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의 새 바람 '소식'①] "코드쿤스트‧안소희처럼"..적게, 느리게 먹기

류지윤 2022. 5. 1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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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에 지친 사람들에게 신선함과 호기심
인식 개선과 다양성을 위한 자체로도 의미

한국에서 ‘먹방’의 인기는 당연했을지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다음에 밥 먹자”라거나, 때와 상관없이 “밥 먹었냐”가 안부 인사로 오가고, “복스럽게 먹는다”는 칭찬으로 통한다. 뭘 하든 ‘밥심’으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여기에 미디어의 발달과 1인 가구의 증가가 음식에 대한 대리만족을 주며 ‘먹방’은 예능과 유튜브의 주요 장르가 됐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양의 음식을 먹고 맛을 평하는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은 곧 시청자들의 고개를 돌리게 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건강한 음식’ ‘건강한 식사’의 프레임은 ‘먹방’의 흐름을 돌려놓기 시작했다.


ⓒMBC 공식 유튜브 채널

이 틈을 노리고 들어온 이들이 ‘소식좌’다. 소식좌는 적게 먹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로 어느 새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연예인들이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뒤로 하고 자신이 먹을 양만큼 먹거나 천천히 오래 씹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방송가 ‘소식좌’의 선두는 프로듀서 코드쿤스트다. 코드쿤스트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바나나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술을 마실 때 안주로는 고구마를 택한다. 또 그는 음식 냄새를 오래 맡으면 배부르다고 말하고, 음식을 다 먹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전현무와 박나래는 코드쿤스트의 소식 습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지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사는 데는 성공했다.


박소현도 연예계 대표 소식가다. 그는 동안의 비결은 소식과 스트레칭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을 당시 바닐라 라떼를 배불러 다 마시지 못한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안소희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을 당시 달걀 흰자 반 개를 2분 동안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눈길을 끌었다. 산다라박 역시 많지 않은 식사량으로 '소식좌 연예인'으로 불린다.


안영미는 '무식욕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일 '셀럽파이브'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소식 '먹방'을 진행, 일일 견과류 1봉지, 두유 1개, 불닭쌈 1개 먹는 안영미의 식단이 공개됐다. 특히 안영미는 불닭쌈을 먹을 땐 삼키지 않고 약 2분 동안 씹기만 해 스태프들에게는 지루함을 선사했지만 구독자들은 즐거워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선은 다각적이다. 소식하는 이들은 공감과 위로, 식습관을 고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참고서, '먹방'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호기심 대상으로 비친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다. 소식 콘텐츠가 대중에게 호감으로 읽히자 이를 과하게 활용한 연예인이 등장하며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산다라박이 많은 양의 기내식을 시켰다고 남겼다는 논란을 불렀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먹은 비빔밥과 라면 사진이라며 먹기 전과 큰 차이 없는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많이 남겨서 죄송해요. 맛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어요. 소식좌 주제에 두 개나 시켜서"라고 글을 썼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평소 먹는 양이 적은데 여러 개의 기내식을 시켜 음식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다라박은 먹기 전에 찍은 사진이라며 “그 정도로 못 먹진 않는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소식좌로 사랑받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한 행동이다. 캐릭터 몰입에 선을 잘 탔어야 했는데 소식좌 캐릭터에 젖어 있어서 올리지 않아도 되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가 비난을 받은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주우재의 경우에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무식욕자의 모습으로 등장해 YG엔터테인먼트 구내식당에서 시금치를 한 가닥씩 먹는가 하면, 시종일관 음식을 맛없게 씹어 삼켰다. 그런 주우재를 향해 일부 시청자들은 공감이 되지 않는다며 과도한 설정이 비호감이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한 지상파 방송작가는 지금의 소식 예능 트렌드에 대해 "'먹방'에 지친 사람들에게 소식좌는 새로운 그림이다. '먹방'이 대리만족을 선사했다면 건강을 중요시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소식은 공감과 워너비의 영역이다. 또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변의 아이콘이 됐다. 많이 못 먹고 식욕이 없는 걸 주변에서 좋아하지 않아 소외당하는 느낌이 들었던 사람들에게 소식좌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식습관이나 취향을 대변해 주는 사람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작가는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현재는 '먹방'에 지쳤을 시기에 소식좌가 등장해 신선함을 줬을 뿐이지 오래가진 못할 것 같다. 지금도 여러 연예인들의 소식좌 캐릭터가 겹치고 있다. 소식에 대한 인식 개선과 다양성을 위한 존재 자체로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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