예 여사가 그 주인공이다.
한글을 배운지 불과 6년, 젊은 시절부터 갈무리해 둔 인생 속 시상들을 표현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올해 나이 일흔넷 어르신께서 시집을 냈다. 천안에 사시는 조남예 여사가 그 주인공이다. 한글을 배운지 불과 6년, 젊은 시절부터 갈무리해 둔 인생 속 시상들을 표현했다. 못 배운 슬픔의 너머, 사랑받은 사람이 예뻐진다는 인생의 통찰, 엄마로서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골고루 버무려져 읽다 보면 입가엔 미소가 눈가엔 눈물이 고이게 만드는 시집이다.
내 이름을 쓰면서
너무 기뻐서 울었어
학교 갈 때는
너무 좋아서 웃었어
우리 자식들 손주들 이름을 다
쓸 수 있게 되었어
소원이었어
〈학교 가는 길〉 중에서
동네 친구들 같이 노는데
연순이도 학교에 안 갔어
연순이가 내 팔뚝을 물었어
나는 더 세게 물었어
연순이랑 언니가 쫓아와서
나는 역성들어 줄 사람이 없었어
학교에 나는 안 갔는데
여덟 살에서 아홉 살로 살아가고 있었어
〈면장 집 딸만 학교에 갔어〉 중에서
강경에 살 때가 생각나 어렸을 때
이모 집에서 얹혀살 때
물을 길러 다녀야 했어
내 일 중에 하나였어
몸이 작았는데 어렸었는데
물동이를 지고 십 리를 걸어갔다가
십 리를 걸어왔어
힘들어도 내 일이니까
해야 했어 살아야 하니까
엄마가 내 곁에 없었으니까
〈고달픈 나의 삶〉 중에서
자꾸자꾸 사람이 예뻐져 | 조남예·김승일 지음 | 북크루 | 82쪽 | 1만1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Copyright©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몸이 먼저 반응했어요" 비번날 사람 넷 살린 女소방관 - 아시아경제
- 흑사병 창궐 보다 심한 韓 저출산…한은 "30년내 해결 못하면 역성장"(종합) - 아시아경제
- '9999' 폰 희귀번호 48억에 낙찰 받았다가 후회 막심 中남성 - 아시아경제
- 잠든 父 얼굴로 폰 잠금해제해 1000만원 아이템 구매…간편결제 사고 증가 - 아시아경제
- 63빌딩도 물 잠긴다…"지구온난화 8억명 수몰 위기" - 아시아경제
- 샤워실의 바보?…물가와 경기 사이 복잡해진 각국 중앙銀 - 아시아경제
- 부장님, 딱 1시간에 오마카세로…그러면 회식 갈게요 - 아시아경제
- 아이폰서 흰 연기 뿜어져 나와…고교생들 교실서 긴급대피 - 아시아경제
- 신림동 고시촌은 이제 '생활촌'…강남 출퇴근 직장인 모여들어 - 아시아경제
- 경찰 "전청조 사기 피해자 32명, 피해액 37억원…남현희 추가 조사"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