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갑자기 킁킁 소리 내는 아이

2022. 5. 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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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 효과 괜찮지만 1차적 선택지 아니다


초등학교 1학년 남자인 H는 얼마 전부터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동생을 본 후 4세쯤 갑자기 눈을 깜박이는 틱 증상이 생겼다가 한 달 후에 사라졌었는데. 이번에는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평소 온순하고 규칙도 잘 지키며 모범생 스타일이라 선생님도 칭찬하시고, 학교 적응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왜 그런지 부모는 이해가 되질 않고 너무나 당황했다.

틱장애는 매우 흔한 질병이어서 학동기 아동 10명 중 1~2명이 겪고 지나간다. 우리의 신경계는 그물망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신경 세포 간의 연결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서로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 이 신경 전달 물질이 틱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런 틱을 보일 수 있는 소인은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하지만 환경적인 요소, 심리적 요소에 의해 완화와 악화를 반복할 수 있다. 새로운 학교에 입학, 이사, 전학, 새로운 학년에 진급 등 흔한 환경의 변화가 틱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 때 많이 발병하는 특성이 있어 H처럼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많이 나타나거나 악화된다.

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기질적인 특성도 힘든 아이(difficult child)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예민하지만 감정표현을 잘하지 않고,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고 쉽게 긴장하며, 불안이 높다. 강박적인 특성을 가진 아이도 40% 정도 된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얌전하더라도 집중력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30% 정도 된다. 완벽주의적이고 경직되어 융통성이 부족하고 고집도 세고 까다로운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H처럼 학교 규칙을 잘 지키고, 선생님이 보시기엔 나무랄 데 없는 아이지만, 본인은 몹시 긴장하면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동생을 보고도 일시적으로 틱장애가 나타났던 거다. 4세는 일반적으로 틱장애에 많이 나타나는 시기가 아니므로 금방 사라지긴 했지만, 아이가 틱장애 소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기회를 준 거다. 동생의 출현은 느닷없는 침범이며 아이의 삶에 엄청남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고 적응하기 힘든 일이다. 시기나 시샘, 질투는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당연한 감정이 표현되지 못하니 눈 깜박임 같은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현한 거다. 이때 부모는 눈 깜빡이는 틱 증상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이 아이가 가지는 감정에 주목해야 했다.

또 유치원과 학교는 너무나 환경의 변화가 심해 일반 아이들도 긴장을 하기 마련인데, H는 입학하기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던 듯했다. ‘선생님이 너무 무서울 것 같았어요’‘ 형들이 때리거나 돈 뺏고 그러면 어쩌나 걱정됐어요’‘학교가 집에서 너무 멀어서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걱정되었는데 엄마는 동생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야 한다고 혼자 오랬어요’ 긴장감이 계속 올라갔지만 형답지 못하다는 핀잔을 들을까봐 이야기 하기 힘들었다.

틱장애에 대한 약물치료가 널리 알려지면서 요즘 경미한 틱 증상에도 약물치료를 해달라 하는 분들이 많다. 약물치료는 효과는 괜찮은 편이지만 단지 증상을 호전시킬 뿐이라서 1차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틱 증상 이면에는 아이의 기질과 정서의 특성이 내재하므로 이를 파악하고 불안에 미리 대비해주고, 긴장감, 스트레스를 이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간단하게는 손을 배 위에 올려놓고 복식 호흡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고,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이나 근심이 많다면 중요도나 심각도,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부모와 같이 평가해보고 위계를 만들어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게 좋다. 걱정만 하지 말고. 급격한 환경변화는 없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미리 새로운 환경에 자주 노출하여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게 해주자.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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