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야외 페스티벌..뮤페, 이게 얼마 만이야?
그간 숨죽이고 살았다. 귀가 간지럽고, 몸이 근질거렸다. 이제 기지개를 조금씩 펴도 될 때다. 고대하던 야외 뮤직 페스티벌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떼창 시즌 출발!
코로나19가 음악 공연계에 가져온 파급력은 꽤나 컸던 것 같다. 지극히 관객의 입장에서, 특히 록과 팝 장르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해외 뮤지션의 내한 공연이 갑자기 ‘뚝’ 끊겼다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건대(필자의 마지막 공연 관람이기도 했고, 또 거의 마지막 내한 공연에 가까웠던) 2020년 1월19일의 영국 록 밴드 퀸의 공연이 아니었다 싶다. 그리고 곧장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이 2020년 3월11일에 발표되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공연이 줄줄이 잡혀 있던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결국 취소되었다. 필자 역시도 그 해에 하루하루 손꼽으며 기다리던 공연이 있었다. 바로 펑크 록 밴드 그린데이의 공연이었다. 그들의 서울 공연은 2020년 3월22일로 잡혀 있었다. ‘온다 vs 못 온다’의 온갖 추측이 난무하더니 결국은 무산되었다. 아무튼 나를 비롯한 많은 음악 마니아들은 라이프스타일에 있어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공연 관람이라는 행위를 오랫동안 잊고 있어야만 했다. 비단 공연 관람뿐만 아니라 삶 속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또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 조금씩 희망의 기운이 움트려 하고 있다. 항공기들이 목메어 기다리던 아티스트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길이 다시금 조금씩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는 정말 움츠리고 살았다. 숨은 쉬고 있으나 정서적 측면에서 활력의 징후는 별로 없는, 무기력한 삶을 지속했다는 의미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야외 또는 실내 공연장에서 음악을 즐기고, 그 분위기를 향유할 수 있는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기에 그랬다. 자그마치 2년 이상이나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지 못했다. 내한 공연도 좋지만 대형 뮤직 페스티벌이 더 그리울 수밖에 없는 건 그곳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와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일 테다.
필자 역시 페스티벌 고어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페스티벌 마니아였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발도장을 찍었고(이름이 몇 번 변경되는 동안에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도 꾸준히 출석했다. 이외의 수 많았던 국내 뮤직 페스티벌은 물론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과 섬머소닉에도 한 번씩은 다녀왔다. 십수 년 전의 뜨거웠던 그 여름을 잊을 수가 없다. 플라시보, 스노우 패트롤, 제이슨 므라즈, 케미컬 브라더스, 뮤즈, 트래비스, 카사비안, 메탈리카, 오지 오스본 등등. 내로라 하는 뮤지션과 밴드들이 거대한 스테이지에서 펼치는 꿈 같은 공연들이 그 강렬한 뇌관으로 작용했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어우러지고, 또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익명의 대중과 함께 뒹굴고, 그러다 지치면 잔디밭에 벌렁 누워 여름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 해방감. 이제 살짝 무뎌지던 감각이 반가운 소식과 함께 다시 살아나려 한다. 엔데믹 혹은 포스트 팬데믹이라 불리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고, 그 속에서 다시금 뮤직 페스티벌과 내한 공연의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기 때문이다.
▶포문을 연 서울재즈페스티벌2022
뷰민라와 서재페가 봄 기운 가득한 상큼함을 담은 음악 축제라면 초여름으로 진입하는 6월의 페스티벌은 조금 더 신명이 난다. 하지만 여전히 손꼽아 기다리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내한 또는 섭외 소식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11일과 12일의 양일간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펼쳐지는 ‘청춘페스티벌 2022’는 MZ세대 관객들에게 조금 더 어필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뮤지션뿐만 아니라 댄서 등의 아티스트도 라인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와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무진, 비오, DPR LIVE, 헤이즈 등 새로운 한국 음악 뉴웨이브를 이끌고 있는 이들의 이름들로 빼곡하다. 여기에 아이키, 조나단, 박명수 등도 참여한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페스티벌의 형태를 만들려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6월에는 야외 페스티벌이 하나 더 있다. 바로 ‘2022 서울 파크뮤직 페스티벌’이다. 6월25일과 26일에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앞선 청춘페스티벌보다 조금 더 서정적일 것으로 추측된다. 넬, 브로콜리너마저, 옥상달빛, 윤딴딴, 윤하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라인업이다. 모던 록 밴드, 싱어송라이터, 포크 뮤지션 등 장르만 봐도 초여름 밤을 선선하게 달궈줄 것으로 예측된다.
원래 7월과 8월의 뜨거운 태양은 뮤직 페스티벌의 절정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염, 폭우 등으로 점철된 과거 뮤직 페스티벌 히스토리는 순간을 힘겹게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굉장한 추억으로 남는 일생일대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뒀다. 2006년과 2007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더욱 그랬었다. 분명 장마가 끝난 줄 알았는데 이상하리만치 페스티벌이 한창 진행 중인 날에 무더위를 날려줄 비가 듬뿍 내렸다. 아니 그냥 쏟아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야외 공연장의 젖어버린 대지는 마치 갯벌처럼 푹푹 빠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더 열정적으로 함성을 지르며 뛰었고, 무대에 선 뮤지션의 곡을 함께 따라 했다. 이런 한국 관객의 에너지 넘치는 반응에 한국에서의 공연은 해외 뮤지션들에게도 전설처럼 회자되곤 했다. 우리가 그들에게 비쳐 준 이미지가 널리 퍼지며 더 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한국 관객을 만나기 위해 빡빡한 월드 투어의 일정을 빼기도 했을 정도니까. 아무튼 여름 이벤트의 이 같은 관습적 기후 상태는 여름 페스티벌 준비물로 장화, 우의 등을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공연 참가 조건도 만들어냈다. 많은 패션 매거진들이 여름호 이슈를 만들라치면, ‘페스티벌 룩’ 칼럼이 빠지지 않았을 정도니 말이다. 동시에 그런 페스티벌의 모습들이 되려 쿨하고 힙하게 보였다. 아쉽게도 아직 펜타포트를 비롯한 (헤드라이너로 세계적 뮤지션이 무대에 오르는) 대형 뮤직 페스티벌에 대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뜨거운 계절 뜨거운 공연
이렇게 여름을 넘기면 현재까지 알려진 야외 뮤직 페스티벌의 종착점인 가을 페스티벌 두 개가 남는다. 하나는 ‘레인보우 뮤직 & 캠핑페스티벌 2022’(이하 ‘레인보우’)이고 또 하나는 ‘19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다. 음악과 아웃도어 라이프를 결합한 전자의 레인보우 페스티벌은 9월17일과 18일 사이에 열릴 예정이다. 서재페보다 훨씬 먼저 시작되어 좋은 평판을 쌓아온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10월1일부터 3일까지 개최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해외 뮤지션이 참가하는 페스티벌은 서재페와 더불어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개다. 두 페스티벌 모두 일정과 장소만 공개되었을 뿐 아직까지 라인업은 발표되지 않았다. 두 축제 모두 선선해진 날씨를 만끽하며, 또 새롭게 시작된 2022년의 야외 페스티벌의 기억을 마무리하는 행사로 남을 것 같다. 다가올 2023년의 더 풍요로운 뮤직 페스티벌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기폭제로써 말이다.
해외 뮤직 페스티벌로 유명한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이 최근 성대하게 개최됐다. 해리 스타일스, 빌리 아일리시, 더 위켄드 등의 헤드라이너는 물론이고 한국의 2NE1, 에스파가 무대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한국보다 좀 더 오랜 뮤직 페스티벌 역사를 가진 일본에는 두 개의 거대한 이벤트가 있다. 하나는 ‘후지 록 페스티벌’이고 또 하나는 ‘섬머소닉’이다. 9월에 개최되는 후지 록 페스티벌은 아직 라인업을 확정 짓지 않았지만, 8월에 열리는 섬머소닉은 굵직한 라인업을 이미 발표했다. 더 1975, 마네스킨, 오프스프링, 더 리버틴스, ST.빈센트 등이다.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크다. 한국에도 왔으면 하는 밴드와 뮤지션이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의 도쿄와 오사카에는 들르니 말이다. 살짝 기대도 해본다. 여전히 개최 여부가 명확해지지 않은 펜타포트 등의 대형 페스티벌이 열리고, 이들이 한국 스테이지에 오르는 그런 꿈. 뮤직 페스티벌이 아무리 상업적으로 변모했다는 비판에 시달린다고 할지라도, 음악 축제는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청춘의 에너지를 들끓게 하는 정치 역사적 의미를 내포해왔다. 지난 2년간의 팬데믹 상황은 그 꿈을 좌절시켜 왔다. 이제 슬슬 엔진이 점화되고, 예열이 되고 있는 시기다. 그 속에 풍덩 뛰어들 나날을 기다려본다. 왜냐고? 뮤직 페스티벌은 ‘No Music, No Life’를 모토로 살아가는 필자를 비롯한 우리네 일상 속,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례 행사 중 하나이니까.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비이피씨탄젠트]
[※일부 공연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참고용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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