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 타인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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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마음이 있는 듯하다.
나만 잘되면 좋겠다는, 그리고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사실 나도 타인이 잘되면 좋겠다기보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잘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타인의 잘됨이 나의 잘됨이자 우리의 잘됨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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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마음이 있는 듯하다. 나만 잘되면 좋겠다는, 그리고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몇 년 전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로 알려진 어느 일이 있었다. 이름이 같은 청년을 찾아 후쿠오카행 왕복 항공권을 양도한 것이다. 93년생 김민섭 씨, 그를 찾는 데 여러 사람이 힘을 보탰다. 숙박비, 교통비, 통신비 등을 후원해 주겠다는 사람이 있었고, 나중에는 모 기업에서 그의 대학교 졸업 전시 비용을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에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이 대개 비슷했을 것이다. 저 사람이 잘되면 좋겠다, 하는.
며칠 전 여행을 다녀온 김민섭 씨와 만났다. ‘유퀴즈 온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나의 오른편에는 유재석 씨가 왼편에는 조세호 씨가 있었다. 꿈같은 몇 시간이 지나갔다.
사실 나도 타인이 잘되면 좋겠다기보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잘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이 일을 겪으면서 내 삶의 태도는 많이 바뀌었다. 타인의 잘됨이 나의 잘됨이자 우리의 잘됨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나의 삶을 돌이켜 보아도 그랬다. 그 시작은 환불받기 어렵게 된 비행기 티켓을 차라리 누군가에게 양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일 이후 나는 분명히 잘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나를 작가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김동식이라는 작가의 책을 기획할 때도 그랬다. ‘회색인간’이라는 책을 만들며 가졌던 마음은, 저 작가가 잘되면 좋겠다, 하는 것이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 책이 아닌 그의 책을 읽어달라고 했고 그의 책은 60쇄를 넘겼을 만큼 잘되었다. 누군가는 너의 책도 아닌 것에 왜 그리 열심이냐, 질투가 나진 않느냐, 하고 묻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김동식이라는 사람과 나를 함께 기억해 주었다. 학교에 강연을 갔을 때도 나의 책 제목보다도 ‘회색인간’을 기획한 사람이에요, 하고 말하면, 모든 학생들이 나를 연예인 보듯 하고 나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도, 타인의 잘됨을 바라는 그 마음은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듯하다. 나는 유퀴즈 촬영장에서 유재석이라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 내가 아는 그는 가장 유명한 연예인이면서 언제나 자신이 잘되기 바라는 후배들을 찾아내 독려하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유재석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대학생이던 93년생 김민섭 씨는 졸업을 하고 회사원이 되었다. 최우수 졸업생이 되었다고 하는 그에게 축하한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답했다. 제가 잘되길 바란 사람들이 많아 잘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그는 며칠 전 촬영을 하면서도 말했다. 이제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이것이 나만 잘되는 길이 아닌가를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고. 그리고 어디에서든 나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우리가 잘되기를 바란 대상은 이처럼 반드시 크든 작든 자신의 자리에서 선한 영향력을 펼쳐 나가는 사람이 된다. 타인의 잘됨을 바라는 마음은 그 대상을 반드시 잘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잘되게 만든다. 그러한 마음이 결국 우리 세계를 구할 것을 믿는다. 이 글을 읽은 당신도, 잘되면 좋겠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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